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하는 약국 보조금 가운데 수천억 원이 부정하게 빠져나가고 있다. 문제는 현행 시스템으로는 이를 제대로 잡아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공단 직원이 20년 넘게 일해도 부정수급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감시 체계가 허술하다.
약국들은 의약품 조제료와 복약지도료 명목으로 건보공단에서 보조금을 받는다. 환자가 처방전을 들고 오면 약사가 조제하고 복약 방법을 설명한 뒤, 이에 대한 수가를 청구하는 구조다. 그런데 일부 약국은 실제로 조제하지 않았거나 복약지도를 하지 않고도 허위로 청구해 돈을 타낸다.
건보공단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약국 부정수급 적발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이라고 지적한다. 약국이 청구하는 건수가 워낙 많아 일일이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국 약국 2만3천여 곳에서 하루 수십만 건의 청구가 들어온다.
더 큰 문제는 적발해도 제대로 환수가 안 된다는 점이다. 부정수급이 확인되면 해당 금액을 돌려받아야 하는데, 실제 환수율은 30%에도 못 미친다. 약국이 폐업하거나 재산을 은닉하면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하다. 결국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가 새는 셈이다.
이는 의료기관 전체의 고질적 문제이기도 하다. 병원과 의원도 비슷한 방식으로 부정수급을 저지른다. 지난해 기준 의료기관 부정수급 총액은 1조2천억 원으로 추정된다. 국민 1인당 2만3천 원씩 부담하는 셈이다.
정부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부정수급 탐지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청구 패턴을 분석해 이상 징후를 자동으로 걸러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약사단체는 "정상적인 청구까지 의심받을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행위별 수가제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은 약을 조제할 때마다, 복약지도를 할 때마다 돈을 주는 구조라 허위 청구 유혹이 크다. 포괄수가제나 인두제 같은 대안을 검토할 시점이다.
약국 보조금은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공적 자금이다. 그런데 감시 시스템이 20년째 제자리걸음이라면,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