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한 대형 회계법인 회의실. 이곳에서 최근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을 돕는 컨설팅이 연일 진행되고 있다. 삼일PwC가 6월 19일 발표한 '2025 해외 IPO 안내서'에 따르면, 해외 상장을 준비하는 국내 기업 10곳 중 7곳이 ESG 공시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올해 들어 ESG 보고서 발간이 급증했다. 드림텍은 6월 30일 창사 이래 첫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개했고, 노을도 6월 23일 다섯 번째 보고서를 냈다. 한국거래소 집계로는 상반기에만 ESG 보고서를 낸 상장사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2% 늘었다.
이런 변화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요구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올해부터 매출 1,500억 원 이상 기업에 ESG 공시를 의무화했다. 미국도 2026년부터 기후 관련 정보 공개를 요구한다. 국내 기업이 해외 투자를 받으려면 ESG 보고서가 필수가 된 것이다.
문제는 형식과 내용의 격차다. 환경단체들이 분석한 국내 100대 기업 ESG 보고서 중 절반 이상이 구체적인 탄소 감축 목표나 이행 계획이 없었다. 재생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제시한 곳은 23%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단순 홍보용 보고서를 넘어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ESG 평가기관 연구원은 "많은 기업이 좋은 일 나열하기에 그치고 있다"며 "실제 사업 전략과 연계한 구체적 목표와 성과 측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단계적으로 대상을 확대해 2030년에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가 포함된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부담을 호소한다. ESG 보고서 작성에 평균 5,000만 원에서 1억 원의 비용이 든다. 전담 인력도 필요하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처럼 전문 부서를 만들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 ESG 경영 지원 예산을 올해 200억 원으로 늘렸지만,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ESG가 단순 비용이 아닌 기업 경쟁력이 되려면, 형식을 넘어선 진정성 있는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