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E1타워 18층 이사회실. 지난 26일 E1 경영진이 모여 결정한 건 단순한 주주환원책이 아니었다. 60년 가까이 LPG 사업으로 쌓아온 자금력을 바탕으로 회사의 미래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선언이었다.
E1이 27일 공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핵심은 두 가지다. 주주환원율을 순이익의 30%에서 50%로 높이고, 동시에 신규 사업에 과감히 투자한다는 것. 특히 수소·재생에너지 분야에 2028년까지 1조 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국내 LPG 업계 1위 기업이 사실상 탈LPG를 선언한 셈이다.
왜 지금일까. E1의 LPG 판매량은 2019년 172만 톤에서 2023년 156만 톤으로 4년 새 9.3% 줄었다. 전기차 보급이 늘고 도시가스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LPG 수요가 구조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LPG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LPG 소비량은 2020년 이후 매년 2~3%씩 줄고 있다.
같은 업계 SK가스는 이미 2021년부터 수소충전소 사업에 뛰어들었고, 현재 전국에 15개 충전소를 운영 중이다. GS칼텍스도 지난해 재생에너지 자회사를 설립했다. E1은 경쟁사보다 2~3년 늦었지만, 가장 큰 투자금액을 제시했다.
1조 원이라는 투자 규모는 E1의 2023년 연매출(3조 2천억 원)의 31%에 달한다. 이를 국민 1인당으로 환산하면 약 2만 원씩 투자하는 셈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E1은 기존 LPG 사업에서 나오는 현금흐름과 보유 부동산 매각으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지만, LPG 사업 자체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자금 확보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주주환원 강화도 양날의 검이다. 배당성향을 50%로 높이면 당장 주주들은 환영하겠지만, 그만큼 신사업 투자여력은 줄어든다. 실제로 E1의 주가는 공시 발표 후 이틀간 7.8% 올랐다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E1이 꿈꾸는 수소경제 진입도 쉽지 않다. 현재 국내 수소충전소는 256개소에 불과하고, 수소차는 3만 5천 대 수준이다. 2030년까지 수소차 88만 대라는 정부 목표도 현실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E1이 LPG에서 벗어나려는 발걸음은 시작됐지만, 도착지는 아직 안개 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