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포르마시옹
실험실창업

연구실에서 나온 기업, '9.3배' 빨리 컸다지만 — 그 평균이 가린 병목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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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과기정통부 실험실창업 실태조사(5/21)
생존기업 3,850개, 고성장 비율 19.5%
일반 기업(2.1%)의 9.3배라지만 '조건부'
평균 고용 6.9→9.6명, 매출 4억→9억
누적 투자 4.5조, 단 878개 기업 기준
바이오·의료에 53%, 창업은 교원이 46%
진짜 질문은 '평균' 뒤 스케일업 병목
📊숫자로 보는 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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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대상 실험실창업 기업
2024년말 생존·업력 10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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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장기업 비율(10인↑)
19.5%·일반 기업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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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기업 대비 고성장
9.3배·조건부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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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투자유치(878개 기준)
4조5,272억원·바이오 53%

대학·출연연 연구실에서 나온 기업이 일반 기업보다 9.3배 빨리 컸다. 솔깃한 숫자죠? 그런데 이 '9.3배'가 정확히 뭘 잰 건지, 그리고 그 평균 뒤에 무엇이 가려졌는지 따져본 적 있으신가요? 결론을 먼저 귀띔하면, 성장은 진짜지만 그 숫자엔 조건과 사각지대가 함께 붙어 있습니다. 5월 21일 과기정통부 실태조사를 그렇게 읽어봅니다.

■ 먼저, 무엇을 잰 숫자인가

이번 「2025년 실험실창업 실태조사」는 2024년 말 기준 생존 중인 업력 10년 이내(2015~2024년 창업) 실험실창업 기업 3,850개사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핵심 수치는 이겁니다. 상용근로자 10인 이상 기업 중 '고성장기업' 비율이 19.5%로, 일반 활동기업(2.1%)의 약 9.3배.

[※참고: 여기서 '고성장기업'은 최근 3년간 매출과 고용이 각각 20% 이상 늘어난 곳을 말합니다. 즉 9.3배는 '전체 성공률'이 아니라, 10인 이상으로 이미 일정 규모에 오른 기업들 사이의 고성장 비율 비교입니다. 의미를 좁혀 읽어야 합니다.]

평균값도 우상향입니다. 평균 고용은 2019년 6.9명에서 2024년 9.6명으로, 평균 매출은 4억원에서 9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연구실 기술이 기업·고용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죠.

■ '평균'이 가리는 것 — 생존자만 모인 표본

그런데 평균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이 조사는 '2024년 말 생존 중인' 기업만 봅니다. 즉 그 사이 폐업·휴업했거나, 기술이전 뒤 사업화에 실패한 기업은 표본에서 빠져 있을 수 있습니다. 살아남은 기업들의 평균이 좋아 보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이른바 '생존 편향'이죠.

평균값 자체도 분포를 가립니다. 평균 매출 9억원 뒤에 중위값은 얼마인지, 적자 기업이나 후속 투자에 실패해 정체된 기업이 얼마나 되는지는 평균 한 줄로 보이지 않습니다. "빠르게 큰다"는 서사는, 빠르게 크는 일부와 조용히 멈춘 다수를 같은 칸에 넣을 위험이 있습니다.

■ 돈은 어디로 몰렸나 — 4조5,272억원, 그리고 53%

투자 쪽을 볼까요. 투자 정보가 확인된 878개 기업의 누적 투자유치액이 4조5,272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큰 숫자지만 전제를 봐야 합니다. 3,850개 전체가 아니라 '투자 정보가 확인된 878개' 기준이라는 점이요. 나머지 기업의 자금 사정은 이 숫자에 안 담깁니다.

분야 쏠림도 뚜렷합니다. 누적 투자유치의 53.0%가 바이오·의료에 몰렸습니다. 강점일 수 있지만, 바이오는 임상·인허가에 긴 시간과 큰돈이 들고 후속 투자 공백 위험도 큽니다. 한 분야에 자금이 몰린다는 건, 다른 분야 연구실 기업은 자본 접근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누가 창업하나 — 교원 46%라는 구조

'누가' 창업하는지도 중요합니다. 창업 유형은 교원 창업이 1,780개사(46.2%)로 가장 많고, 기술출자·기술이전 창업 1,292개사(33.6%), 연구원 창업 434개사(11.3%), 대학원생 창업 344개사(8.9%) 순입니다.

교원 중심 구조는 연구성과를 빠르게 기업으로 옮기는 데 유리합니다. 다만 질문이 남습니다. 교수가 창업 주체일 때 대학원생·연구원의 기여는 지분과 기술료에서 어떻게 배분되는지, 학생·젊은 연구자가 직접 창업에 진입할 통로는 충분한지요. 겸직·휴직과 실패 후 복귀 경로까지, 사업화 '경로의 설계'가 따라붙어야 하는 대목입니다.

■ 그래서, 다음 질문은 '건수'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업종을 봅시다. 기술기반 업종이 전체의 90.8%(제조업만 40.5%)입니다. '딥테크'라는 포장이 멋있지만, 뒤집으면 이들 상당수가 장비·실증·인증·양산·첫 고객 확보라는 무거운 비용을 떠안는다는 뜻입니다. 연구실에서 '되는 기술'과 시장에서 '팔리는 제품' 사이엔 죽음의 계곡이 있죠.

정리해 볼까요. 9.3배 성장, 4조5,272억원 투자, 90.8% 기술기반 — 분명한 성과입니다. 하지만 그 숫자들엔 '10인 이상·고성장 정의', '생존기업만', '878개 기준', '바이오 53% 쏠림'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그러니 정책이 던질 질문은 "창업이 몇 건이냐"가 아니라, "연구실 기술이 파일럿 생산, 첫 매출, 후속 투자, 해외 인증까지 넘어가게 누가 다리를 놓느냐"입니다. 평균이 가린 그 병목에, 다음 정책의 진짜 과제가 있습니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1'9.3배'는 성공률이 아니다. 고성장 비율은 10인 이상·최근 3년 매출·고용 20%↑라는 조건이 붙은 수치다. 정의를 빼고 인용하면 '연구실 창업은 9배 성공'으로 과장된다.
2생존기업만 본 평균이다. 조사는 살아남은 기업 대상이다. 폐업·사업화 실패는 빠진다. 평균 매출 9억원 뒤의 중위값·적자 분포가 진짜 그림이다.
3투자 4조5,272억원의 절반이 바이오로 쏠렸다. 누적 투자는 878개 확인 기업 기준이고, 53%가 바이오·의료다. 분야별 자본 접근성 격차와 교원 중심 창업의 권리 배분이 다음 과제다.

이 기사는 공공 데이터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