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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3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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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쌓이고 사람은 떠나는 지방의 가을
영화로 세상을 보다

집은 쌓이고 사람은 떠나는 지방의 가을

기사요약
지방에 쌓이는 미분양과 떠나는 사람을 「인 디 아일」의 거대한 매장에 겹쳐 봅니다. 2026년 8월 말 전국 미분양은 6만9134가구로 한 달 새 소폭 늘었지만 수도권은 줄고 비수도권이 늘어 지방 비중이 약 72%에 이르렀습니다. 중대형과 지방 물량이 쌓이는 사이 2025년 8월 수도권 착공은 1년 전보다 57.8% 줄었고 한국은행도 모든 권역에서 건설업 생산이 감소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집이 남는 지도는 사람이 떠나는 지도와 겹쳐, 인구감소지역은 2026년 10월 92곳으로 다시 지정됐습니다. 옛 동독의 대형 할인매장을 무대로 삼은 영화 「인 디 아일」은 사람보다 공간이 먼저 보이는 그 풍경을 오래 바라봅니다. 비어가는 큰 공간과 그곳을 지키는 사람의 이야기가 지방의 가을과 맞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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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숫자 정리 (단위: 가구)
구분수치
2026년 8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6만9134
2026년 8월 수도권 미분양1만9136
2026년 8월 비수도권(지방) 미분양4만9998
2026년 8월 85㎡ 초과 미분양1만4961
2026년 8월 준공 후 미분양(악성 미분양)2만8080
1년 전인 2025년 8월 말 전국 미분양6만6613
자료 | 국토교통부(국토교통 통계누리) · 2025-09-30 · 2026-09-30

국토교통부 집계를 보면 2026년 8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9134가구입니다. 7만 가구에 가까운 집이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비어 있다는 뜻입니다. 한 달 전 6만8217가구보다 1.3%, 917가구가 늘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작은 증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방향이 엇갈립니다. 수도권 미분양은 1만9136가구로 한 달 새 1.7%, 323가구가 줄었습니다. 반면 비수도권은 4만9998가구로 2.5%, 1240가구가 늘어 전국의 약 72%를 차지했습니다. 집이 남아도는 자리가 지방으로 쏠리고 있는 걸까요? 적어도 이 수치만 놓고 보면 그렇습니다.

이쯤에서 한 편의 영화가 떠오릅니다. 「인 디 아일」(토마스 스투버, 2018)은 옛 동독 지역의 대형 할인매장을 배경으로 한 독일 영화입니다. 프란츠 로고프스키와 산드라 휠러가 주연을 맡았죠. 사람보다 거대한 매장이라는 공간이 먼저 이야기의 무대로 들어섭니다.

이 작품은 2018년 2월 23일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뒤 길드영화상과 에큐메니컬 심사위원상을 받았습니다. 프란츠 로고프스키는 이 영화로 독일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한국 개봉은 2018년 11월 22일, 누적 관객은 1만여 명 규모였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어떤 집이 안 팔리고 있을까요? 2026년 8월 85㎡ 초과 중대형 미분양은 1만4961가구로 한 달 새 8.8% 늘었습니다. 반대로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은 이른바 악성 미분양은 2만8080가구로 전월 2만9152가구보다 3.7%, 1072가구가 줄었습니다.

영화 스틸 — 인 디 아일
ⓒ TMDB

1년 전과 견주면 흐름이 더 또렷합니다. 2025년 8월 말 전국 미분양은 6만6613가구였고 그중 수도권이 1만4631가구, 비수도권이 5만1982가구였습니다. 1년 사이 전국 수치는 6만6613가구에서 6만9134가구로 늘었고 지방 쏠림은 한층 굳어졌습니다.

■ 미분양은 왜 지방에 쌓이나

파는 쪽만이 아니라 짓는 쪽도 함께 얼어붙었습니다. 2025년 8월 수도권 주택 착공은 9012가구로 1년 전보다 57.8% 줄었고 서울은 1048가구로 40.8% 감소했습니다. 비수도권 착공도 7292가구로 7.1% 줄었습니다.

한국은행 지역경제보고서는 건설공사비 부담, 누적된 비수도권 미분양, 대내 불확실성 확대로 건설업 생산이 모든 권역에서 줄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수도권은 금융여건 완화 등으로 부진이 풀릴 것으로 전망했지만 호남권과 대경권은 건설경기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인 디 아일」이 무대로 삼은 곳도 번화한 도심이 아니라 옛 동독 지역의 대형 할인매장입니다. 사람보다 공간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그 커다란 매장이, 지방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빈 집의 풍경과 겹쳐 보이거든요.

■ 떠나는 사람, 지키는 자리

집이 남는 곳은 사람이 빠져나가는 곳과 포개집니다. 행정안전부는 2021년 10월 18일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처음 지정했습니다. 그리고 2026년 10월 7일 5년 만의 재지정에서 그 수는 92곳으로 늘었고 부산 금정구와 경기 동두천시, 경남 통영시가 새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정부가 손을 놓은 것은 아닙니다. 2022년부터 2031년까지 매년 1조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조성하고 2025년에는 기초지원계정 7500억원을 107개 기초자치단체에, 광역지원계정 2500억원을 15개 광역자치단체에 나눴습니다. 그러면 지방의 빈자리가 채워지고 있을까요? 아직 그렇게 보긴 어렵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방소멸 2025' 보고서에서 지방소멸위험지수의 위험 판정 기준을 강화한 새 분류체계를 내놓았습니다. 위험의 눈금을 더 촘촘히 다시 그려야 할 만큼 지방의 사정이 달라졌다는 신호입니다.

집은 쌓이고 사람은 떠나는 지방의 가을이 7만 가구에 가까운 미분양 숫자 안에 담겨 있습니다. 「인 디 아일」이 비추던 옛 동독의 커다란 매장처럼, 지방에도 비어가는 큰 공간과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함께 남아 있습니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1
지방 쏠림

2026년 8월 전국 미분양 6만9134가구 가운데 비수도권이 4만9998가구로 약 72%를 차지했습니다.

2
공급도 위축

2025년 8월 수도권 착공이 1년 전보다 57.8% 줄고 한국은행은 건설업 생산이 모든 권역에서 감소했다고 분석했습니다.

3
사람도 떠난다

인구감소지역이 2026년 10월 92곳으로 재지정됐고 정부는 매년 1조원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조성합니다.

공식 예고편

In the Aisles (2018) — 토마스 스투버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