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분 | 내용 |
|---|---|
| 제목 | 「가버나움」(Capernaum) |
| 감독 | 나딘 라바키 |
| 연도 | 2018년 |
| 2024년 국내 운수업 종사자 | 153만5901명 |
낯선 이름의 사건 하나가 2026년 8월 19일 공개됐습니다. '택시기사 소정근로시간 3시간30분' 사건입니다. 하루 운전의 값을 세 시간 반으로 적어 둔 협정을 두고 대법원이 판단을 내렸거든요.
대법원은 이 임금협정에 탈법 여지가 있다고 봤습니다. 원심판결은 파기환송됐습니다. 공개된 판결문의 사건번호는 2025다213225입니다.
■ 종이에 적힌 시간, 운전대 앞의 시간
여기서 한 아이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나딘 라바키가 연출한 2018년 레바논 영화 「가버나움」의 열두 살 자인입니다. 자인은 출생증명서 없이 태어난 인물입니다. 태어난 것은 분명한데 그것을 증명할 종이가 없습니다.
자인은 결국 법정에 섭니다. 자신을 돌볼 수 없는 형편에서 낳았다는 이유로 부모를 세운 자리입니다. 존재는 눈앞에 있는데 그 존재를 담을 서류가 비어 있을 때 아이는 무엇으로 자기 권리를 말할까요. 영화는 그 물음을 오래 붙듭니다.
다시 판결로 돌아옵니다. 대법원은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거나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정해진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합의의 효력을 부정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정액사납금제에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을 바꾸지 않고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만 높이려고 소정근로시간을 줄인 합의는 무효라는 것이 대법원 법리입니다.

그렇다면 세 시간 반이면 충분한 시간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별도 택시 사건에서 1일 2시간이라는 소정근로시간이 통상 사납금을 마련하기에도 현저히 부족하고 실제 근로시간과 괴리된 비현실적 시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택시운전자의 실제 근로시간은 생각보다 넓습니다. 승객을 태운 영업시간뿐 아니라 입·출고와 정리 준비시간, 승객을 찾거나 기다리는 대기시간까지 포함하고 식사·휴게시간만 제외합니다.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효력은 최저임금법 회피 목적과 실제 근로시간과의 상당한 불일치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기준입니다.
■ 합의라는 말의 무게
노사가 스스로 합의했으니 문제가 없는 걸까요. 그렇게 보긴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노사가 자발적으로 합의했다는 사정만으로 최저임금법의 강행규범성이 약화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거든요.
그래서 합의가 탈법행위로 무효가 되면 빈자리를 그대로 두지 않습니다. 종전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의 유효한 소정근로시간 조항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협정 한 줄이 지워지면 그 이전의 약속이 다시 살아나는 셈입니다.
이 다툼의 바닥에는 최저임금이 있습니다. 2026년 적용 최저임금은 시간급 1만320원으로 2025년 1만30원보다 290원, 2.9% 올랐습니다. 월 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215만6880원이고 업종 구분 없이 모든 사업장에 똑같이 적용됩니다.
택시가 놓인 자리도 볼까요. 2024년 국내 운수업 종사자는 153만5901명으로 2023년 137만8170명보다 11.4% 늘었습니다. 육상여객운송 종사자는 40만1133명으로 2.8% 증가했고 매출액은 25조920억원으로 6.2% 늘었지만 이 범주는 버스와 택시를 합친 수치라 택시만 떼어 읽을 수는 없습니다.
「가버나움」은 2018년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이듬해 제91회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레바논 대표로 지명됐습니다. 120분 동안 카메라는 서류 한 장 없이 존재하는 아이를 끝까지 따라갑니다. 자인이 부모를 법정에 세운 물음과 운전대 앞 세 시간 반은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종이에 적힌 시간이 사람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부모를 법정에 세운 서류 밖 아이의 모습이 다시 비춥니다.
대법원이 택시기사 소정근로시간 3시간30분 임금협정에 탈법 여지가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환송한 사건이 8월 19일 공개됐습니다.
출생증명서 없이 태어난 자인이 부모를 법정에 세우는 「가버나움」은 기록이 비어 있을 때 사람의 권리가 어디로 가는지 되묻습니다.
노사가 자발적으로 합의해도 최저임금법의 강행규범성은 약화되지 않는다는 법리가 이번 판단을 지탱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