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답하다
코로나

“포스트코로나시대의 문학의 길, 르네상스를 꿈꾸다”

조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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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공원에서 운동을 마치고 오던 길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은 목조다리를 건너는 게 빨라 그쪽으로 갔다. 막 건너려는데 마침 맞은편에서도 공원 안으로 들어오는 두 여자가 보였다. 강아지 산책을 시키려는지 옆엔 강아지도 한 마리 보였다.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조금 후 난 생각지도 못한 일을 보게 된다. 내가 가쁜 숨을 내쉬며 다리를 건너는 동안, 강아지를 데리고 온 두 여자는 다리 위로 오지 않았다. 분명 좀 전까지만 해도 다리 위로 걸어 들어오려던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조금 이상했다. 내가 잘 못 봤나?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그냥 그러려니 하고 계속 걸었다. 마침내 두 여자가 멈춰 서 있던 곳까지 도착했다. 그러자 이번엔 두 여자가 움찔거리며 양옆으로 비켜서는 거다. 그제야 그들이 왜 다리 위로 들어오려다 말고 거기에 멈춰 섰는지 알게 됐다.
마스크 때문이었다. 두 여자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나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태였다. 물론 운동 나올 땐 나도 마스크를 썼었다. 하지만 운동하면서 너무 힘들어 벗은 상태였다. 그러니까 그 두 여자는 공원 현수막에 걸린 문구처럼 ‘코로나가 집 앞까지 와 있는 때’에 우연히 만난 여자가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아 피한 것이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사진출처 : 픽사베이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유배 아닌 유배 생활을 한 지 오래됐다. 한마디로 단조롭고 절망적인 일상에 기나긴 노력을 하면서 버티고 있는 중이다. 그러느라 지쳐 사람이 몹시 그리운데도 어쩌다가 주변을 스쳐 가는 사람을 보면 섬뜩해 한다. 공원에서 만난 두 여자들이 마스크 안 쓴 나를 피하듯 사람을 피하는 게 자연스런 일상이 돼 버렸다. 코로나는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 우리 삶 속에 눌러앉아 당연했던 것을 당연하지 않게 만들어버렸다. 재앙이란 그런 것 같다. 무언지 모를 불안과 그래도 다 잘되리라는 믿음 사이를 반복하다 결국 속수무책이 되게 만들어버리는 것 말이다.
우린 지금 재앙의 시대를 건너고 있는 중이다. 일상이 돌덩이처럼 굳어버려 점점 웃음기마저 사라지는 삶.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고, 각자 몰래 품었던 꿈마저도 거품처럼 사라지고 있는 시대 말이다. 그러한 때에 잠시 문학에 대해 생각해봤다. 무려 문학이라니? 가당키나 한 걸까?
포스트코로나시대에 문학의 길을 생각해보기 위해 코로나 관련 몇 권의 책을 골랐다. 사실 누구 하나 코로나란 재앙을 대비한 적이 없어 얼마나 책이 있을까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불과 몇 개월 지났는데도 각계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예측하는 글은 이미 나오고 있었다. 일단 그중 몇 권을 사 이것저것 들춰봤다. 그리고 그 몇 권의 책을 통해 생각지도 못한 사실을 발견했다.
포스트코로나를 위한 경제, 부동산, 사회, 의료, 정치, 교육 등 각계에서 내놓은 예측이나 전망은 있었지만, 어디에도 예술, 문화에 대한 예측이나 전망은 없다는 거였다. 왜일까? 재앙에 공동적으로 묶이면 살아남는 것 외엔 그다지 의미가 없어서인 건가? 살아남기 위한 경제나 부동산 의료 교육 등은 꼭 필요하지만 우리의 영혼과 마음을 위한 문학은 사치라고 생각하는 걸까?
인간은 밥만 먹고 살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위기에 처하면 어떻게 되나? 그냥 먹고사는 문제에만 천착한다. 밥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영혼의 허기나 갈증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해버린다. 그로 인해 생겨나는 우울증이나 무기력증은 나중에 병이 깊이 들어서야 살핀다. 어쩌면 그러한 사고방식이 포스트코로나시대의 문학엔 함구하게 만든 지도 모른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 몇 권의 책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사실을 언급하자면 코로나 이후의 삶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다. 그간 당연시 해 왔던 삶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며 미래는 그다지 희망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한마디로 근원적인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겐 비보였다. 읽고 있는 내게도 암담함과 막막함만 안겨다 줬다. 그런데 그 와중에 문학이라고? 과연 문학이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불확실한 것만이 확실한 시대에 과연 문학이 무얼 안겨다 줄까?

