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 건강보험공단이 추정하는 약국들의 보조금 부정수령 규모다. 2023년 한 해 동안 적발된 금액만 892억원. 하지만 실제로 환수한 금액은 87억원에 그쳤다. 10건 중 9건은 돌려받지 못한 셈이다.
약국들이 주로 노리는 것은 야간·공휴일 운영 보조금이다. 문을 열지 않고도 연 것처럼 서류를 조작한다. 건보공단은 전국 2만3000여개 약국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 현장 점검 인력은 200명이 채 안 된다. 한 약국당 100년에 한 번 점검받는 셈이다.
보건복지부가 11월 17일 발표한 제도 개선안의 핵심은 '원스트라이크 아웃'이다. 한 번만 적발돼도 5년간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만든다. 지금까지는 3회 이상 적발돼야 제재를 받았다. 약사회는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비슷한 부정수급 단속 사례를 보면 실효성은 제한적이다. 요양병원 허위·부당청구 단속에서도 2022년 적발액 3200억원 중 실제 환수는 320억원에 그쳤다. 적발 자체가 어려운데다, 법적 다툼이 길어지면 시효가 지나기도 한다.
정부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부정수급 탐지 시스템을 2026년부터 도입한다고 밝혔다. 의료기관 청구 패턴을 분석해 이상 징후를 자동으로 찾아낸다는 구상이다. 다만 약국들이 더 정교한 수법을 개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남는 것은 숫자다. 수천억원의 보조금이 새고 있지만, 돌려받는 것은 10분의 1. 나머지 90%는 국민의 건강보험료에서 메워진다. 제도를 바꿔도 이 비율이 얼마나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