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 해 동안 아동·청소년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가해자의 69.7%가 피해자와 아는 사이였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2023년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판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판결 사례 1,248건 중 870건이 지인에 의한 범죄였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가해자 유형은 '단순 지인'으로 전체의 31.2%(389건)를 기록했다. 이어 가족·친척이 15.9%(198건), 교육기관 종사자가 10.7%(134건)를 차지했다.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에 의한 범죄도 9.1%(114건)나 됐다. 반면 모르는 사람에 의한 범죄는 30.3%(378건)에 그쳤다.
이번 분석은 법원이 2023년 1월부터 12월까지 선고한 아동·청소년 성범죄 판결문 전수를 조사한 결과다. 정부가 아동 성범죄 판결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발표한 것은 2021년 이후 세 번째다.
피해 아동의 연령대를 보면 13~15세가 35.8%로 가장 많았고, 16~18세가 30.1%, 7~12세가 26.8% 순이었다. 7세 미만 영유아 피해도 7.3%나 됐다. 특히 13세 미만 피해자의 경우 가족·친척에 의한 범죄가 28.9%로 다른 연령대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온라인을 통한 성범죄도 심각한 수준이다. 전체 범죄 중 23.6%(295건)가 온라인을 매개로 발생했다. 주로 SNS나 채팅 앱을 통해 접근한 뒤 성 착취물을 요구하거나 직접 만나 범죄를 저지르는 수법이었다. 온라인 성범죄 피해자의 82.4%가 여성 청소년이었다.
형량을 보면 징역형이 선고된 비율은 73.2%였다. 평균 형량은 3년 2개월이었지만, 13세 미만 대상 범죄는 평균 4년 8개월로 더 무거웠다. 다만 집행유예가 선고된 비율도 26.8%나 됐다.
정부는 이런 실태를 바탕으로 아동 성범죄 예방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모든 초·중·고교에서 연간 성폭력 예방교육을 20시간 이상 의무화했다. 경찰청도 온라인 성범죄 전담 수사팀을 전국 18개 지방청으로 확대 운영 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가해자 대부분이 아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피해 아동이 신고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아동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분석에서 피해 사실 인지부터 신고까지 평균 418일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족·친척에 의한 범죄는 평균 823일이나 소요됐다. 피해자 1,248명 중 재판 과정에서 2차 피해를 호소한 경우도 187명(15%)에 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