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10월 21일, 브룬디의 수도 부줌부라에서 멜키오르 은다다예 대통령이 군부 쿠데타로 암살됐다. 후투족 출신으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첫 대통령이었던 그의 죽음은 브룬디를 15년간의 내전으로 몰아넣었다. 투치족이 주도하는 군부와 후투족 반군 간의 충돌은 3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을 만들어냈다. 르완다 대학살의 그늘에 가려진 이 비극은 식민 지배가 남긴 인종 분리 정책의 잔재가 어떻게 한 국가를 파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처참한 증거였다.

브룬디 내전, 1993–2005년. 후투족과 투치족 간 종족 갈등으로 약 30만 명이 사망한 브룬디의 12년 내전. ⓒ UNHCR
브룬디 내전의 뿌리는 벨기에 식민 통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식민 정부는 소수 투치족을 우대하며 다수 후투족을 배제하는 분할 통치를 실시했다. 독립 이후에도 이 구조는 지속됐고, 1972년과 1988년 대규모 학살이 발생했다. 은다다예의 당선은 이런 역사적 불균형을 바로잡을 기회였으나, 기득권 세력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내전은 단순한 종족 갈등이 아니라 식민주의가 만든 구조적 폭력의 연속이었다.
2019년 개봉한 Chronicle of a Genocide Foretold는 1994년 르완다 대학살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미카엘 하네케, 라울 펙 등 12명의 감독이 참여한 이 작품은 학살 전후의 상황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생존자들의 증언, 가해자들의 고백, 방관자들의 침묵을 교차 편집하며 집단 학살이 어떻게 '예고된 재앙'이 됐는지를 추적한다. 특히 국제사회의 무관심과 언론의 왜곡 보도가 학살을 방치했던 과정을 냉정하게 해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