1947년 8월 15일,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던 그날, 카슈미르의 운명도 갈림길에 섰다. 힌두교도 마하라자 하리 싱이 통치하던 이 왕국은 인구의 77%가 무슬림이었다. 파키스탄의 압력과 부족민들의 침공 속에서, 하리 싱은 1947년 10월 26일 인도에 편입을 선언했다. 이 순간부터 카슈미르는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영원한 상처가 되었다. 네 차례의 전쟁과 수만 명의 희생자, 그리고 여전히 계속되는 긴장. 히말라야의 낙원이라 불리던 이곳은 어느새 세계에서 가장 군사화된 지역이 되었다.
카슈미르 분쟁.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카슈미르 분쟁의 본질은 단순한 영토 다툼이 아니다. 이는 종교와 민족, 정체성과 귀속의 문제였다. 인도에게 카슈미르는 세속 민주주의의 상징이었고, 파키스탄에게는 무슬림 국가 건설의 미완성 과제였다. 그 사이에서 카슈미르 주민들은 자기결정권을 요구했지만, 양국 모두 이를 외면했다. 1989년부터 시작된 무장 봉기는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인도 정부의 강경 진압과 파키스탄의 은밀한 지원 속에서, 일반 시민들만 고통받았다. 실종, 고문, 초법적 처형이 일상이 된 땅. 카슈미르는 그렇게 검은 구멍이 되어갔다.
비샬 바르드와지 감독의 Haider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1995년 카슈미르로 옮겨온 작품이다. 시인이자 혁명가인 아버지가 실종된 후, 대학생 하이더는 고향으로 돌아온다. 어머니 가잘라는 이미 삼촌 쿠르밤과 재혼한 상태. 아버지의 행방을 추적하던 하이더는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한다. 샤히드 카푸르는 복수심과 광기 사이를 오가는 청년을 섬세하게 연기했고, 타부는 욕망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어머니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특히 묘지에서 펼쳐지는 하이더의 독백 장면은 햄릿의 그것만큼이나 강렬하다. "죽느냐 사느냐"는 "있느냐 없느냐"로 변주되며, 존재 자체가 의문시되는 카슈미르의 현실을 드러낸다.
Haider (2014), 비샬 바르드와지 감독. ⓒ Production Company
덴마크 왕자의 비극이 카슈미르 청년의 이야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두 상황의 구조적 유사성 때문이다. 부패한 권력, 배신당한 신뢰, 복수와 정의 사이의 딜레마. 햄릿이 "덴마크에 무언가 썩은 것이 있다"고 말했듯, 하이더도 카슈미르의 부패를 목격한다. 군부와 결탁한 경찰, 고문이 자행되는 비밀 수용소, 그리고 침묵을 강요받는 시민들. 영화는 개인의 복수극을 통해 국가 폭력의 메커니즘을 폭로한다. 특히 '반쪽 과부'들, 즉 남편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여성들의 모습은 카슈미르의 집단적 트라우마를 상징한다. 셰익스피어의 보편적 주제가 특수한 역사적 맥락과 만날 때, 예술은 이렇게 현실을 증언하는 도구가 된다.
2019년 8월, 인도 정부는 헌법 370조를 폐지하며 카슈미르의 특별 지위를 박탈했다. 통신이 차단되고 정치인들이 구금되는 가운데, 카슈미르는 다시 한 번 침묵 속에 갇혔다. Haider가 그렸던 1990년대의 악몽이 되풀이되는 듯했다. 영화 속 하이더의 절규, "우리는 살아 있기를 원할 뿐"이라는 외침이 새삼 절실하게 다가온다. 분쟁이 장기화될수록 희생자들의 목소리는 잊혀지고, 정치적 수사만 남는다. 하지만 예술은 기억한다. 실종된 아버지들, 기다리는 어머니들, 그리고 복수와 용서 사이에서 방황하는 아들들을. 카슈미르의 비극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햄릿이 "말이냐 침묵이냐"를 고민했다면, 하이더는 "기억이냐 망각이냐"를 묻는다. 폭력의 연쇄를 끊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정의 없는 평화와 평화 없는 정의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Haider는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질문을 던질 뿐이다. 어쩌면 그것이 예술의 역할인지도 모른다. 섣부른 해답보다는 끈질긴 질문을 통해,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것. 카슈미르의 눈 덮인 계곡은 여전히 피로 물들어 있다. 그곳에서 하이더들은 오늘도 묻고 있을 것이다. 존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의란 과연 가능한 것인지.

![[3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Haider가 그렸던 1990년대의 악몽이 되풀이되는 듯했다](https://pltpjrfdfxxbnivrtoew.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films/haider_backdrop.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