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분 | 내용 |
|---|---|
| 제목 | 「99홈즈」(99 Homes) |
| 감독 | 라민 바흐라니 |
| 연도 | 2014년 |
| 2026년 1~7월 서울 아파트 신규 전월세 계약 | 7만273건 |
| 서울 아파트 반전세 비중은 2023년 | 11.8% |
| 서울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 월세는 2023년 | 555만원 |
| 서울 잠실동 리센츠 동일 평형 월세는 2023년 | 320만원 |
올해 1~7월 서울에서 아파트 새 전월세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건수가 7만273건입니다. 이 가운데 월세와 반전세가 3만9042건, 55.6%를 차지했죠. 1년 전만 해도 46.3%였습니다. 전세를 원했는데 월세를 받아든 사람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일까요.
흐름은 완만하지 않습니다. 반전세 비중은 2023년 11.8%에서 2024년 12.2%, 2025년 13.8%를 거쳐 올해 16.8%까지 올랐습니다. 6월15일 기준으로 보면 월세 비중이 54.1%, 전세가 45.9%로 8.2%포인트 벌어졌습니다. 2025년 12월까지 5대5를 지키던 저울이 올해 들어 한쪽으로 확 기울었습니다.
이 저울이 기우는 소리를 들으면 한 편의 영화가 떠오릅니다. 「99홈즈」(라민 바흐라니 연출, 2014)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뒤 미국 플로리다의 주택 압류 위기를 배경으로 합니다. 집을 잃는 사람과 집을 빼앗는 사람이 같은 프레임 안에 놓이는 이야기죠.
건설노동자 데니스 내시(앤드류 가필드)는 어느 날 자신의 집에서 쫓겨납니다. 그를 퇴거시킨 사람은 부동산 브로커 릭 카버(마이클 섀넌)입니다. 그런데 내시는 카버 밑에서 일을 시작하고 이번엔 자기가 다른 세입자를 문밖으로 끌어냅니다. 쫓겨난 자가 쫓아내는 자가 되는 겁니다.
서울 세입자를 문밖으로 미는 힘은 총이 아니라 숫자입니다. 6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격은 1년 전보다 10.88%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전세 거래량은 12.5% 줄었습니다. 전세는 비싸지는데 매물은 사라지니 남는 선택지가 월세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 금리가 밀어내는 사람들
왜 하필 지금일까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7월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렸습니다. 3년 6개월 만의 인상이고 금통위원 7명이 만장일치였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집주인은 보증금을 굴려 얻는 이자가 커지므로 월세를 선호할 이유가 생깁니다.
문제는 이 인상이 세입자 부담으로 곧장 옮겨간다는 점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은 전월세전환율 법정 상한을 '한국은행 기준금리+2%포인트'로 묶어 둡니다. 7월 인상으로 그 상한이 4.5%에서 4.75%로 조정됐습니다.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적용하는 비율의 천장이 그만큼 높아진 셈이죠.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고시한 상반기 시장 전월세전환율은 이미 6.4%입니다.
그 부담은 고지서로 나타납니다.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 월세는 2023년 555만원에서 올해 680만원으로 뛰었습니다. 잠실동 리센츠 같은 평형은 320만원에서 440만원이 됐습니다. 3년 사이 매달 100만원 넘게 더 내야 하는 집이 서울 한복판에 있습니다.
「99홈즈」에서 카버가 던지는 논리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는 감정 없이 계산합니다. 은행과 정부가 만든 규칙 안에서 압류된 집을 사들이고 세입자를 내보내는 일이 그에게는 그저 사업입니다. 영화가 그리는 퇴거는 악당의 음모가 아니라 시스템의 정상 작동입니다.
내시가 카버의 세계로 넘어가는 장면은 그래서 서늘합니다. 그는 나쁜 사람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가족을 지킬 집값을 마련하려고 반대편에 섭니다. 퇴거시키는 자와 퇴거당하는 자의 경계는 도덕이 아니라 돈의 위치가 정합니다. 이 경계, 지금 서울에서도 선명할까요. 그렇게 보긴 어렵습니다 — 오늘의 세입자가 내일의 집주인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거든요.
■ 물가는 잠잠한데 왜
통계 지표만 보면 상황은 차분해 보입니다. 통계청은 7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2.8% 올라 3개월 만에 2%대로 돌아왔다고 밝혔습니다. 집세도 전월 대비 0.2%, 전년 동월 대비 1.1% 상승에 그쳤습니다. 숫자만 보면 주거비는 안정된 것처럼 읽히죠.
하지만 실거래 현장의 체감은 다릅니다. 지수는 계약이 갱신될 때 천천히 반영되지만 새로 집을 구하는 사람은 오른 월세를 곧바로 마주합니다. 평균이 잔잔하다고 개인의 파도가 잔잔한 건 아닙니다. 「99홈즈」의 카버가 화면 밖에서 계산기를 두드릴 때, 화면 안 세입자는 짐을 싸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제7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라 황금사자상 후보가 됐습니다. 마이클 섀넌은 2015년 미국배우조합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고 도빌 아메리칸 필름 페스티벌 그랑프리도 받았죠. 로튼토마토 신선도 92%, IMDb 7.1이라는 평가가 말해 주듯, 12년 전 플로리다의 이야기는 여전히 낯설지 않습니다.
내시가 마지막에 어느 문 앞에 서는지는 화면에 맡기겠습니다. 다만 올해 서울에서 전월세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7만273건 가운데 절반 넘는 문 앞에도, 누군가의 짐이 조용히 쌓이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임대차가 2025년 5대5에서 2026년 월세 55.6%로 기울며 세입자의 선택지가 빠르게 좁아졌습니다.
기준금리 2.75% 인상이 전월세전환율 상한을 4.75%로 밀어올려, 오른 월세는 개인이 아니라 구조가 정한 부담입니다.
「99홈즈」의 퇴거 드라마처럼, 집을 지키는 자와 밀려나는 자의 선은 도덕이 아니라 돈의 위치가 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