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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째주 · 2026
[3월 3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와 현실은 섬뜩하게 겹친다
영화로 세상을 보다

[3월 3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와 현실은 섬뜩하게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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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8월 9일, 예루살렘 스바로 피자점. 점심시간의 평화로운 일상이 23세 청년 이즈 알딘 알마스리의 자폭으로 산산조각났다. 15명이 죽고 130명이 다쳤다. 그 중엔 네덜란드 출신 유대인 가족의 두 살배기 딸도 있었다. 알마스리는 나블루스 출신의 대학생이었다. 친구들은 그를 조용하고 신앙심 깊은 청년으로 기억했다. 그가 폭탄 조끼를 입기까지, 무엇이 한 젊은이를 죽음의 도구로 만들었을까.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는 그를 '순교자'라 불렀고, 이스라엘은 '테러리스트'라 명명했다. 하지만 그 이분법 사이에서, 우리는 인간의 얼굴을 잃어버렸다.

역사 사건

팔레스타인 자폭테러의 내면.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제2차 인티파다가 한창이던 2000년대 초, 팔레스타인 자폭 공격은 절정에 달했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147건의 자폭 공격으로 500명 이상의 이스라엘인이 사망했다. 하지만 숫자 뒤엔 복잡한 현실이 있었다. 이스라엘의 검문소와 격리장벽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일상을 질식시켰다. 실업률은 60%를 넘었고, 젊은이들은 미래를 볼 수 없었다. 점령과 굴욕의 일상에서, 일부는 극단적 선택을 '유일한 저항'으로 여겼다. 종교 지도자들은 '순교'를 약속했고, 무장단체는 가족에게 보상금을 제공했다. 절망이 증오로, 증오가 폭력으로 변하는 악순환의 구조였다.

하니 아부아사드 감독의 Paradise Now는 자폭 공격 직전 48시간을 그린다. 나블루스의 자동차 정비공 사이드와 칼레드, 두 청년이 주인공이다. 평범한 일상을 살던 그들에게 '임무'가 주어진다. 텔아비브로 가서 자폭하라는 것. 영화는 선동적 메시지 대신 담담한 시선을 택한다. 면도를 하고, 유서를 녹화하고, 마지막 만찬을 먹는 과정이 마치 일상의 연장선처럼 그려진다. 카이스 나셰프와 알리 술리만의 절제된 연기는 '테러리스트'의 스테레오타입을 거부한다. 그들은 괴물이 아니라, 우리와 다르지 않은 청년들이다. 수하라는 여성 활동가만이 그들에게 묻는다. "죽음이 정말 해답인가?"

영화 스틸

Paradise Now (2005), 하니 아부아사드 감독. ⓒ Production Company

영화와 현실은 섬뜩하게 겹친다. 실제 자폭 공격자들도 사이드와 칼레드처럼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2003년 하이파 막심 레스토랑 폭탄 테러범 하나디 자라다트는 29세 변호사였다. 약혼자와 남동생을 이스라엘군에 잃은 후, 그녀는 복수를 택했다. Paradise Now는 이런 개인사를 구조적 폭력의 맥락에 놓는다. 사이드가 폭탄 조끼를 입는 순간, 카메라는 그의 눈을 클로즈업한다. 두려움과 결연함이 교차하는 그 눈빛은, 알마스리나 자라다트도 가졌을 인간적 갈등을 드러낸다. 영화는 폭력을 미화하지도, 정당화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 비극적 선택의 과정을 응시할 뿐이다.

2026년 현재, 중동의 비극은 여전히 계속된다. 가자 지구는 또다시 폐허가 되었고, 증오의 씨앗은 새로운 세대에 뿌려졌다. 극단주의는 이제 중동만의 문제가 아니다. 파리, 런던, 뉴욕에서도 젊은이들이 스스로를 무기로 만든다. 그들 역시 한때는 평범한 삶을 꿈꾸던 이들이었다. Paradise Now가 던진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무엇이 인간을 그런 선택으로 내모는가. 우리는 그 구조적 폭력에 얼마나 연루되어 있는가. 영화는 우리에게 불편한 거울을 든다. 타자를 악마화하기 전에, 그들의 인간성을 직시하라고.

사이드는 결국 폭탄을 터뜨린다. 하지만 칼레드는 돌아선다. 그 갈림길에서 우리는 무엇을 본다. 한 인간이 죽음을 택하기까지의 과정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것을 용인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비극의 고리를 끊을 실마리를 찾는 일이다. 폭력의 악순환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파라다이스'를 꿈꾼다. 하지만 그것은 죽음 너머가 아니라, 살아있는 자들이 만들어야 할 현실 아닐까. 증오와 복수의 논리를 넘어, 공존의 가능성을 상상할 수는 없을까. 아니면 우리는 영원히 서로를 파괴하는 '지금'에 갇혀있을 것인가?

공식 예고편

Paradise Now (2005) — 하니 아부아사드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