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을 실어 나르는 가격표
[사설 구급차 요금 인상]과 「어떻게 죽을 것인가」
토요일 저녁 갑자기 몸이 나빠졌다고 해봅시다. 사설 구급차를 부르면 기본요금에 20% 할증이 자동으로 붙고 병원에 도착한 뒤 30분이 넘으면 10분마다 6000원이 추가됩니다. 한 달 뒤 새 요금 기준이 적용되면 생기는 풍경입니다.
2026년 7월 13일 보건복지부가 공포한 개정령은 2014년 이후 12년 만의 조정입니다. 일반구급차의 10킬로미터 이내 기본요금은 3만 원에서 4만 원으로, 특수구급차는 7만5000원에서 9만5500원으로 오릅니다. 이 금액은 법 제44조제1항제1호부터 제4호까지의 의료기관·응급환자이송업자 등에 적용되는 것이고 제5호 비영리법인 구급차는 일반 2만6600원, 특수 6만3600원의 별도 요금이 적용됩니다. 추가요금도 함께 뜁니다. 일반구급차는 1킬로미터당 1000원에서 1500원으로, 특수구급차는 1300원에서 2300원으로 오릅니다.
숫자만 보면 물가 연동 조정처럼 느껴지죠. 그런데 이 요금표 옆에 가완디의 책을 놓으면 질문이 달라집니다. 외과의사이자 작가인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노화와 죽음을 맞는 방식을 묻는 책입니다. 한국어판은 김희정 번역으로 부키가 2015년 5월 29일 펴냈고 2014년 10월 7일과 304쪽은 미국에서 나온 영어 원서 『Being Mortal』의 서지정보입니다.
출판사 맥밀런은 이 책을 삶의 질을 중심에 놓는 책으로 소개합니다. NPR은 2014년 훌륭한 책 목록에 이 책을 올렸습니다. 가완디가 책 전체에서 반복해서 하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지금 당신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요.
새 기준에서 평일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20% 할증이 붙고 토요일과 공휴일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몸은 시계를 가리지 않는다는 건 모두가 압니다. 병이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면 이 할증은 누구에게 더 무거울까요?
가완디의 시선을 빌리면 이 시간대 구분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닙니다. 아픈 몸이 어느 시간에 이동하느냐에 따라 부담이 달라지는 구조는 이동 자체가 어떻게 짜였는지를 드러냅니다.
이번 개정령에는 요금 외에 한 가지가 더 들어 있습니다. GPS 기반 실시간 운행정보 제출 의무입니다. 민간이송업자에게는 공포 3개월 뒤부터, 의료기관과 국가·지방자치단체 구급차에는 1년 3개월 뒤부터 적용됩니다.
구급차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면 이동의 투명성은 높아집니다. 그렇다면 이동 중인 환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누가 물어볼까요?
가완디는 삶의 질이라는 목표가 환자의 목소리 없이는 세울 수 없다고 거듭 짚습니다. 이 점은 병원 침대 위에서도 구급차 안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장소가 바뀌어도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물어야 알 수 있는 것이거든요.
대기요금 조항을 다시 살펴보면 의료기관 도착 후 30분이 넘으면 10분마다 6000원이 쌓입니다. 이 조항은 구급차가 병원 앞에 서서 기다리는 상황을 가격으로 명시합니다. 그 30분 동안 안에 있는 사람은 무엇을 느낄까요?
12년 만에 바뀐 요금표와 가완디의 책은 결국 같은 질문 앞에 섭니다. 아픈 몸을 실어 나르는 숫자들이 환자의 선택과 삶의 질을 얼마나 담아내느냐 하는 것입니다. 요금이 오른다는 사실보다 그 요금표가 어떤 원칙 위에 서 있는지가 더 오래 남는 질문입니다.
토요일 저녁 구급차 안에서, 가완디가 내내 건네는 질문은 요금이 얼마인가가 아니라 지금 당신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입니다.
2014년 이후 처음 손본 이송처치료 체계는 이동 중 돌봄이 어떻게 가격화되는지를 점검할 드문 기회를 엽니다.
20% 야간 할증은 2014년부터 자정~오전 4시에 적용돼 왔지만 이번 개정으로 평일 적용시간이 오후 6시~다음 날 오전 9시로 확대되고 토요일·공휴일 할증이 새로 도입됐습니다.
가완디는 이동과 대기의 설계가 환자의 선택과 삶의 질을 얼마나 담아내는지 묻는 눈길을 제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