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뽕의 이중성과 문화
'국뽕'의 이중성
'국뽕' 이라는 말은 생각보다 주위에 만연하게 사용되고 있는 말임에도 정확하게 이 말이 어떤 말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좋게 말하면 '국위선양, 나쁘게 말하면 '국뽕', 두 가지 단어로 말할 수 있는 이 사회적인 현상은 단순하게 설명할 수도 있지만, 또 그렇지만도 않은 이중적인 것이다. 먼저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는 이유는 국위선양과 국뽕이 아주 넓고 포괄적인 사회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 현상 속에는 정말 많은 것들이 담겨있어 이를 전부 언급하기는 힘들다 보니 어떤 일부분만을 뽑아낸 후 다른 것과 엮어 간편하게 이야기하곤 한다. 이렇게 자주 만나는 지점이 바로 '문화이다. 그래서 국뽕은 ‘한류’나 ‘한국 문화'를 언급할 때 자주 함께 엮이곤 한다. 문화의 전파는 소셜 미디어 콘텐츠나 유튜브와 같은 영상 매체를 통해 주로 이루어진다. 결론적으로 국뽕은 한류와 한국문화를 등에 업고 소셜 미디어 콘텐츠와 여러 영상 매체 속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가장 쉽게 이용된다.
두 번째로 이 현상을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국위선양이나 국뽕이 국가에 소속된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진, 사회적인 무의식이자 본능에서 나오는 현상이라는 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인간 대부분은 소속감을 가지길 바라며 이를 얻기 위한 손쉬운 방법으로써 국위선양과 국뽕을 이용한다. 이는 또한 국위선양과 국뽕이라는 사회적인 현상이 생기는 주요한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 사회현상을 두고 국위선양 혹은 국뽕이라는 두 가지 말이 존재하는 것도 이중성을 잘 드러내 준다. 국위선양은 이제 거의 사용하지 않는 말이 되긴 했다. 이를 담아내 잘 포장한 '한류'라는 말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 대신 국뽕이라는 단어가 짊어지게 된 것이 많아졌고, 단어를 사용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졌다. 국뽕은 이제 그렇게 부정적인 단어가 아니게 되었다. 사실 국뽕이라는 단어도 커뮤니티에서 2015년부터 유행하기 시작해 현재는 조금 그 기세가 수그러진 유행어이긴 하다. 국뽕에서 파생된 다른 유행어나 표현들이 국뽕의 자리를 많이 대체했기 때문이다.
국뽕. 이미 단어에서조차 부정적인 느낌이 물씬 드러나는 이 유행어가 가리키고 있는 사회적 현상이 아무리 인간의 사회적 무의식과 맞닿아있는 사회적 현상이라 해도, 이토록 유연하게, 시대에 맞춰 그 모습을 바꾸며 계속해서 존재하고 있는 모습이 기이하다. 그것도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주제로 떠돌아다닌다.
본고의 원래 취지는 '국뽕'에 대한 여러 의견을 들어보고, 그중에서 공통점을 찾아내 국뽕이 이처럼 끈질기게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연역적으로 추리해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주변인들 대부분(주로 20대 여성, 10대~20대 남성도 있음)이 '국뽕' 이라는 말을 다들 들어는 봤음에도 정확하게 이 단어가 무엇을 말하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구체적인 예시를 들며 설명을 덧붙여야만 자신들이 접한 콘텐츠들(소셜 미디어 콘텐츠나 유튜브와 같은 영상매체에서)이 국뽕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국뽕을 인지한 주변인들에게 이러한 콘텐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자, 그 대답이 전부 각양각색이라 종합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본고의 취지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국뽕과 관련한 콘텐츠들이 이미 주위에 만연해있음에도 이를 왜 알아차리기 어려운지 그 원인을 일부라도 밝혀보는 것으로,
국뽕의 형태?
국뽕은 앞서 말한 대로 소셜 미디어 콘텐츠나 유튜브 등에서 가장 발견하기 쉽다. 하지만 그만큼 발견하기 쉬운 곳이 또 있다. '국뽕' 의 탄생지인 인터넷 커뮤니티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국뽕과 관련된 게시글이 활발하게 올라오고 있다. 또한 국뽕의 탄생지인 만큼 '국뽕'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부터 어떻게 그 응용범위를 늘려갔는지 보여주고 있다. 국뽕과 관련된 게시글 형태는 대부분 유머글인데, 한국 스포츠 선수나 E-스포츠 선수의 경기력을 칭찬할 때, 군 생활의 자부심 등 다양한 근거를 바탕으로 애국심에 도취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어필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물론 극단적인 내용의 국뽕 게시글은 혐일, 혐중 등 다른 나라와 그 문화에 대해 매우 배타적이고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한국과 한국문화의 우월성을 결론으로 내세운다. 한국인이거나, 한국과 관련이 있으면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을 과도하게 찬양하는 형태의 국뽕 게시, 또 다른 형태로는 한때 외국인들이 한국의 문화를 보고 놀란 일화들을이야기하는 '외국인 떡실신 시리즈'가 있다. 현재도 비슷한 형태의 국뽕 게시글이 종종 보인다. 이는 한국인의 일반적인 특징(성질이 급함, 빨리빨리일을 처리하려고 함, 많이 먹음, 공부를 잘함 등)과 생활양식을 미화하고포장하려고 하는 국뽕의 형태이다.
