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더 빠르게 커질 때 일자리도 함께 늘어나는 걸까요? 올해 정부는 성장률 전망을 올리면서 같은 자리에서 취업자 증가 예상치를 낮췄습니다. 성장과 고용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는 이 장면이 출발점입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0%에서 3.0%로 뛰어올랐습니다. 반면 취업자 증가 전망은 16만명에서 15만명으로 낮아졌습니다. 월별로 보면 격차가 더 선명합니다. 2026년 4월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7만4000명 늘었지만 5월엔 4만명 줄었고 2025년 전체 19만명 증가와 비교하면 올해 흐름은 꺾인 셈이죠.
이 간격을 먼저 들여다본 영화가 있습니다. 벨기에의 장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 형제가 만든 「내일을 위한 시간」입니다. 2014년작으로 그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랐고 주연 마리옹 코티야르는 제87회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주인공 산드라는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입니다. 자리를 지키려면 동료들이 보너스를 포기해야 하는 구도거든요. 산드라는 단 이틀, 주말 동안 동료 한 명 한 명의 집을 찾아가 직접 설득해야 합니다. 95분의 영화는 그 문을 두드리는 과정을 따라갑니다.
왜 성장이 고용을 따라가지 못할까요? 2023년 기준 IT 제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생산액 10억원당 3.6명이었습니다. 같은 해 서비스업은 10억원당 10.0명이었죠. 성장이 어떤 분야에서 이뤄지느냐에 따라 일자리의 숫자가 크게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내일을 위한 시간」의 구조도 비슷한 물음을 품고 있습니다. 회사가 만든 선택지는 분명합니다. 보너스 아니면 산드라의 자리. 회사의 비용 문제가 왜 산드라 혼자 떠안아야 할 설득의 과제로 돌아왔을까요? 동료들은 그 프레임 안에서 각자의 답을 내야 합니다.
현실의 논리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정부가 성장률을 높이면서도 취업자 전망을 낮춘 배경에는 성장을 이끄는 산업의 성격이 있습니다. IT 제조업처럼 자본 집약적인 분야는 생산이 늘어도 고용이 같은 속도로 따라오지 않습니다.
산드라가 두드리는 문마다 같은 질문이 기다립니다. 보너스를 포기할 수 있겠느냐는 것. 동료들은 각자의 이유로 그 질문 앞에 서게 됩니다. 영화는 그 반복을 지워내지 않고 끝까지 따라갑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양질의 청년 일자리 20만개 이상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3대 메가 프로젝트와 첨단산업 분야에서 청년 전문인력 20만명 이상을 양성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내놨습니다. 먼 곳을 향한 숫자입니다. 하지만 지금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인 사람에게 2030년은 다른 시간표입니다.
산드라의 이틀이 바로 그런 시간입니다. 먼 미래의 약속이 아니라 이번 주 월요일 아침이 문제입니다. 영화가 느리고 가깝게 담아내는 것은 그 현재의 무게입니다.
서비스업 10억원당 10.0명 대 IT 제조업 3.6명. 이 간격은 성장의 결실이 고용으로 얼마나 전환되느냐의 문제거든요. 산드라가 직면한 선택지는 그 전환이 충분하지 않을 때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를 보여줍니다.
경제가 더 빠르게 커질 때 일자리도 함께 늘어나는 걸까요 — 도입에서 던진 그 물음은 수치만으로는 닫히지 않습니다. 어떤 산업이 성장을 이끄느냐가 그 답을 채웁니다. 보너스 아니면 내 자리를 선택하게 하는 구도가 어디서 비롯한 것인지, 산드라가 두드리는 문들이 조용히 가리킵니다.
성장률은 3%로 올랐지만 취업자 증가 전망은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성장과 고용이 자동으로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는 신호입니다.
2023년 기준 IT 제조업은 10억원당 3.6명, 서비스업은 10.0명입니다. 어떤 산업이 성장을 이끄느냐가 일자리의 숫자를 가릅니다.
영화 속 회사는 고용 비용을 동료들 사이의 선택지로 분산시켰습니다. 구조적 결정이 개인의 선택처럼 보이게 만드는 방식을 영화는 95분 내내 따라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