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권이사회는 올해도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는데, 한국 정부는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가 빠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11월 초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는 북한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24년째 이어진 연례행사다.
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이름을 올린 건 윤석열 정부 들어서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부터 2022년까지는 4년 연속 불참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매년 참여했고, 노무현 정부 때도 2년 빠진 것 외에는 대부분 동참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북한인권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셈이다.
북한은 이 결의안을 적대시 정책의 상징으로 본다. 유엔 특별보고관이나 인권최고대표가 북한 내 고문, 자의적 구금, 강제실종 등을 지적하면, 북한은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한다. 한국이 공동제안국에 참여하면 남북관계는 더 경색된다.
그렇다고 참여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비판받는다. 같은 민족의 인권침해를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가 4년간 불참했을 때,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한국의 소극적 태도를 문제 삼았다.
올해 결의안에는 이동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제한에 관한 구체적인 보고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북한 인권상황을 집중 모니터링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하지만 북한이 유엔 조사단 입국을 허용할 가능성은 없다.
비슷한 딜레마는 다른 인권 이슈에서도 나타난다. 중국의 신장 위구르 문제나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관한 국제사회 대응에서도 한국은 원칙과 실리 사이에서 줄타기한다. 인권은 보편적 가치라고 말하면서도, 경제적 이해관계나 안보 고려 때문에 목소리를 낮춘다.
결의안 채택 24년이 지났지만 북한 인권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유엔이 매년 같은 내용을 반복해도 북한은 변하지 않는다. 한국 정부가 참여하든 안 하든 실질적 영향은 미미하다. 그럼에도 매년 이 의례를 치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권단체들은 상징적 행위라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문제를 잊지 않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는 논리다. 반면 일각에서는 실효성 없는 결의안보다 인도적 지원이나 민간 교류를 통한 점진적 개선이 현실적이라고 본다.
한국 정부는 앞으로도 이 문제로 고민할 것이다. 다음 정권이 들어서면 또 입장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북한인권법은 2016년 제정됐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북한인권재단은 8년째 출범하지 못했다. 정치권이 인권을 정쟁 도구로 삼는 한, 북한 주민들의 고통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