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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 학대 사건 급증에 민변 '24시간 신고 체계' 촉구...정부 대응은 미흡

맥락민변, 여수 영아 살해 사건 계기로 24시간 아동학대 신고 체계 구축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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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 지난 17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최근 전남 여수에서 발생한 4개월 영아 살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방지 시스템 전면 개편을 요구하는 자리였다.

민변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가 내놓은 핵심 요구는 '24시간 아동학대 신고 체계 구축'이다. 현재 아동학대 신고는 112나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분산되어 있고, 야간이나 주말엔 즉각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다. 신수경 변호사는 "여수 사건처럼 홈캠에 녹화된 학대 정황이 있어도 실시간 개입할 시스템이 없다"며 "골든타임을 놓치는 비극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일 발생한 여수 영아 살해 사건은 부모가 생후 4개월 아기를 방임하다 숨지게 한 충격적 사례다. 홈캠 영상엔 아기의 비명소리가 담겨 있었지만, 이웃 누구도 신고하지 않았다.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인 의료진조차 정기 검진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정부는 이미 2019년 '포용국가 아동정책'에서 아동학대 대응 체계 공공화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론 예산 부족을 이유로 민간 위탁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전국 71개 아동보호전문기관 중 국가 직영은 단 2곳뿐이다. 나머지는 민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며 상담원 1인당 담당 사례가 평균 68건에 달한다.

민변이 분석한 아동학대 통계도 심각성을 보여준다. 2024년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4만 2천여 건으로 5년 전보다 35% 늘었다. 특히 영아(0~3세) 학대는 전체의 28.3%를 차지해 가장 취약한 연령대로 나타났다. 학대 가해자의 82%는 부모였다.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확충', 'e아동행복지원시스템 고도화' 같은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에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전담 공무원은 계획된 인원의 60%만 채워졌고, 위기 아동 발굴 시스템은 빅데이터 오류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미국은 전 지역에서 24시간 핫라인을 운영하고, 신고 접수 즉시 48시간 내 현장 조사를 의무화했다. 일본도 2019년부터 전국 통합 번호(189)로 24시간 신고를 받는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신고해도 개입이 늦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민변은 이번 성명에서 ▲24시간 통합 신고 체계 ▲아동보호전문기관 국가 직영화 ▲학대 위험 가정 전수 조사 ▲신고 의무자 처벌 강화를 정부에 요구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단계적 공공화를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고 있다.

다음 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24시간 신고 체계를 법제화하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예산 확보가 관건이다. 여야가 아동 생명보다 정치적 계산을 앞세울지 지켜볼 일이다.

이 기사는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맥락과 통계를 추가해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