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뮈니케기업지배구조

금감원은 분식회계 엄단하겠다는데, 기업들은 자사주 매매로 실적 꾸미기 여전

맥락금감원, 2026년 회계심사·감리 계획 발표하며 170개사 분식회계 집중 점검 예고
기사 듣기

금융감독원은 올해 170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분식회계를 뿌리뽑겠다고 나섰는데, 정작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처분으로 주가와 실적을 관리하는 관행을 이어가고 있다.

금감원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6년도 회계심사·감리업무 운영계획'에 따르면 올해 중점 감시 대상은 매출 부풀리기, 비용 축소, 자산 과대계상 등 전통적인 분식회계 수법들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실적 압박을 받는 기업들의 회계 조작 가능성을 집중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기업들이 즐겨 쓰는 또 다른 실적 관리 수단인 자사주 활용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로지시스의 경우 이상천 상무이사가 최근 자사 주식 보유 현황을 공시했는데, 임원들의 자사주 거래는 주가에 직접적인 신호를 보내는 효과가 있다. 기업이 자사주를 대량 매입하면 주당순이익(EPS)이 올라가 실적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도 발생한다.

실제로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15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2022년 대비 30% 증가한 수치다. 배당 대신 자사주 매입을 선택하는 기업이 늘면서 주주환원 정책의 투명성도 떨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자사주 매입 시기와 규모를 사전에 공개하도록 규제를 강화했지만, 한국은 아직 사후 공시에 그친다.

금융당국은 오는 14일 상법 개정안 관련 설명회를 열고 자기주식 보유·처분 공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공시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사주를 활용한 실적 분식은 회계 규정상 합법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임원은 "분식회계를 단속하면서 자사주를 통한 숫자 놀음은 방치하는 것은 반쪽짜리 정책"이라며 "자사주 매입 시 주주 동의 절차를 강화하거나 매입 한도를 제한하는 실질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분식회계 단속 강화는 자본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첫걸음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합법적으로 실적을 포장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려 있는 한, 투자자들이 진짜 기업 가치를 파악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이 기사는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맥락과 통계를 추가해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