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분 | 수치 |
|---|---|
| 같은 자료에서 취약 자영업자 | 42만7000명 |
| 2024년 말 기준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 | 11.16% |
가게 문을 닫는 데에도 돈이 든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음식점을 하는 자영업자들이 철거비와 원상복구비 같은 목돈이 없어 적자를 보면서도 폐업하지 못한 채 버티고 있습니다. 장사를 접는 일조차 형편이 허락하지 않는 셈입니다. 오랫동안 골목을 지켜 온 사장님들이 이제는 떠날 자유마저 잃은 처지입니다.
숫자를 보면 골목의 사정이 더 또렷합니다. 신촌 창천동만 놓고 보면 2026년 상반기에 인허가가 105건, 폐업이 110건 나왔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곳이 순증했던 자리가 올해는 5곳 순감으로 돌아섰습니다. 국세청 국세통계를 보면 2024년 폐업을 신고한 사업자는 100만8282명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처음 100만 명을 넘었습니다. 폐업 사유로 '사업부진'을 든 비중은 48.9%로 2010년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 항구도시 구두닦이의 선택
여기서 오래된 영화 한 편을 떠올려 봅니다. 「르 아브르」는 프랑스 항구도시 르아브르에서 구두를 닦으며 하루하루를 사는 마르셀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그는 런던의 어머니를 찾아 밀입국한 가봉 출신 소년 이드리사와 마주칩니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의 늙은 구두닦이에게 소년은 감당하기 버거운 짐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마르셀은 소년을 경찰의 수색에서 숨기기로 마음먹습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그가 혼자 나서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동네 이웃 상인들이 하나둘 소년을 감싸 안고 함께 숨겨 줍니다. 자격을 따지거나 서류를 요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 폐업조차 사치가 된 골목
다시 우리 골목으로 돌아와 봅니다. 2023년 폐업 사업자는 98만6487명으로 한 해 전보다 11만9195명 늘며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2024년 개인사업자 폐업률은 9.52%로 법인사업자의 5.80%보다 3.72%포인트 높았습니다. 그중 소매업이 29만9642명, 전체의 29.7%를 차지하며 업종별로 가장 많았습니다.

영화 속 마르셀의 형편도 편치 않습니다. 아내 아를레티가 병으로 앓아눕고 생계마저 빠듯한 처지인데도 그는 소년을 포기하지 않거든요. 이웃 상인들의 도움을 받아 소년이 바다를 건널 밀항 자금을 한 푼 두 푼 모읍니다.
빚의 무게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은행이 2026년 6월 24일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국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95조5000억원에 이릅니다. 다중채무·저소득·저신용 요건에 모두 걸리는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2.68%까지 올랐습니다. 애초에 한국은 자영업자 등 비임금근로자 비중이 2022년 23.5%로 OECD 평균 15.6%를 크게 웃돌며 회원국 가운데 7위였습니다. 골목에 걸린 삶의 무게가 그만큼 무겁죠.
마르셀의 골목에는 서류가 없었습니다. 누구도 소년을 도울 자격이 있는지 심사하거나 동의서를 걷지 않았거든요. 그렇다면 오늘 우리 골목에도 그런 즉각적인 연대가 남아 있을까요? 그렇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벼랑 끝 사장님들은 대개 홀로 버티다 홀로 무너집니다.
■ 서류를 거쳐야 하는 구제
현실의 구제는 창구와 서류를 거칩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2026년 7월 말까지 새출발기금 채무조정을 신청한 사람은 누적 21만1408명, 신청 채무액은 33조3817억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채무조정 약정을 맺은 차주는 14만7217명, 조정 대상 원금은 13조5418억원에 그쳤습니다. 그렇다면 제도가 멈춰 선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캠코가 부실채권을 직접 사들여 조정하는 매입형에서는 7만4644명이 약정을 맺었고 평균 원금감면율이 약 74%에 이르렀습니다. 한시 제도였던 새출발기금의 운영 기한도 정부 방침에 따라 2026년 12월 말까지 늘었습니다. 떠나는 이들이 남기는 자국도 커집니다. 중소기업중앙회 노란우산공제의 폐업공제금 지급액은 2025년 9월까지 1조1879억원으로 늘어 연말이면 약 1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영화 속 이웃들도 넉넉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각자 조금씩을 보태 소년이 다시 길을 떠날 채비를 함께 꾸립니다. 서류가 아니라 얼굴을 아는 사이라는 사실이 그들을 움직였습니다.
화면이 보여준 즉각적인 연대와 서류를 거쳐야 하는 현실의 구제 사이에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거리가 있습니다.
폐업할 목돈조차 없어 불을 켜 둔 신촌의 골목에도, 얼굴을 아는 이웃이 조금씩 곁을 보태던 마르셀의 항구 같은 온기가 남아 있을까요.
신촌 사장님들이 철거비·원상복구비 목돈이 없어 적자 속에서도 가게를 닫지 못하는 현실을 짚었습니다.
폐업 100만 명 돌파와 1095조원대 자영업자 대출이 개인의 실패를 넘어선 구조적 신호임을 보여줍니다.
서류 없이 손 내미는 영화 속 이웃과 신청·약정 간극이 큰 새출발기금을 나란히 놓아 구제의 속도를 물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