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올해 170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분식회계를 뿌리뽑겠다고 나섰는데 정작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처분으로 주가와 실적을 관리하는 관행을 이어가고 있다.
금감원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6년도 회계심사·감리업무 운영계획'에 따르면 올해 중점 감시 대상은 매출 부풀리기, 비용 축소, 자산 과대계상 등 전통적인 분식회계 수법들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실적 압박을 받는 기업들의 회계 조작 가능성을 집중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기업들이 즐겨 쓰는 또 다른 실적 관리 수단인 자사주 활용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로지시스의 경우 이상천 상무이사가 최근 자사 주식 보유 현황을 공시했는데 임원들의 자사주 거래는 주가에 직접적인 신호를 보내는 효과가 있다. 기업이 자사주를 대량 매입하면 주당순이익(EPS)이 올라가 실적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도 발생한다.
분식회계는 단속하면서 자사주를 통한 실적 조작은 회계 규정상 합법이어서 방치되고 있다. 이는 기업 실적 평가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자사주 매입으로 인한 EPS 상승은 착시 효과를 만들어 투자자들이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파악하기 어렵게 한다. 지난해 자사주 매입이 15조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미국은 자사주 매입 시기와 규모를 사전에 공개하도록 강화했으나, 한국은 사후 공시만 요구하고 있어 규제 수준의 차이가 크다.
자사주 매입으로 주당순이익(EPS)이 기계적으로 상승하면, 투자자는 기업의 실질적 수익성 개선으로 오인하게 된다. 합법적 회계 처리가 오히려 시장 신호를 교란하는 역설이 발생한다.
금감원이 전통적 분식회계는 단속하면서도 자사주 활용 실적 관리는 합법 영역에 두는 이중 잣대가 문제다. 형식적 적법성과 실질적 투자자 보호 사이의 간극이 시장 신뢰를 훼손한다.
회계 투명성의 구조적 허점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부여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고착화한다. 2024년 15조원으로 증가한 자사주 매입 규모는 이 관행이 확산 중임을 보여준다.
코스피 자사주 매입 규모 변화. 2022년: 자사주 매입 규모: 11.5조원; 2024년: 자사주 매입 규모: 15조원. 출처: 금융감독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