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프리카 광물 확보 협정에 공을 들이는 동안,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 투자를 늘리고 있다. 리튬 가격이 2022년 톤당 8만 달러에서 현재 1만2000달러로 폭락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첨단산업 원자재 확보 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아프리카 5개국과 광물 협력 협정을 추진 중이다. 니제르, 잠비아, 콩고민주공화국 등이 대상국이다. 리튬, 텅스텐, 우라늄 채굴권 확보가 목표다.
그런데 기업들의 움직임은 다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북미 재활용 업체 지분 인수를 발표했다. 삼성SDI도 유럽에서 재활용 합작사 설립을 검토 중이다. 2030년까지 폐배터리에서 나오는 리튬이 전체 수요의 20%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채굴과 재활용의 경제성도 역전됐다. 아프리카 광산 개발에는 최소 5년이 걸리고 톤당 생산비용이 3만 달러를 넘는다. 반면 폐배터리 재활용은 2년이면 공장을 짓고, 톤당 1만5000달러에 리튬을 뽑아낸다. 환경 규제로 신규 광산 허가도 어려워졌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배터리 업계의 전략도 바뀌었다. 2024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25% 증가에 그쳤다. 2023년 35% 성장률보다 낮아진 수치다. 테슬라는 지난해 4분기 판매량이 처음으로 감소했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재활용 투자 규모는 2025년 기준 총 8000억원에 달한다. 해외 광산 투자액 3000억원의 2.6배다. SK온은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에 연간 3만톤 규모 재활용 공장을 짓고 있다.
정부 정책과 기업 전략의 엇갈림은 시장 변화 속도 차이에서 비롯된다. 정부가 10년 단위 계획을 세우는 동안, 기업은 분기별 실적에 따라 방향을 튼다. 첨단산업 지원 예산 1조2000억원 중 광산 개발에 4000억원이 배정됐지만, 실제 집행률은 30%에 못 미친다.
재활용 시장도 만만치 않다. 중국 기업들이 이미 글로벌 재활용 시장의 70%를 장악했다. 유럽연합은 2027년부터 배터리 재활용 원료 사용을 의무화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은 중국의 80% 수준이다.
결국 광물 확보는 채굴이냐 재활용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둘 다 필요하지만, 시점과 규모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장기 안정성을, 기업은 단기 수익성을 본다. 이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 2조원대 첨단산업 지원금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