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1일 오후, 인천 연수구의 한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시내버스와 오토바이의 충돌로 시작된 이 사고는 한 달 후, 대한민국 배달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사고로 크게 다친 오토바이 운전자 A(41)씨가 한 달간의 치료 끝에 8월 25일 오후 11시경 결국 숨을 거둔 것이다.
그런데 A씨는 평범한 배달 기사가 아니었다. 그는 배달대행 플랫폼 바로고가 발표한 '2022년 딜리버리 리포트'에서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배달 실적을 기록한 라이더(배달기사)로 소개된 인물이었다. 더욱이 A씨는 SBS '생활의 달인'과 유튜브에서 월 수익 1천200만원을 올리는 전국 1위 수익 배달기사로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던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바로고는 "A씨는 2022년 전국을 통틀어 최다 배달 수행을 기록한 라이더"라며 "하루 평균 200∼250㎞를 주행해 110∼120건의 주문을 소화하고 소속 라이더들에게도 자신만의 노하우를 기꺼이 공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A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한 유튜버는 "지난해 A씨가 인터뷰 내내 많은 분께 '나도 이렇게 사는데 여러분도 할 수 있고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씀하셨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추모의 글을 올렸다.
그러나 A씨의 비극적인 죽음은 배달 노동자들이 직면한 위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사고 당시 버스기사인 50대 남성 B씨는 신호를 위반하고 교차로에 진입하던 중 오른쪽 차로에서 직진하던 A씨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배달 노동자들이 매일같이 마주하는 위험한 도로 환경을 여실히 보여준다.
배달 노동자들의 위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30년차 배달기사 성동영(54)씨는 "배달일을 10년 이상 한 사람 중 몸에 철심 안 박은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저 역시 눈이 오는 날 오토바이를 타다 넘어져 양쪽 복숭아뼈가 깨지고 전치 14주가 나왔어요. 우리는 쉬면 돈을 못 받으니 깁스를 한 상태로 다시 도로로 나왔습니다. 아직도 오른쪽 발에는 철심이 박혀 있어요."라고 말했다.
최근 극단적인 기후 변화로 인한 폭염과 폭우는 배달 노동자들의 안전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동 노동자의 85.1%가 최근 2년간 여름철 폭염 시 온열질환 및 건강 이상을 겪었다고 답했다. 또한 96.1%의 노동자가 근무 중 기습·집중 호우 발생 시 위협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작업을 중단하지 못한다. 수행한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구조 때문에, 하루의 수입을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하고 극단적인 날씨 속에서도 오토바이를 몰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배달 노동자 노조 라이더 유니온은 '기후실업급여'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김지수 라이더 유니온 사무국장은 "배달 노동자의 경우 '실업'과 '종사'의 경계가 모호하다"며 "라이더들이 내고 있는 고용보험 재원을 쌓아두기만 할 게 아니라 기후실업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사회적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동구 변호사(참여연대 경제정의센터 실행위원)는 "노동자들이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고 사회구성원으로서 활동을 하게 해줘야 사회안정성이 보장된다"며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국가가 나서서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에서 이 문제는 아직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근 배달앱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이 중개수수료를 인상한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결국 배달 노동자들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는 문제다.
A씨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큰 경종을 울렸다. 월 1천200만원이라는 높은 수익을 올리던 '성공한' 배달 기사조차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사실은, 배달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기후 변화로 인한 위험, 열악한 도로 환경, 과도한 업무량, 그리고 법적 보호의 부재 등 배달 노동자들은 수많은 위험 요소에 노출되어 있다. 이들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우리 사회의 필수 노동자인 배달 기사들이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A씨의 비극적인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배달 노동자들의 안전과 권리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변화가 이루어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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