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세종청사 기자회견장. 10월 초 열린 전기요금 개편안 발표 현장에서 정부 관계자들은 복잡한 도표와 그래프를 펼쳐놓고 설명에 나섰다. 핵심은 하나였다. 낮 시간대 산업용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최대 16.9원 인하하고, 대신 밤 시간대는 5.1원 인상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개편안이 나온 배경엔 급증한 태양광 발전이 있다. 한낮 태양광 발전량이 전력 수요를 넘어서면서 전력망이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실제로 출력제어 횟수는 2023년 2회에서 2025년 들어 82회로 41배나 늘었다. 버려지는 전력량도 0.3기가와트시에서 109.4기가와트시로 폭증했다. 생산한 전기를 쓰지 못하고 버리는 일이 일상이 된 것이다.
정부는 시간대별 요금 격차를 벌려 기업들이 낮 시간대로 생산 활동을 옮기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평균적으로 kWh당 15.4원이 내려가면서 전체 기업의 97%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9~10월 주말과 공휴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전기요금을 절반으로 깎아준다. 태양광 발전이 절정에 이르는 시간대다.
하지만 산업계 반응은 신중하다. 24시간 가동하는 공장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작업 시간을 조정하기란 쉽지 않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밤낮으로 돌아가는 생산 라인을 갑자기 바꿀 순 없다"며 "설비 교체와 인력 재배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현실을 인정해 "조업 조정에 추가 준비 기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번 제도는 2030년 12월 31일까지 약 5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그동안 기업들이 새로운 요금 체계에 적응하고, 정부는 전력망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기후·환경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별 전기요금 도입도 검토 중이다. 태양광 발전이 집중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 요금을 차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결국 이번 개편안은 재생에너지 시대의 새로운 숙제를 보여준다. 깨끗한 에너지를 많이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산한 전기를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가 됐다. 낮에 싸진 전기요금이 기업들의 생산 패턴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 그리고 버려지는 태양광 전력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가 이번 정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