글도 물론 존재한다.
최근에는 유튜브와 같은 영상 매체, 그리고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 매체들이 커뮤니티보다 더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그탓인지 많은 국뽕 콘텐츠들이 이제는 유튜브와 각종 소셜 미디어 매체에서훨씬 다양하게 나타난다. 내용은 커뮤니티의 국뽕 게시글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거기에 더해 '외국인들(특히 백인 남성들 위주)이 한국에 대한 국뽕을 느끼도록 해주는 콘텐츠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다. 영국남자〉, 〈올리버쌤〉 등의 유튜브 채널이 대표적이며그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들이 존재한다. 문제는 이러한 영상 형태의 국뽕콘텐츠는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국뽕 콘텐츠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이 문제점을 따져보는 일도 한 번 쯤 필요한 작업이나 본고에서는 일단락하기로 한다.
더 큰 문제는 주변인들 중 대부분이 이런 국뽕 콘텐츠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이를 국뽕으로 인지를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주변인들 대부분이 극단적인 국뽕 콘텐츠가 아닌 이상, 국뽕 콘텐츠가 순기능을 더 많이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우리나라 문화를 알리는 건데 좋은거 아니야?" 라는 되물음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좋은 국뽕과 나쁜 국뽕
자연스레 스며든 국뽕 콘텐츠들이 문화를 전파하고 홍보하는 수단처럼 위장하고 있다. 그 탓에 좋은 국뽕과 나쁜 국뽕을 구별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나쁜 국뽕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 번씩 찾아볼 수 있는, 자칭 애국 보수집단들이 생산하고 만드는 콘텐츠로 대놓고, 무분별하게 아주 맹목적으로 한국 문화나 역사 등을 찬양하고 다른 문화를 깎아 내리는 극단적인 국뽕 콘텐츠를 말한다. 좋은 국뽕인 것처럼 보이는 콘텐츠는 이렇듯 우리 주위에 자연스럽게 자리한 국뽕 콘텐츠들이다.
국뽕 세계관
작은 이미지 속에 많은 것들이 있다. 배경은 <오징어 게임>이나 <미나리>이고 아이돌 '블랙핑크', 'BTS'는 물론 김치, 소주, 뽀로로까지 온갖 것들이 존재한다. 이들이 바로 좋은 국뽕인것마냥 취급되고 있는 것들이다. 결국 이렇게 좋은 국뽕과 나쁜 국뽕을 구별하는 것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대놓고 너무나 한국적인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고루하고, 지루하며, 보수적인 것으로 마치 국수주의처럼 취급한다. 극단적인 국뽕 콘텐츠들과 다를 바가 없는 것처럼, 그러면서 문화와 한류라는 이름으로 과대 포장된 것들로 치장한 국뽕 콘텐츠는 마치 한국의 문화를 홍보할 수 있는 좋은 홍보 수단인 것처럼, 자랑스러운 것으로 취급한다. 하지만 두 콘텐츠의 본질은 똑같다.
한국적인 것이 무엇이냐를 따질 필요가 없는 시대이긴 하다. 민족적인 정체성이 무엇인가, 꼭 그것을 생각해야만 하는가는 이 시대에 그리 중요하지 않은 질문이 되긴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극단적으로 민족 정체성을 세뇌하는 국뽕 콘텐츠들이 나쁘게 치부되는 건 당연한 듯하다. 하지만 우리는 국뽕 콘텐츠들이 모두 근본은 같다는 것만은 알아둬야 한다. 국뽕 콘텐츠는 '한국 문화'의 어떤 좋은 점만을 끊임없이 되풀이해 외치며 일종의 환상적인 민족 정체성을 세뇌한다. 또 국뽕 콘텐츠는 환상적인 한국문화'를 강제로 만들어내고 생산하며, 한국인은 꼭 그래야만 한다는 어떤 편견도 가지도록 만든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를 강타했다. 미국의 최장수 어린이 프로그램 〈세시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에 아시아계, 그것도 한국인인 '지영'이 등장했다고도 한다.1) 연이어 성공적으로 이어지는 한국 문화의 세계화가 기쁘긴 하다. 특히 〈오징어 게임>은 한동안 국뽕콘텐츠 단골 소재로 유명했다. 세계적인 영향력에 나조차도 국뽕에 심취되는 듯하지만, 그러면서도 걱정이 된다. 결국 식상한 말로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 한국 문화의 홍보와 한류라는 이름으로 과대하게 포장된 좋은 국뽕에 맘껏 취해도 좋지만, 조금은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어쨌든 '뽕'이니까 말이다.
이예슬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수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