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뮈니케에너지·환경

한전 재생에너지 요금 인상, 기업들 탄소중립 비용 부담 가중

맥락한전이 재생에너지 PPA 요금 인상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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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한국전력 본사 회의실. 지난해 12월 말,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 요금 변경을 알리는 내부 문건이 돌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들었다. 한전이 사전 협의 없이 요금 체계를 바꾼 것이다.

한전이 기업 대상 재생에너지 전력 요금을 올리면서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2026년부터 EU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하는 상황에서 수출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PPA는 기업이 태양광·풍력 발전소와 직접 계약해 친환경 전력을 구매하는 제도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들이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목표 달성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한전이 이 요금을 인상하면서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조달 비용이 연간 수백억 원씩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실제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2023년 도입한 녹색프리미엄 요금제도 초기 kWh당 10원에서 시작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전력거래소 통계를 보면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8.2%에 불과한데, OECD 평균(30.5%)의 4분의 1 수준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EU가 수입품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CBAM이 내년부터 본격화된다.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등 탄소 다배출 업종부터 시작해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국내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쓰지 못하면 EU 수출 때 톤당 최대 100유로의 탄소세를 물어야 한다. 연간 수출액 기준으로 환산하면 한국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탄소세는 3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한전의 요금 인상이 단기 수익 개선에만 초점을 맞춘 근시안적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한전은 2023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누적 적자가 40조 원을 넘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요금을 올려 기업의 탄소중립을 가로막으면 결국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애플은 2030년까지 모든 협력업체에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도 비슷한 요구를 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추경에서 민생지원금을 검토하고 있지만, 정작 기업의 에너지 전환 지원책은 빠져 있다. 독일은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환에 연간 10조 원 이상을 지원하고, 미국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대규모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다. 한국만 재생에너지 요금을 올리며 기업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이 기사는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맥락과 통계를 추가해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