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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숫자와 집 안의 숫자… 서로 다른 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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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숫자와 집 안의 숫자… 서로 다른 두 이야기

기사요약
2026년 3분기 한국 경제는 수출과 설비투자의 힘으로 성장했지만 같은 석 달 동안 민간소비와 소매판매는 줄었습니다. 한국은행은 소비 감소분 가운데 일부를 주식거래 감소와 자동차업체 파업 같은 특이 요인의 몫으로 추정했습니다. 가장 최근인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가계는 쓸 수 있는 소득 가운데 소비에 쓰는 비중을 낮추고 흑자를 늘렸습니다. 국내 연구는 체감경기와 실물경기의 어긋남이 수출·투자보다 민간소비 쪽에서 가장 뚜렷하게 앞서 나타난다고 짚습니다. 부모를 감추고 가짜 가족을 꾸며낸 「비밀의 언덕」 속 명은처럼 성장의 숫자와 집 안의 숫자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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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숫자 정리
구분수치
2026년 2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293만2000원
2026년 2분기 평균소비성향69.2%
2026년 2분기 가구당 월평균 흑자액130만2000원
2026년 1분기 평균소비성향71.5%
자료 | 국가데이터처, 「2026년 2/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2026-08-27 · 국가데이터처, 「2026년 1/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2026-05-28

한국은행이 10월 27일 발표한 속보(가장 먼저 내는 추계)에 따르면 2026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은 전분기보다 1.0% 성장했습니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를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4.1% 늘었습니다. 수출도 반도체·기계·전기장비 등을 앞세워 2.3% 증가했습니다.

같은 발표의 다른 줄은 방향이 반대입니다. 민간소비는 재화와 서비스 소비가 모두 줄어 0.2% 감소했습니다. 국가데이터처가 10월 30일 내놓은 「2026년 9월 산업활동동향」에서도 3분기 소매판매액지수가 전분기보다 1.0% 내려갔습니다. 나라 전체의 성적표와 가계의 장바구니가 같은 석 달을 두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어느 쪽이 우리 집 사정에 더 가까울까요?

「비밀의 언덕」의 주인공 명은도 두 이야기 사이에 서 있습니다. 명은은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초등학교 5학년생입니다. 부모가 시장에서 일한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교사와 친구들에게 가짜 가족 이야기를 꾸며냅니다. 남에게 보여주는 가족과 집에 있는 가족이 따로 있는 셈입니다.

■ 수출이 끌고 소비는 물러선 석 달

나라 경제 발표에서는 맨 앞줄에 성장률이 섭니다. 같은 3분기 실질 국내총소득은 전분기보다 3.4%, 1년 전보다 18.8% 늘었습니다. 정부소비도 1.9% 증가했습니다. 나라 전체 소득이 불어난 석 달에 민간의 지출만 뒷걸음질한 모양새입니다. 3분기 수치는 속보치여서 이후 잠정치나 확정치에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소비가 줄었다는 숫자는 모든 가계의 살림이 어려워졌다는 뜻일까요? 그렇게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한국은행은 주식거래 감소와 자동차업체 파업이 3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을 0.6%포인트 낮췄다고 추정했습니다. 두 요인이 없었다면 민간소비가 0.4% 늘었을 것으로 봤습니다.

소매판매액지수도 재는 범위가 정해진 지표입니다. 이 지수는 승용차 판매와 소매업의 상품 판매를 잽니다. 서비스 소비 전체와 소비를 줄인 동기는 이 지수 밖에 있습니다. 9월 한 달만 떼어 보면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3.6% 늘었지만 1년 전 같은 달보다는 줄었습니다.

손윤석·한희준 연구진은 2026년 연구에서 체감경기와 실물경기의 괴리가 민간소비 성장률에 가장 뚜렷하게 앞서 나타난다고 분석했습니다. 설비투자와 수출 성장률에서는 유의한 선행성이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3분기에 오른 쪽은 수출과 설비투자였고 내려간 쪽은 민간소비였습니다.

