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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다만 브룬디의 비극은 더 오래, 더 조용히 진행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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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다만 브룬디의 비극은 더 오래, 더 조용히 진행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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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1994년 브룬디 대통령 암살로 촉발된 15년간의 내전은 30만 명의 사망자와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을 만들었다. 기사는 르완다 대학살을 다룬 다큐멘터리 '제노사이드의 예고'를 통해 식민주의가 남긴 종족 갈등이 어떻게 대규모 학살로 이어졌는지를 분석한다.

1994년 10월 21일, 브룬디의 수도 부줌부라에서 멜키오르 은다다예 대통령이 군부 쿠데타로 암살됐다. 후투족 출신으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첫 대통령이었던 그의 죽음은 브룬디를 15년간의 내전으로 몰아넣었다. 투치족이 주도하는 군부와 후투족 반군 간의 충돌은 3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을 만들어냈다. 르완다 대학살의 그늘에 가려진 이 비극은 식민 지배가 남긴 인종 분리 정책의 잔재가 어떻게 한 국가를 파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처참한 증거였다.

Historical Photo

브룬디 내전, 1993–2005년. 후투족과 투치족 간 종족 갈등으로 약 30만 명이 사망한 브룬디의 12년 내전. ⓒ UNHCR

브룬디 내전의 뿌리는 벨기에 식민 통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식민 정부는 소수 투치족을 우대하며 다수 후투족을 배제하는 분할 통치를 실시했다. 독립 이후에도 이 구조는 지속됐고, 1972년과 1988년 대규모 학살이 발생했다. 은다다예의 당선은 이런 역사적 불균형을 바로잡을 기회였으나, 기득권 세력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내전은 단순한 종족 갈등이 아니라 식민주의가 만든 구조적 폭력의 연속이었다.

2019년 개봉한 Chronicle of a Genocide Foretold는 1994년 르완다 대학살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미카엘 하네케, 라울 펙 등 12명의 감독이 참여한 이 작품은 학살 전후의 상황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생존자들의 증언, 가해자들의 고백, 방관자들의 침묵을 교차 편집하며 집단 학살이 어떻게 '예고된 재앙'이 됐는지를 추적한다. 특히 국제사회의 무관심과 언론의 왜곡 보도가 학살을 방치했던 과정을 냉정하게 해부한다.

Chronicle of a Genocide Foretold 영화 스틸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식민주의의 후유증

Chronicle of a Genocide Foretold (2019). 르완다·브룬디의 종족 학살 배경과 경고 신호를 추적하는 다큐멘터리 장면. ⓒ DocuBox

브룬디 내전과 르완다 대학살은 동일한 역사적 맥락에서 발생한 쌍둥이 비극이다. 두 나라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식민 지배를 받았으며, 같은 종족 구성을 가졌다. 영화가 포착한 르완다의 증오 연쇄는 브룬디에서도 똑같이 반복됐다. 다만 브룬디의 비극은 더 오래, 더 조용히 진행됐을 뿐이다. 영화 속 생존자의 말처럼 "우리는 이웃이 적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는 고백은 두 나라 모두의 상처를 대변한다.

2024년 브룬디는 여전히 내전의 상흔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피에르 은쿠룬지자 정권의 권위주의적 통치 아래 표면적 평화는 유지되고 있지만, 구조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도 종족과 인종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미얀마의 로힝야족 학살, 에티오피아 티그라이 내전은 브룬디와 르완다의 비극이 과거의 일이 아님을 상기시킨다.

영화는 묻는다.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이 학살자가 되는가?" 브룬디 내전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식민주의가 만든 분열, 정치인들이 이용한 증오, 국제사회가 외면한 고통. 이 삼중주가 만들어낸 비극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웠는가? 오늘도 어디선가 새로운 증오가 싹트고 있다면, 우리는 이번엔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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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룬디 내전 사망자
1994-2009년 내전 기간 중
후투족 출신으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첫 대통령이었던 그의 죽음은 브룬디를 15년간의 내전으로 몰아넣었다.

Chronicle of a Genocide Foretold (2019). 르완다·브룬디의 종족 학살 배경과 경고 신호를 추적하는 다큐멘터리 장면. ⓒ DocuBox

브룬디 내전과 르완다 대학살은 동일한 역사적 맥락에서 발생한 쌍둥이 비극이다. 두 나라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식민 지배를 받았으며, 같은 종족 구성을 가졌다. 영화가 포착한 르완다의 증오 연쇄는 브룬디에서도 똑같이 반복됐다. 다만 브룬디의 비극은 더 오래, 더 조용히 진행됐을 뿐이다. 영화 속 생존자의 말처럼 "우리는 이웃이 적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는 고백은 두 나라 모두의 상처를 대변한다.

2024년 브룬디는 여전히 내전의 상흔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피에르 은쿠룬지자 정권의 권위주의적 통치 아래 표면적 평화는 유지되고 있지만, 구조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도 종족과 인종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미얀마의 로힝야족 학살, 에티오피아 티그라이 내전은 브룬디와 르완다의 비극이 과거의 일이 아님을 상기시킨다.

영화는 묻는다.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이 학살자가 되는가?" 브룬디 내전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식민주의가 만든 분열, 정치인들이 이용한 증오, 국제사회가 외면한 고통. 이 삼중주가 만들어낸 비극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웠는가? 오늘도 어디선가 새로운 증오가 싹트고 있다면, 우리는 이번엔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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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룬디 내전 난민 발생
1994-2009년 내전 기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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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룬디 내전 지속 기간
1994년 10월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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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 대학살 사망자
2024 UN Human Development Report

벨기에의 차별적 분할 통치가 독립 후 구조적 폭력으로 변모한 과정을 통해, 식민 지배가 얼마나 오래 국가 내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르완다 대학살처럼 브룬디 내전도 국제사회의 무관심과 언론 왜곡 속에서 진행됐으며, 현재도 미얀마·에티오피아 등에서 반복되고 있는 문제다.

영화의 핵심 질문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이 학살자가 되는가'는 증오의 정치화와 구조적 불공정이 만드는 비극을 깊이 있게 성찰하도록 한다.

2
국제사회 책임
3
평범인의 변질
공식 예고편

Chronicle of a Genocide Foretold (2019) — 다수 감독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