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투자 지표는 2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는데, 건설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마스턴투자운용이 12월 23일 발간한 건설경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이 소폭 회복세를 보이지만, 고용시장 한파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2025년 3분기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2023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회복세가 이어진 결과다. 특히 주거용 건물 건설이 2.3% 늘어나며 전체 지표를 끌어올렸다. 2022년과 2023년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분명한 반등이다.
그런데 통계청 고용동향을 들여다보면 정반대 그림이 나온다. 2025년 11월 건설업 취업자 수는 185만 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7만 명 감소했다. 감소폭이 3개월 연속 확대되고 있다. 건설투자가 늘어나는데 왜 일자리는 줄어들까.
첫 번째 이유는 시차다. 건설 프로젝트가 착공부터 준공까지 평균 2~3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 늘어난 투자가 실제 현장 인력 수요로 이어지기까지는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더 필요하다. 마스턴운용 보고서도 "건설경기 회복이 고용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번째는 구조적 변화다. 건설업계가 인력난에 대응해 자동화와 기계화를 확대하면서 같은 규모 공사에 필요한 인력이 줄어들고 있다. 타워크레인 원격조종, 3D 프린팅 건축, 모듈러 주택 등 신기술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단순 노무직 수요가 급감했다.
정부가 12월 발표한 건설산업 혁신방안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스마트 건설기술 도입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고, 외국인 숙련공 비자 쿼터를 늘리는 내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당장 일자리를 잃은 건설 노동자들에게는 먼 얘기다.
일본의 사례가 시사점을 준다. 일본은 2010년대 건설경기 회복기에 고령 노동자 은퇴와 청년층 기피가 겹치면서 심각한 인력난을 겪었다. 결국 임금을 30% 이상 올리고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받아들였다. 한국도 비슷한 길을 갈 가능성이 높다.
마스턴운용은 2026년 건설투자 증가율을 3%대로 전망했다. 주택 공급 확대 정책과 인프라 투자가 맞물리면서 회복세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누가 혜택을 보느냐다. 투자 지표가 개선되더라도 건설 노동자의 삶이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자동화로 인한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수 있다.
건설경기 회복의 과실이 현장 노동자에게도 돌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단순히 투자 규모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숙련공 양성, 적정 임금 보장, 안전한 작업 환경 같은 질적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투자는 늘었는데 일자리는 줄었다'는 역설에서 벗어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