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 ADNOC 본사 앞. 거대한 석유 시추 장비 모형 옆에 새로운 간판이 걸렸다. 'ADNOC 디지털'. 세계 7위 원유 생산국 UAE가 석유 이후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두바이유 가격이 올해 1월 배럴당 80달러에서 9월 75달러로 하락했다. 가격 변동성은 여전하지만 UAE는 오히려 속도를 낸다. 원유 정제 시설을 고도화하면서 동시에 AI와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투자를 늘린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비전 2030'으로 신도시 네옴을 짓는 동안, UAE는 조용히 산업 구조를 바꿨다. 2020년 GDP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였는데 올해는 25%로 줄었다. 대신 금융, 관광, 첨단산업이 빈자리를 채웠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4월 UAE에 15억 달러 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을 발표했다. 구글도 1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사막의 뜨거운 열기가 단점이지만, 저렴한 전기료와 중동-아프리카를 잇는 지리적 이점이 크다.
UAE 정부는 외국인 투자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100% 외국인 소유 기업 설립이 가능해졌고, 10년 장기 비자도 도입했다. 석유 수입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는 전략이다.
다만 정치적 리스크는 남아있다. 이란과의 긴장 관계, 예멘 내전 개입 등 지정학적 불안 요소가 여전하다. 민주주의 수준도 낮아 서구 기업들이 꺼리는 부분이다.
한국 기업들도 UAE 시장을 주목한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원전과 인프라 사업을 수주했고, SK에너지는 석유화학 합작 투자를 검토 중이다. 중동이 단순한 원유 공급처에서 새로운 사업 파트너로 바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