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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째주 · 2026
[3월 3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와 실제 사건 모두 인간의 오만함이 초래하는 비극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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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와 실제 사건 모두 인간의 오만함이 초래하는 비극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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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5월 10일, 네팔과 티베트 국경에 우뚝 선 에베레스트에서 인류 등반사의 가장 비극적인 하루가 펼쳐졌다. 롭 홀이 이끄는 어드벤처 컨설턴트 팀과 스콧 피셔가 이끄는 마운틴 매드니스 팀, 두 상업 등반대가 정상 공격을 시도하던 중 갑작스런 블리자드에 휩싸였다.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혹독한 추위와 시속 100킬로미터가 넘는 강풍 속에서 8명이 목숨을 잃었다. 롭 홀은 정상 부근에서 동료를 기다리다 하산 시간을 놓쳤고, 위성전화로 임신한 아내와 마지막 통화를 나눈 후 8,750미터 지점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시신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곳에 남아있다.

역사 사건

에베레스트 참사.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이 참사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었다. 1990년대 들어 에베레스트 등반이 상업화되면서 경험이 부족한 고객들도 거액을 지불하면 정상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등반대장들은 고객 유치 경쟁에 내몰려 무리한 일정을 강행했고, 정상 등정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안전 수칙을 무시하기도 했다. 5월 10일에도 오후 2시 턴어라운드 타임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지만, 많은 등반객이 이를 무시하고 늦은 시간까지 정상을 향해 나아갔다. 상업 등반의 그늘에는 셰르파들의 희생도 있었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루트를 개척하고 짐을 날랐지만,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자본주의가 히말라야의 신성한 산을 정복 대상으로 전락시킨 것이다.

발타사르 코르마쿠르 감독의 Everest는 이 비극적 사건을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제이슨 클라크가 연기한 롭 홀은 책임감 강한 등반대장이자 사랑하는 아내를 그리워하는 평범한 인간으로 그려진다. 조시 브롤린이 맡은 벡 웨더스는 부유한 텍사스 의사로, 가족을 뒤로하고 자아실현을 추구하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기적적으로 생환한다. 영화는 IMAX 카메라로 촬영한 압도적인 자연의 위용과 인간의 나약함을 대비시킨다. 특히 블리자드가 몰아치는 장면에서는 관객들도 숨이 막힐 듯한 공포를 느낀다. 케이라 나이틀리가 연기한 롭 홀의 아내 잰과의 마지막 위성전화 장면은 눈물 없이 보기 어렵다.

영화 스틸

Everest (2015), 발타사르 코르마쿠르 감독. ⓒ Production Company

영화와 실제 사건 모두 인간의 오만함이 초래하는 비극을 보여준다. 에베레스트 정상은 '지구의 지붕'이자 '신들의 영역'으로 불린다. 그곳에 인간이 발을 디딘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신성모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한계에 도전하고자 한다. 1996년의 참사는 이러한 도전 정신이 상업주의와 결합했을 때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영화는 이를 영웅주의나 감상주의로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평범한 사람들이 극한 상황에서 내리는 선택과 그 결과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살아남은 자들의 죄책감, 희생자 가족들의 상실감도 놓치지 않는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에베레스트는 여전히 많은 이들을 유혹한다. 오히려 등반 인구는 더 늘어났고, 정상 부근의 '죽음의 구간'에서는 교통체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2019년에는 하루에 200명 이상이 정상을 밟았고, 대기 줄에서 11명이 사망했다.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과거 희생자들의 시신이 드러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우리는 1996년의 교훈을 제대로 배웠을까? 인스타그램에 올릴 인증샷을 위해, 버킷리스트를 달성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이 과연 가치 있는 일일까? 기술의 발전으로 등반이 더 안전해졌다고는 하지만, 자연의 위력 앞에서 인간은 여전히 미약하다.

에베레스트 참사와 영화 Everest는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왜 위험을 무릅쓰고 불가능에 도전하는가? 그것이 단순한 정복욕인가, 아니면 더 깊은 실존적 갈망인가? 상업화된 모험은 진정한 모험일 수 있는가? 돈으로 살 수 있는 경험에 얼마나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1996년 5월 10일 에베레스트에서 숨진 이들은 각자의 꿈을 안고 산을 올랐다. 그들의 죽음이 무의미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남긴 교훈을 잊어서도 안 된다. 당신에게 에베레스트는 무엇인가? 그리고 당신은 그것을 위해 무엇을 걸 준비가 되어 있는가?

공식 예고편

Everest (2015) — 발타사르 코르마쿠르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