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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17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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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이 말하지 않는 것
영화로 세상을 보다

성장률이 말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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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정부가 2026년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을 2.0%에서 3.0%로 높이면서 취업자 증가 전망치는 오히려 16만 명에서 15만 명으로 낮췄습니다. 성장률 상승이 주로 반도체에서 나왔지만 반도체 산업의 취업유발계수가 서비스업에 비해 크게 낮다는 점이 그 이유입니다. 5월 취업자가 전년 동월보다 4만 명 줄어든 수치는 성장률 뒤에서 고용 지형이 다르게 움직이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는 기업도시가 경제적으로 무너진 뒤 밴을 타고 유목 생활에 나선 여성 펀의 이야기를 통해 성장 지표가 담지 못하는 삶의 결을 스크린에 새깁니다.

성장률이 오르면 일자리도 느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올해 경제 전망은 그 상식에 간단히 고개를 끄덕이지 않습니다. 성장 전망과 고용 전망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킨 해입니다.

정부는 2026년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3.0%로 높이면서 취업자 증가 전망치는 16만 명에서 15만 명으로 낮췄습니다.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성장률 상승의 주된 동력이 반도체이지만 반도체 산업의 취업유발계수가 높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2023년 기준 IT 제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생산액 10억 원당 3.6명인데 서비스업은 같은 기준에 10.0명이거든요.

이 대목에서 한 편의 영화가 겹쳐 보입니다.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는 저널리스트 제시카 브루더가 2017년에 펴낸 논픽션을 각색한 작품이죠. 제77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에 이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영화의 출발점은 네바다의 한 기업도시가 경제적으로 무너지는 장면입니다.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연기하는 주인공 펀은 그 뒤에 밴을 타고 현대의 유목 생활에 나섭니다.

기업도시가 무너진다는 설정이 낯설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2026년 5월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보다 4만 명 감소한 수치는 성장률 뒤에서 고용 지형이 고르지 않게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영화 스틸 — 노매드랜드
ⓒ TMDB

같은 해 4월에는 전년 동월보다 7만 4000명이 늘었습니다. 성장률이 오르는 해에 취업자 전망치가 낮아진다면 그 격차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클로이 자오 감독은 그 물음을 스크린에서 펀의 이동 경로로 그려냅니다. 기업도시가 경제적으로 무너진 뒤 선택된 유목 생활이라는 점에서 「노매드랜드」는 성장률과 취업자 수가 포착하기 어려운 삶의 결을 건드립니다.

IT 제조업이 서비스업보다 취업유발계수가 낮다는 사실은 반도체 호황이 전체 고용 시장으로 번지는 속도에 한계가 있음을 드러냅니다. 성장률 전망치를 올리면서 동시에 취업자 증가 전망치를 낮춘 것은 그 구조를 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입니다.

「노매드랜드」가 베네치아와 아카데미에서 모두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기업도시가 무너진 자리에서 시작하는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성장률이 3.0%로 오르는 해에도 취업자 전망치는 낮아졌습니다. 성장과 고용의 간극이 수치 안에서 조용히 벌어지고 있습니다.

펀이 밴 위에서 나서는 유목 생활을 「노매드랜드」는 바깥에서 관찰하지 않고 함께 이동합니다. 결말은 화면에 맡기겠지만 그 여정이 품은 물음은 이쪽으로도 건너옵니다.

성장률이 오르면 일자리도 는다는 공식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올해 수치들이 보여주는 해에 펀은 여전히 밴 위에서 달리고 있습니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고용 없는 성장

반도체가 이끄는 성장은 취업유발계수가 낮아 취업자 수 증가로 곧장 이어지지 않습니다. 성장률 전망을 높이면서 취업자 전망은 낮춘 올해의 역설이 그것을 보여줍니다.

2
기업도시의 붕괴

「노매드랜드」는 네바다의 한 기업도시가 경제적으로 무너진 뒤 유목 생활에 나선 여성 펀의 이야기에서 출발합니다. 성장 지표 바깥에서 움직이는 삶을 영화가 따라갑니다.

3
숫자의 간극

5월 취업자가 전년 동월보다 4만 명 줄어든 수치와 취업자 증가 전망치의 하향은 성장률 수치가 고용의 모든 결을 담지 못함을 드러냅니다. 펀의 밴이 그 간극 속을 달립니다.

공식 예고편

Nomadland (2020) — 클로이 자오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