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심리지수가 98.7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104.2에서 12월 101.5, 올해 1월 100.1에 이어 3개월 연속 하락세다. 기준선 100을 밑돌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낙관론자보다 많다는 뜻이다.
소비심리 위축은 실물경제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고, 대형마트도 1.8% 줄었다. 외식업계는 더 심각하다. 서울 주요 상권 음식점 매출이 5~7% 급감했다.
OECD 주요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소비심리 하락폭이 두드러진다. 미국은 같은 기간 소비자신뢰지수가 102.5에서 104.1로 오히려 상승했다. 일본도 42.8에서 43.2로 소폭 개선됐다. 유로존만 -15.2에서 -15.8로 악화됐는데, 한국의 하락 속도가 더 가파르다.
물가와 금리가 동반 상승한 게 직격탄이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여전히 3%대를 웃돌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5%로 14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가계대출 이자 부담이 월평균 42만원 늘어났다는 금융감독원 분석도 나왔다.
정부는 지난달 소비 활성화 대책을 내놨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한시적으로 높이고, 문화·여행 바우처를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물가 안정과 금리 인하 없이는 소비 회복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시장은 소비심리를 경기 선행지표로 주목한다. 소비 위축이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지면 투자와 고용까지 타격을 받는다. 실제로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1월 71.2%로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3월 들어서도 개선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 카드사들의 3월 첫째 주 결제 데이터를 보면 전년 대비 사용액이 0.8% 감소했다. 특히 30~40대 중산층의 소비 감소폭이 크다. 이들은 대출 부담이 가장 큰 연령대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낮췄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1.8%로 예상했는데, 이마저도 낙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가 GDP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소비 부진이 장기화되면 성장률 1%대 추락도 우려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