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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문턱의 30분, 돌봄의 값을 묻다
영화로 세상을 보다

병원 문턱의 30분, 돌봄의 값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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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기본요금이 오르고 병원 도착 후 대기한 시간에도 값이 붙습니다. 이송의 거리뿐 아니라 병원 문턱에서 흐르는 시간까지 돈으로 환산되는 자리에서, 한 프랑스 영화는 병원 대신 집에 남은 노부부를 조용히 응시합니다. 요금표의 숫자 뒤에는 누군가의 간병과 이동과 대기의 시간이 놓여 있습니다. 집에 남고 싶다는 마음과 돌봄에 드는 값 사이의 거리를 함께 들여다봅니다.
작품정보와 민간구급차 종전 요금(2014년 고시)
구분내용
제목「아무르」(Amour)
감독미카엘 하네케
연도2012년
의료기관 일반구급차 종전 기본요금(10㎞ 이내)3만원
의료기관 특수구급차 종전 기본요금(10㎞ 이내)7만5000원
비영리법인 일반구급차 종전 기본요금(10㎞ 이내)2만원
비영리법인 특수구급차 종전 기본요금(10㎞ 이내)5만원
자료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이송처치료의 기준 2014·2026 별표 3 · 2026-07-13

2026년 8월 14일부터 민간구급차의 요금표가 바뀌었습니다. 의료기관이 운용하는 일반구급차의 10㎞ 이내 기본요금은 3만원에서 4만원으로, 특수구급차는 7만5000원에서 9만5500원으로 올랐습니다. 비영리법인이 운용하는 일반구급차는 2만원에서 2만6600원으로, 특수구급차는 5만원에서 6만3600원으로 올랐습니다. 이번 개편은 2014년 인상 이후 12년 만의 이송처치료 조정이거든요.

바뀐 건 기본요금만이 아닙니다. 병원 도착 후 30분을 초과해 대기하면 초과시간 10분마다 6000원의 대기요금이 부과됩니다. 평일 야간 20% 할증 적용시간도 종전 0시~오전 4시에서 오후 6시~다음 날 오전 9시로 넓어졌고 토요일과 공휴일에도 기본요금과 추가요금의 20%를 가산하는 할증이 새로 생겼습니다. 이송 거리뿐 아니라 병원에서 흐르는 시간까지 값이 매겨지는 셈이죠.

■ 병실을 지운 아파트

이 대목에서 한 편의 영화가 떠오릅니다. 미카엘 하네케가 연출한 「아무르」(하네케, 2012)는 병원이 아니라 아파트를 무대로 삼습니다. 칸영화제는 이 작품을 안의 뇌졸중으로 사랑을 시험받는 은퇴한 음악교사 노부부의 이야기로 소개했습니다. 하네케는 병원 병실을 보여주는 대신 작품을 아파트에서 촬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왜 감독은 병실을 지웠을까요? 화면에 남은 건 구급차도 응급실도 아닌 오래된 집의 방과 복도입니다. 아픈 사람이 머무는 곳은 흰 벽의 병원이 아니라 익숙한 창과 피아노가 있는 자기 집입니다. 그 선택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지탱합니다.

■ 다섯 명 중 한 명의 노년

영화가 응시한 노년은 통계 속에서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장래인구추계 중위 시나리오를 보면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993만8235명으로 전체의 19.2%, 2025년 1051만3907명으로 20.3%입니다. 인구의 다섯 명 중 한 명이 노년에 접어드는 사회를 이 숫자가 그려 보입니다.

영화 스틸 — 아무르
ⓒ TMDB

그런데 사람들은 어디에서 아프고 싶어 할까요?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서 노인의 87.2%는 건강을 유지한다면 현재 집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했습니다. 건강이 나빠져도 현재 집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한 비율은 48.9%였습니다. 몸이 약해져도 절반 가까운 사람은 병원이 아니라 집을 택하고 싶어 합니다.

「아무르」의 부부가 집을 떠나지 않는 것도 그래서 아프게 다가옵니다. 병원의 흰 벽 대신 익숙한 식탁과 창이 있는 집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돌봅니다. 집에 남고 싶다는 마음과 돌봄에 드는 힘 사이의 거리를 영화는 조용히 비춥니다.

■ 돌봄이라는 청구서

집에 남은 돌봄의 무게는 숫자로도 드러납니다. 65세 이상 경도인지장애 유병률은 2016년 22.25%에서 2023년 28.42%로 6.17%포인트 높아졌습니다. 반면 치매 유병률은 같은 기간 9.50%에서 9.25%로 0.25%포인트 낮아졌습니다.

돌봄은 결국 가족의 몫으로 돌아옵니다.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치매 환자 가족 중 45.8%가 돌봄 부담을 느꼈고 환자와 따로 사는 가족의 평균 돌봄시간은 주당 18시간이었습니다. 관리비용도 가볍지 않아 지역사회 거주 치매 환자는 1인당 연간 1733만9480원, 시설·병원 거주 환자는 3138만1940원이 들었습니다.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시간도 있습니다. 「아무르」의 남편이 아내 곁을 지키는 시간은 요금표에도 통계표에도 들어가지 않죠. 그 시간은 청구서가 아니라 사랑의 이름으로 흐릅니다.

물론 모든 이송에 값이 붙는 건 아닙니다. 소방서가 운영하는 119구급차는 이송거리와 환자 수에 관계없이 무료거든요. 그렇다고 부담이 사라질까요? 병원과 집을 오가는 반복된 이동과 병원 문턱의 대기 시간은 누군가의 장부에 조용히 쌓입니다.

「아무르」는 2012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제85회 아카데미상에서 5개 부문 후보에 올라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습니다. 세계가 주목한 이 영화의 무대가 병실이 아니라 집이었다는 사실은 오늘의 요금표 앞에서 다시 무겁게 읽힙니다.

이송 거리와 병원 문턱의 시간에까지 값이 매겨지는 지금, 영화는 병원 대신 집에 남기로 한 두 사람을 보여줍니다. 요금표가 시간을 계산하는 자리에서, 아파트의 닫힌 문 안쪽에는 값을 매길 수 없는 돌봄의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시간에 매겨진 값

민간구급차 요금 개편이 이송 거리에 더해 병원 도착 후 대기 시간까지 요금으로 환산하면서 돌봄의 시간이 가격의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2
집에 남고 싶은 마음

노인 다수가 몸이 약해져도 집에 머물기를 바라지만 그 바람은 가족이 짊어지는 돌봄 시간과 비용의 무게와 맞닿아 있습니다.

3
병실을 지운 화면

「아무르」가 병원이 아닌 아파트를 무대로 삼은 선택은 오늘의 요금표가 계산하지 못하는 돌봄의 자리를 다시 비춥니다.

공식 예고편

Amour (2012) — 미카엘 하네케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