 

불현듯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가 떠올랐다.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여전히 답답함은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페스트를 꺼내 들었고 다시 찬찬히 읽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수많은 각계 전문가들의 말보다, 페스트란 소설이 포스트코로나를 이해하는 데 가장 적합한 책이었다는 걸. 그러니까 한 치 앞도 모르는 미래나, 불안과 공포로 얼룩진 오늘을 사는 데 페스트, 즉 문학이 해답이었다는 것을.
『단언하건대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은 각자 자신 안에 페스트를 가지고 있다는 건데, 왜냐하면 실제로 아무도, 이 세상 어느 누구도 그것으로부터 무사하지는 않으니까요. 또한 잠시 방심한 사이에 다른 사람 낯짝에 대고 숨을 내뱉어서 그자에게 병균이 들러붙도록 만들지 않으려면 늘 자기 자신을 제대로 단속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 바로 병균이기 때문입니다. 그 나머지 것들, 예를 들어 건강함, 성실함, 순수함 등은 이를테면 의지, 그러니까 결코 멈춰서는 안 되는 의지의 산물이죠. 존경받을 만한 사람, 즉 어느 누구에게도 거의 병균을 옮기지 않는 사람이란 되도록 마음이 해이해지지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페스트』 본문 중
시대가 다르다. 전염병명도 다르다. 나라도 다르다. 문화도 다르다. 분명 사람도 다르다. 하지만 페스트에 감염된 194X년 프랑스 오랑시 사람들의 모습은 현재 우리들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처음 페스트 발병을 공포한 후 점점 가속화되며 진행되는 모습이나, 단계가 올라가면서 극도의 불안감과 두려움에 빠지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도시가 폐쇄되고 사람들이 유배당하듯 사는 모습은 다른 것 같은데 다르지 않았다. 다른데 다르지 않다는 것! 이건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었다.
어쩌면 우리가 문학을 통해 얻는 위로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나만 힘든 삶을 사는 것같은데 그게 아니라는 것. 어딘가에 나와 다를 바 없이 힘들게 사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그걸 발견하고 나면 그 누가 주는 힘보다 더 큰 힘을 얻게 된다. 누군가 나처럼 고통을 받아야 괜찮아지는 게 아니라 그저 나와 같은 아픔을 겪는 것만으로도 동질감을 느끼는 힘 말이다. 그건 말없는 위로이자 세상을 조금 더 살아갈 힘이 된다. 문학이 사치처럼 느껴지다가도 여전히 존재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고, 다른 어떤 분야에서 얻지 못한 통쾌함이기도 하다. 사람마다 문학을 접했던 계기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문학에 빠져드는 계기는 비슷한 것 같다. 현실을 도피하고 싶거나 혹은 현실을 극복하고 싶을 때. 그 말은 우리가 살면서 힘들 때마다 마음을 가장 잘 위로해주고 다독여주는 건 다름 아닌 문학이라는 거다. 매번 바닥없는 늪에서 제일 먼저 건져주는 것, 바로 문학 말이다.
이 모든 걸 깨닫고 나니 희망이 생겼다. 14세기 유럽에서 창궐했던 페스트 이후로 르네상스 바람이 불었듯, 어쩌면 코로나19 이후로 죽어가고 있던 문학이 다시 살아날 수 있겠단 생각도 들었다. 아무도 포스트코로나 시대 문학의 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암담하지 않게 됐다. 마지막으로 페스트 책 속에 나온 말로 마무리할까 한다.
“페스트의 특징이 뭔 줄 알아요? 바로 다시 시작이라는 겁니다.”
페스트만 그럴까? 코로나도 마찬가지다. 발병 후 계속 다시, 시작을 반복하고 있다. 언뜻 생각하면 소름끼치는 일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코로나가 다시 시작이라고 하면 삶도 문학도 언제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단 뜻이니까. 그러므로 인간이 살아있는 한 문학은 페스트다. 포스트코로나시대의 문학의 길에 대해 감히 르네상스를 꿈꾸는 이유도 바로 그거다.
재앙이란 인간의 척도를 벗어난 것이고, 따라서 사람들은 흔히 재앙이란 비현실적인 것, 잠에서 깨면 사라지고 마는 악몽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재앙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으며, 악몽이 점점 진행됨에 따라 사라지는 건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지형

2008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얼굴시장」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2009년 제1회 목포문학상에 동화 「동전탑」이 당선되었다. 2011년에는 광주문화재단의 창작지원금을, 2013년에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지원금을 수혜 받았다. 2016년에는 교보문고 10인의 한국작가 창작동화작가에 선정되었다. 같은 해 무등일보 신춘문예의 심사위원을 맡았으며, 2017년에는 목포문학상 심사위원을, 2018~19년에는 KB창작동화와 5.18문학상의 심사위원을 맡았다. 2019년에는 광주작가회의 아동분과장을 맡았으며, 2020년에는 어린이청소년 책 작가연대의 동화분과장을 맡고 있다.
출간한 도서로는 『진짜 거짓말』, 『열두 살의 모나리자』, 『마루타소년』, 『가족 선언문』, 『피자선거』, 『고구마선거』, 『얼굴시장』, 『우리반욕킬러』, 『고민 들어 주는 큰입이』, 『슈퍼히어로 우리 아빠』, 『슈퍼히어로 학교』, 『평생친구 인증서』, 『방과후 초능력 클럽』, 『글로벌 컬처클럽』, 『인증샷 전쟁』, 『영혼을 파는 가게』, 『이민기의 이민기』, 『아직 끝이 아니다. 김연경 선수 동화』, 『유튜브스타 금은동』, 『바나나가족』, 『아쉬람에 사는 아이』, 『너는 커서 뭐 될래?』, 『열한살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 『아빠가 둘이야?』, 『가짜뉴스방어클럽』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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