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0일부터 시작된 일이다. 행정안전부가 제38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을 개최한 바로 그 주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군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로 고발했다. 민주화 운동을 기념하는 정부 행사와 현재진행형 인권 탄압 의혹이 같은 시기에 교차한 것이다.
추 전 장관은 6월 18일 JTBC 유튜브 라이브에서 김 전 장관이 군 내부에서 특정 인사들을 배제하는 명단을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군 블랙리스트는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연상시킨다. 당시 정부 비판적 예술인 9,473명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사건으로, 관련자들이 실형을 받았다.
민주화 기념식과 인권 탄압 의혹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38년간 제도적 개선이 미흡했음을 보여준다. 블랙리스트라는 구(舊) 권위주의 시대의 악습이 반복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특정 집단을 배제하는 관행이 여전히 존속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제도 결함을 의미한다. 법·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고발이 기소·유죄로 이어지기까지 최소 3년 이상 소요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국가 권력의 자의성 입증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1987년 6월항쟁으로 민주화를 이룬 지 38년이 지났지만 국가권력의 블랙리스트 작성이라는 권위주의 시대의 악습이 형태를 바꿔가며 반복되고 있어 제도적 민주화의 한계를 드러냈다.
국방부에서 특정 인사들을 배제하는 군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이 제기되면서 민주사회에서 정치적 중립을 가장 엄격히 지켜야 할 군 조직의 원칙이 훼손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16년 촛불혁명으로 블랙리스트 정권을 심판했던 시민들이 불과 몇 년 만에 또다시 유사한 의혹에 직면한 상황으로, 민주주의 공고화가 여전히 진행형 과제임을 보여준다.
한국 민주화 이후 주요 블랙리스트 사건 연대기. 박근혜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대상자: 9473명; 현 정부 군 블랙리스트(의혹): 블랙리스트 대상자: 0명.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결과 보고서 (2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