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는 요즘 용접 불꽃이 밤낮없이 번쩍인다. 침체기를 벗어난 조선업계가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는 신호다. 삼성중공업이 3월 초 LNG운반선 2척을 7,701억원에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척당 3,850억원이 넘는 고가 수주다.
이번 수주가 주목받는 이유는 금액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LNG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한국 조선 3사가 모두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LNG선 수주 세계 1위를 차지했고,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도 카타르 프로젝트로 수년치 일감을 확보했다.
LNG선은 일반 화물선보다 기술력이 훨씬 중요하다. 영하 162도의 액화천연가스를 안전하게 운송하려면 특수 저장탱크와 단열 기술이 필수다. 중국 조선소들이 가격 경쟁력으로 일반 선박 시장을 잠식했지만, LNG선만큼은 한국이 여전히 압도적 우위를 지킨다.
조선업 회복은 협력업체와 지역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거제와 울산 일대 조선 협력업체 직원들은 2~3년 전만 해도 일감 부족으로 무급휴직을 걱정했지만, 지금은 인력이 모자라 신규 채용에 나서고 있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용접공 월급이 500만원을 넘어서는 곳도 많다"고 전했다.
다만 조선업 호황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전 세계 LNG 수요는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당분간 늘겠지만, 2030년대 이후에는 불확실하다. 게다가 중국이 LNG선 기술 격차를 좁히려고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어 한국의 독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렵다.
시민들이 알아둘 점은 조선업 수주 증가가 곧바로 지역 일자리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대형 조선소 하나가 돌아가면 주변 숙박업, 요식업까지 함께 살아난다. 반대로 조선업이 침체하면 지역 전체가 타격을 입는다. 삼성중공업의 이번 대형 수주가 거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