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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오른 버스요금, 노년의 발이 묻는 것
영화로 세상을 보다

9% 오른 버스요금, 노년의 발이 묻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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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3년 만에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운임 상한이 움직입니다. 국토교통부가 8월 26일 각각 9% 인상을 결정했고 이는 업계가 요구한 시외버스 17%, 고속버스 20.1%와 거리가 있습니다. 승객과 노선이 함께 줄어드는 흐름 위에 놓인 조정입니다. 노년을 사회적 비용으로 셈하는 가상의 제도를 그린 「플랜 75」가 이 숫자들 곁에서 한 가지 질문을 겹쳐 놓습니다.
「플랜 75」(2026년 7월 31일 기준)
구분내용
제목「플랜 75」(Plan 75)
감독하야카와 치에
연도2022년
2026년 7월 말 주민등록인구 가운데 65세 이상11,234,640명
65세 이상 보행자의 인구10만 명
2023년 노인18.6%
자료 |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지역별 고령 인구현황」·국가데이터처, 「2025 고령자 통계」·보건복지부, 「2023년 노인실태조사 결과 발표」 · 2026-07-31

국토교통부가 8월 26일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운임 상한을 각각 9% 올린다고 발표했습니다. 직전 조정이 2023년 7월 5% 인상이었으니 3년 만에 다시 요금표가 움직입니다. 버스업계가 2025년부터 요구한 인상률은 시외버스 17%, 고속버스 20.1%였습니다. 요구한 폭과 결정된 폭 사이가 넓죠. 그 사이의 거리가 오늘 이야기의 출발점입니다.

■ 승객은 반으로, 노선도 함께

요금표의 일로만 보면 될까요? 이 결정이 놓인 자리를 살피면 그림이 달라집니다. 시외버스 하루 평균 승객은 2019년 54만 명에서 2025년 27만 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고속버스도 같은 기간 8만3천 명에서 5만8천 명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승객이 빠지자 노선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시외버스 노선은 3,335개에서 3,177개로, 고속버스 노선은 208개에서 164개로 줄었습니다. 타는 사람이 줄면 노선이 접히고 노선이 접히면 남은 사람의 발이 묶입니다.

승객이 줄고 노선이 접히는 흐름 위에 노인들이 서 있습니다. 여기서 한 편의 영화가 떠오릅니다. 하야카와 치에 감독의 「플랜 75」(하야카와 치에, 2022)입니다. 2022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고 카메라 도르 특별언급을 받은 112분짜리 작품입니다. 요금 인상과는 멀어 보이는 이 영화가 지금 겹쳐 보입니다.

영화가 그리는 세계는 이렇습니다. 국가가 75세 이상 국민에게 스스로 생을 마감할 선택지를 '플랜 75'라는 제도로 내밉니다. 주인공 미치는 78세에 나이를 이유로 일자리를 잃은 뒤 이 제도의 신청을 검토합니다. 극단적인 설정일까요? 그렇게 보긴 힘듭니다. 사람의 이동과 하루를 비용으로 셈하는 시선은 지금 우리 곁에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 좁아지는 노년의 반경

다시 한국의 숫자로 돌아옵니다. 2026년 7월 말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는 11,234,640명입니다. 남자 5,024,191명에 여자 6,210,449명이죠. 2025년 기준 65세 이상은 전체 인구의 20.3%였고 이 비중이 20%를 넘은 시도가 9곳이었습니다. 노년은 이제 어느 한 지역의 사정이 아니라 나라 전체의 조건입니다.

영화 스틸 — 플랜 75
ⓒ TMDB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이동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2023년 노인의 18.6%는 근거리 외출을 포함한 일상생활수행능력 평가에서 기능상 제한이 있었습니다. 65세 이상 보행자의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률은 2023년 5.8명에서 2024년 6.2명으로 올랐습니다. 걷는 길이 위험해지면 남는 선택지는 버스 같은 대중교통입니다. 발이 느려진 사람에게 버스 한 대는 생활의 크기를 정하거든요.

「플랜 75」에서 미치가 마주하는 것은 죽음의 결심이 아니라 그 앞에 놓인 일상입니다. 일자리를 잃은 78세 노인을 국가가 내민 제도 앞까지 밀고 간 것은 무엇일까요. 영화는 답을 설명하지 않고 그의 하루를 화면에 담습니다. 좁아지는 반경 안에서 하루를 버티는 얼굴이 오래 남습니다.

혼자 사는 노인이 늘고 있습니다. 노인 1인 가구 비중은 2020년 19.8%에서 2023년 32.8%로 커졌습니다. 곤란한 상황에서 도움받을 사람이 없다는 응답은 65~69세 4.6%에서 85세 이상 12.9%로 나이가 들수록 늘었습니다. 혼자라는 조건은 마음에도 남습니다. 우울증상이 있는 비율은 독거노인 16.1%, 노인부부 가구 7.8%였습니다.

생활상의 어려움이 있다는 응답도 독거노인 73.9%, 노인부부 가구 48.1%로 갈렸습니다. 자신이 건강하다고 답한 비율은 독거노인 34.2%, 노인부부 가구 48.6%였습니다. 곁에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가 건강과 마음의 온도를 가릅니다. 이동이 어려워질수록 그 곁은 더 멀어집니다.

어두운 숫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66세 이상 은퇴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2023년 39.8%에서 2024년 37.7%로 낮아졌습니다. 노년의 살림이 한 방향으로만 나빠지지는 않는다는 신호입니다. 다만 형편이 조금 나아져도 갈 수 있는 곳이 줄면 하루의 반경은 좁아집니다.

■ 비용으로 셈하는 계산법

영화 속 제도는 노년을 사회적 비용으로 셈합니다. 그렇다면 승객이 줄어 노선을 접는 계산은 그와 먼 이야기일까요. 멀지 않습니다. 둘 다 사람의 이동을 숫자로 바꾼 뒤 수지가 맞지 않는 쪽을 덜어내는 방식입니다.

결정된 인상 폭과 업계가 요구한 시외버스 17%, 고속버스 20.1% 사이의 간격을 실제로 메우는 것은 덜 타는 사람과 사라지는 노선입니다.

「플랜 75」의 미치가 좁아진 하루 앞에 선 것처럼, 27만 명으로 줄어든 승객의 자리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노인의 얼굴이 있습니다. 9%라는 숫자 뒤에 선 것은 그들의 발입니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이동은 복지 인프라

버스 노선과 요금은 편의가 아니라 노인의 일상 반경을 정하는 사회 기반입니다.

2
숫자 뒤의 얼굴

9%와 20.3%, 27만 같은 수치는 혼자 살고 이동이 어려운 노인의 현실과 맞닿아 있습니다.

3
영화가 던지는 질문

「플랜 75」는 노년을 비용으로 셈하는 시선을 비추며 요금 인상 뉴스를 다시 보게 합니다.

공식 예고편

Plan 75 (2022) — 하야카와 치에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