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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지킨 집, 누구의 집일까
영화로 세상을 보다

빚으로 지킨 집, 누구의 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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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2026년 7월 가계대출이 다시 6조원 넘게 늘며 하반기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증가폭은 6월보다 줄었지만 1년 전과 견주면 크게 불었고 누적 증가액은 벌써 지난해 연간치에 육박합니다. 금리와 연체율이 나란히 오르는 국면에서 집은 가족을 지키는 안전망이면서 채권자가 통제하는 위험자산이 됩니다. 영화 「99홈즈」는 집을 잃은 사람이 자신을 내쫓은 이의 밑에서 생계를 잇는 이야기로 그 부담이 흘러내리는 구조를 비춥니다. 숫자 뒤에 놓인 사람의 자리를 함께 따라가 보겠습니다.
「99홈즈」(2025년 12월 4일 기준)
구분내용
제목「99홈즈」(99 Homes)
감독라민 바흐라니
연도2014년
2025년 3월 말 전체 가구의 평균 부채9,534만원
2025년 3월 말 전체 가구52.0%
2025년 3월 말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평균 금융부채1억3,057만원
2025년 3월 말 가구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16.8%
자료 | 국가데이터처·한국은행·금융감독원,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 2025-12-04

빚으로 지킨 집에서 어느 날 밖으로 내몰린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금융위원회가 8월 14일 내놓은 잠정 집계를 보면 2026년 7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6조2천억원 늘었습니다. 6월의 8조3천억원보다 증가폭은 줄었지만 2025년 7월의 2조2천억원과 견주면 규모가 크게 불어났습니다.

그렇다면 이 정도 둔화를 두고 고비를 넘겼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보긴 힘듭니다. 2026년 1∼7월 누적 증가액이 35조3천억원으로 벌써 2025년 연간 증가액 38조원의 92.9%에 이르렀거든요. 게다가 최근 5년간 7월의 월평균 증가액은 3조6천억원으로 전체 월평균 2조4천억원보다 50% 많았습니다.

빚으로 떠받친 집이 흔들릴 때 사람은 그대로일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99홈즈」(라민 바흐라니, 2014)는 압류된 집을 되찾으려는 실직한 한부모가 자신을 퇴거시킨 부동산 중개업자 밑에서 일하게 되는 이야기죠. 지키고 싶은 집이 남의 손에 넘어가는 순간부터 주인공의 선택지는 급격히 좁아집니다.

이 작품은 2014년 8월 29일 제71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처음 공개됐고 이듬해 도빌미국영화제 그랑프리를 받았습니다. 낯선 도시의 이야기 같지만 화면이 던지는 물음은 지금 우리 통계와 곧장 이어집니다.

■ 숫자가 가리키는 곳

다시 통계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2026년 7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3조5천억원으로 6월의 4조5천억원보다 1조원 줄었습니다. 기타 가계대출도 2조7천억원 늘어 6월의 3조8천억원보다 1조1천억원 감소했습니다. 창구별로 보면 은행권에서 5조4천억원, 제2금융권에서 8천억원이 늘었습니다.

영화 스틸 — 99홈즈
ⓒ TMDB

흐름을 더 길게 보면 집을 빌리는 데 드는 빚이 특히 두드러집니다. 예금은행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015년 말 25조3천억원에서 2025년 말 166조6천억원으로 불었습니다. 같은 기간 예금은행 가계대출에서 전세대출이 차지한 비중도 4.5%에서 16.5%로 커졌습니다. 집을 사든 빌리든 빚이 앞장서는 구조가 10년 사이 단단히 굳었습니다.

「99홈즈」에서 집은 두 얼굴을 지닙니다. 가족을 지켜 주는 안전망이면서 동시에 열쇠를 쥔 사람이 언제든 회수하는 위험자산이죠. 냉정한 중개업자를 연기한 마이클 섀넌은 이 이중성을 몸에 새겨 제73회 골든글로브 영화부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 오르는 금리, 흔들리는 연체

부담의 무게는 금리에서 먼저 드러납니다.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26년 5월 연 4.32%에서 6월 4.36%로 0.04%포인트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신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비중은 41.6%에서 37.7%로 3.9%포인트 낮아졌습니다. 금리가 오르는 국면에서 이자가 출렁이는 변동금리를 고른 차주가 늘었다는 뜻입니다.

연체 지표에도 미세한 균열이 보입니다. 국내은행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2026년 4월 말 0.30%에서 5월 말 0.31%로 올랐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을 뺀 국내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0.83%에서 0.90%로 더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집을 담보로 잡지 못한 빚일수록 먼저 흔들린다는 신호입니다.

영화가 가장 날카로운 대목이 바로 여기입니다. 자신을 내쫓은 사람의 밑으로 들어가 생계를 잇는 주인공의 처지는 부담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는 오늘의 구조와 겹칩니다. 담보 없는 빚이 먼저 흔들린다는 조금 전 숫자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 평균의 살림에 닿은 빚

통계는 이 부담이 이미 평범한 살림에 닿아 있음을 보여 줍니다. 2025년 3월 말 전체 가구의 평균 부채는 9,534만원으로 전년보다 4.4% 늘었습니다. 전체 가구의 52.0%가 금융부채를 안고 있었고 그 가구들의 평균 금융부채는 1억3,057만원이었습니다. 2024년 가구가 낸 이자비용도 전년보다 4.4% 증가했습니다.

물론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2025년 3월 말 16.8%로 전년보다 0.1%포인트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부채 액수와 갚아야 할 이자는 함께 불어났습니다. 2026년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1천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4조원 늘었고 그중 주택 관련 대출이 8조1천억원을 차지했습니다.

빚으로 지킨 집에서 밖으로 내몰리는 화면 속 그 장면이, 이 집은 정말 누구의 집이냐는 물음을 오늘의 숫자에 다시 던집니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둔화의 착시

증가폭은 6월보다 줄었지만 1∼7월 누적이 벌써 지난해 연간치의 92.9%라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2
부담의 전가

금리와 연체율이 함께 오르는 국면에서 담보 없는 빚이 먼저 흔들리며 취약한 쪽으로 부담이 밀립니다.

3
집의 두 얼굴

「99홈즈」는 집이 안전망이자 채권자가 통제하는 위험자산이라는 이중성을 인물의 선택으로 보여 줍니다.

공식 예고편

99 Homes (2014) — 라민 바흐라니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