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5월 10일, 네팔과 티베트 국경에 우뚝 선 에베레스트에서 인류 등반사의 가장 비극적인 하루가 펼쳐졌다. 롭 홀이 이끄는 어드벤처 컨설턴트 팀과 스콧 피셔가 이끄는 마운틴 매드니스 팀, 두 상업 등반대가 정상 공격을 시도하던 중 갑작스런 블리자드에 휩싸였다.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혹독한 추위와 시속 100킬로미터가 넘는 강풍 속에서 8명이 목숨을 잃었다. 롭 홀은 정상 부근에서 동료를 기다리다 하산 시간을 놓쳤고, 위성전화로 임신한 아내와 마지막 통화를 나눈 후 8,750미터 지점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시신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곳에 남아있다.
1996년 에베레스트 참사, 5월 10일. 두 상업 등반대가 정상 아래 8,000m 지점에서 폭풍에 갇혀 8명이 사망한 참사. ⓒ AP통신
이 참사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었다. 1990년대 들어 에베레스트 등반이 상업화되면서 경험이 부족한 고객들도 거액을 지불하면 정상에 오를 수 있게 됐다. 등반대장들은 고객 유치 경쟁에 내몰려 무리한 일정을 강행했고, 정상 등정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안전 수칙을 무시하기도 했다. 5월 10일에도 오후 2시 턴어라운드 타임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지만, 많은 등반객이 이를 무시하고 늦은 시간까지 정상을 향해 나아갔다. 상업 등반의 그늘에는 셰르파들의 희생도 있었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루트를 개척하고 짐을 날랐지만,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자본주의가 히말라야의 신성한 산을 정복 대상으로 전락시킨 것이다.
발타사르 코르마쿠르 감독의 Everest는 이 비극적 사건을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제이슨 클라크가 연기한 롭 홀은 책임감 강한 등반대장이자 사랑하는 아내를 그리워하는 평범한 인간으로 그려진다. 조시 브롤린이 맡은 벡 웨더스는 부유한 텍사스 의사로, 가족을 뒤로하고 자아실현을 추구하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기적적으로 생환한다. 영화는 IMAX 카메라로 촬영한 압도적인 자연의 위용과 인간의 나약함을 대비시킨다. 특히 블리자드가 몰아치는 장면에서는 관객들도 숨이 막힐 듯한 공포를 느낀다. 케이라 나이틀리가 연기한 롭 홀의 아내 잰과의 마지막 위성전화 장면은 눈물 없이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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