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부터 시작된 일이다. 쿠팡의 브라이언 로저스 대표가 새벽 물류센터를 찾아 직접 배송 업무를 체험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경영진이 현장을 찾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전국택배노동조합은 12월 20일 낸 성명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택배노조가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3시간'이라는 체험 시간이었다. 실제 택배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일한다. 새벽 2시에 출근해 오후까지 쉼 없이 움직이는 것이 일상이다. 노조는 "단 3시간의 체험으로는 누적된 피로와 고통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과로사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됐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과로로 숨진 택배 노동자는 30명이 넘는다. 쿠팡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새벽배송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노동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 노조의 분석이다.
로저스 대표의 체험 이후 쿠팡은 "현장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겠다"고 밝혔지만, 택배노조는 구체적인 개선책이 나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배송 단가 인상, 적정 물량 제한, 휴게시간 보장 등 노조가 요구해온 사항들은 여전히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쿠팡만의 문제가 아니다. 마켓컬리, SSG닷컴 등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도 새벽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리하지만, 그 이면에는 극한의 노동이 있다는 것이 택배노조의 주장이다.
정부는 2021년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 5일 근무제 도입, 심야 배송 제한 등이 포함됐지만, 개인사업자 신분인 택배기사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택배노조는 이번 성명에서 "우리도 로저스 대표처럼 3시간만 일하고 싶다"는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전했다. 단순한 비꼬기가 아니라, 노동 조건 개선에 대한 절박한 요구였다.
쿠팡은 택배노조의 성명에 대해 "지속적으로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구체적인 개선 계획이나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로저스 대표의 현장 체험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지,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