당초 전망은 지금과 반대 그림이었습니다. 2026년 8월 31일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 검토 발언이 나왔습니다. 발언은 당초 2026년 경제가 "수출 둔화에도 불구하고" 성장률이 소폭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고 짚었습니다. 근거로는 "민간소비 증가와 건설투자의 부진 완화 등에 따른 내수 회복"을 들었고 이어 "2026년 2월 말에 발생한 중동 전쟁으로 인해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3분기 성적표에서는 수출이 늘고 민간소비가 줄어 그 전망과 거꾸로 움직였습니다.

■ 가계부에 남은 흑자

가계 쪽 숫자는 시점이 한 분기 앞입니다. 가계동향조사의 최신 수치는 2026년 2분기입니다. 국가데이터처가 8월 27일 발표한 「2026년 2/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93만2000원이었습니다. 1년 전보다 3.4% 늘었지만 물가 변동을 빼면 증가율은 0.4%에 그칩니다.

가계는 소득 가운데 얼마를 쓰고 얼마를 남겼을까요? 쓰는 비중은 줄고 남긴 돈은 늘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평균소비성향은 69.2%로 1년 전보다 1.2%포인트 낮아졌습니다. 가구당 월평균 흑자액은 130만2000원으로 9.6% 늘었습니다.

김영준·신석하 연구진은 2016년 연구에서 성장률과 체감경기 사이의 괴리를 다른 지표와 함께 살폈습니다. 임금·고용·물가·부채 부담 같은 지표와 소득·직업 같은 소비자 특성을 함께 보면 그 괴리가 상당 부분 설명된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2분기 가구의 이자비용은 1년 전보다 12.1% 늘었습니다. 성장률이 같아도 사정은 집마다 다르죠.

■ 솔직하게 쓴다는 것

명은의 이야기는 글쓰기에서 방향을 바꿉니다. 담임교사 애란은 명은의 감수성을 알아보고 글쓰기 대회에 나가 보라고 권합니다. 전학생 혜진은 명은보다 큰 글쓰기 상을 받은 뒤 솔직하게 쓰면 된다고 말합니다. 그 말을 들은 명은은 자신이 숨겨온 진실을 돌아봅니다.

솔직하게 쓰기만 하면 다 해결될까요? 명은은 가족에 관한 글로 대상을 받습니다. 그런데 그 글이 지역신문에 공개되면 가족이 상처받을까 걱정합니다. 진실을 쓰는 일과 그 진실이 세상에 공개되는 일은 명은에게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명은이 원고를 두고 내리는 선택은 화면에 맡기겠습니다.

명은은 공개적인 인정과 가족을 지키는 일 사이에서 흔들립니다. 2분기 가계는 당장의 소비와 남겨 둘 돈 사이에서 비중을 다시 나눴습니다. 통계는 그 선택의 결과를 적을 뿐 이유까지 적지는 않습니다.

성적표의 성장률과 장바구니의 소비는 아직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명은이 꾸며낸 가족과 실제 가족 사이에 글 한 편이 놓였듯 성장의 숫자와 우리 집 지갑 사이에도 아직 다 쓰이지 않은 이야기가 남아 있습니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1
성장표의 두 방향

같은 3분기 국민계정 안에서 수출과 설비투자는 늘고 민간소비는 줄었습니다. 성장률 한 줄만 보면 가계 쪽의 후퇴가 가려집니다.

2
소비 감소의 속사정

한국은행은 일시 요인을 따로 떼어 추정했고 소매판매 지표는 상품 판매만 잽니다. 소비가 줄었다는 숫자를 곧바로 생활고로 옮기기 전에 살필 대목입니다.

3
남긴 돈과 불어난 이자

2분기 가계는 소비 비중을 낮추고 흑자를 늘렸고 같은 시기 이자비용도 불었습니다. 성장률 밖에서 가계의 사정을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공식 예고편

The Hill of Secrets (2022) — 이지은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