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대기업들이 앞다퉈 ESG 평가 등급을 홍보할까. 대동이 글로벌 ESG 평가기관 에코바디스에서 실버 메달을 받았다고 발표한 시점은 우연이 아니다. 4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기관투자자들이 ESG 성과를 투자 기준으로 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이런 평가가 '반쪽짜리'라고 비판한다. 대기업이 받는 ESG 평가는 직접고용 노동자만 대상으로 하고, 전체 생산의 70%를 담당하는 하청·협력업체 노동자는 제외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에코바디스 평가 항목을 보면 '공급망 노동권'은 전체 점수의 5%에 불과하다.
기업들은 왜 협력업체를 평가에서 뺄까. 답은 간단하다. 포함시키면 점수가 떨어진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조사한 바로는 제조업 원청의 평균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1차 하청은 72, 2차 하청은 58 수준이었다. 산업안전 사고의 85%가 하청업체에서 발생한다는 고용노동부 통계도 있다.
유럽연합은 내년부터 '공급망 실사법'을 시행한다. 연매출 4억 5천만 유로 이상 기업은 협력업체의 인권·환경 문제까지 책임져야 한다. 위반 시 전 세계 매출의 5%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 ESG 공시 의무화 논의 단계다.
비슷한 사례가 이미 있었다. 2013년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붕괴로 1,134명이 사망한 라나플라자 참사다. 당시 공장에서 생산한 옷을 판매하던 유럽 브랜드들은 '우리는 몰랐다'고 했지만, 시민사회의 압력으로 결국 보상기금을 조성해야 했다. 이후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망 관리를 강화했다.
한국 시민단체들은 무엇을 요구하나. 참여연대와 경실련은 'K-ESG 가이드라인'에 공급망 노동권 비중을 현재 5%에서 20%로 높이라고 요구한다. 또 원청이 하청업체 노동조건을 개선하면 세액공제를 주는 방안도 제안했다. 정부는 '기업 자율'이라는 입장이다.
다음 국면은 4월 주주총회다. 국민연금이 보유 지분을 활용해 ESG 개선을 요구할지가 관건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처음으로 탄소중립 관련 주주제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올해는 공급망 노동권이 의제가 될 수 있을까. 노동계는 이미 주주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