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포르마시옹

혐오의 알고리즘을 넘어서: 한국 청년과 중국 청년이 마주한 같은 현실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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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싫어요” –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반감

한국의 대중(對中) 감정이 크게 악화되었다. 퓨 리서치 센터(Pew) 조사에 따르면 2020년대 중반 현재 한국인의 약 80~90%가 중국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는 과거보다 극적으로 높아진 수치로, 특히 20대 청년층의 혐중 정서가 두드러진다. 한국은 조사 대상 국가 중 유일하게 젊은 층(18~29세)의 중국 반감이 고령층보다 더 높은 나라였다. 20대의 80%가 중국을 비호감으로 여겨 50대 이상의 68%보다 반중 경향이 강했고, 이는 한중 수교 이후 처음으로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일본보다도 낮아진 세대가 되었음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민주주의 환경에서 성장한 젊은 세대가 권위주의 중국을 더욱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됐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사드(THAAD) 사태 이후 한중관계 냉각, 그리고 시진핑 시대의 중국 이미지 악화가 자리 잡고 있다. 2016년 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일명 한한령)으로 한국인들은 중국의 “몽니”를 체감했고, 2010년대 후반부터 홍콩 민주화 시위 탄압, 코로나19 초기 대응 등에 대한 비판으로 전 세계적인 반중 정서가 확산했다. 2021년 선진국 17개국 조사에서 77%의 한국인이 중국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는데, 이는 일본(88%), 호주(78%) 등과 함께 최고 수준이었다. 이후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과 문화적 팽창에 대한 비판 여론이 겹치면서, 한국의 반중 정서는 더욱 공고해진 모습이다.

 온라인에서 타오른 문화 전쟁

한중 간 반감은 온라인 공간의 문화 논쟁에서 불이 붙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한복 논란이다. 중국이 개막식에 조선족 대표로 한복을 입은 여성을 등장시키자, 한국 누리꾼들은 “중국이 한복을 자기 것이라 우긴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실제로 중국은 자국 소수민족의 전통의상 행사의 일환이라 설명했지만, 한국 정치권 인사들까지 “문화 약탈을 그만두라”고 비난하는 등 큰 논쟁으로 번졌다. 이 사건은 김치 종주국 공방과 역사 왜곡 논란(고구려사 등) 등 이미 누적되어 온 문화마찰의 연장선이었다. 절반이 넘는 한국인들이 중국에 대한 반감 이유로 “한복·김치 등 문화 갈등과 중국의 무례함”을 꼽을 정도로, 문화적 충돌은 혐중 정서를 증폭시킨 주요 원인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혐중 밈(meme)과 비하 발언이 넘쳐났다. 중국인을 비하하는 은어와 조롱 영상들이 유튜브, 틱톡 등에 확산되며, 놀이처럼 소비되는 양상이다. 예컨대 한 무명 유튜버가 올린 중국인 비하 콘텐츠 영상은 조회수 수십만을 기록하고, 댓글에는 “중국인을 조롱하니 속이 다 시원하다”는 식의 반응이 수천 건의 공감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알고리즘은 혐중 콘텐츠를 더욱 부추겨, 젊은 층 사이 혐오표현의 문턱을 낮추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서브컬처 영역에서 한중 청년들의 감정 충돌이 자주 벌어졌다. 2020년 중국산 모바일 게임 ‘샤이닝니키(Shining Nikki)’는 한국 시장에 전통 한복 아이템을 출시했는데, 일부 중국 네티즌들이 “한복은 중국 것이며 한푸(漢服)를 표절했다”고 항의하며 시비를 걸었다. 개발사는 불과 며칠 만에 한국 서비스를 중단했고, 이번에는 한국 유저들이 분노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또한 만화·일러스트 분야에서도 “갓을 쓴 동양 남성” 그림의 복식이 명나라 것이냐 조선 것이냐를 두고 트위터에서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렇게 온라인 공간에서 시작된 마찰들이 축적되며, 현실 세계의 반감까지 부추긴 것이다.

물론 온라인의 익명성 탓에 과장된 혐오 표현이 난무한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현실의 대면 상황이라면 차마 입에 담지 못했을 법한 인종차별적 발언들도 인터넷에서는 여과 없이 표출된다. 그럼에도 이러한 ‘놀이로 소비되는 혐오’는 분명 청년 세대 여론의 한 단면이 되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 20대는 일본보다 중국을 더 싫어하는 경향이 뚜렷했는데, 일본에 대한 반감은 주로 과거사 문제에서 기인한 반면 중국에 대한 반감은 “중국인들이 선진적이지 못해서”, 즉 국민성 자체에 대한 반발로 나타났다. 정책 변화로 금방 개선될 수 없는 ‘문화·민족적 반감’이기에 문제의 뿌리가 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의 활용과 ‘혐오’의 그늘

이런 반중 정서는 국내 정치세력에 의해 활용되는 측면도 있다. 최근 몇 년간 일부 극우 인사들과 유튜버들은 반중 정서를 부채질해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전략을 썼다. 실제로 2025년 초, 보수 성향 집회에서는 “간첩 중국인 99명 검거”와 같은 가짜뉴스가 퍼졌고, 시위대가 중국 대사관 앞에서 노골적인 반중 시위를 벌이는 일이 벌어졌다. 보수 진영 유튜브 채널들은 젊은 층에게 인기 있는 역사왜곡 시정 캠페인이나 반페미니즘 정서와 반중 담론을 결합해 콘텐츠를 생산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치적 도구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기적 이익을 노린 위험한 도박”이라고 경고한다. 혐오를 선동하는 방식은 결국 사회 통합을 해치고 국제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런 선동의 불똥이 무고한 사람들에게 튄다는 점이다. 올해 봄 한때 국내 정치 혼란 속에 일부 극단주의자들은 중국인이 거리 시위에 개입했다는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이에 호응한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길 가던 동양인을 멈춰 세워 “시진핑 욕을 해보라”고 강요하거나, 중국어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폭언을 퍼붓는 사례도 보고됐다. 실제 2025년 4월 서울 자양동의 한 중국인 밀집 거주지 인근에서 극우 집회대가 “중국으로 돌아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고, 중국 음식점 직원과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져 부상자가 발생했다. 오랜 교류로 한국에 정착한 조선족 동포 사회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급기야 중국 대사관은 자국민들에게 시위 현장에 가지 말라고 권고하고, 중국 유학생들은 한국 사회에서 몸을 사리는 처지가 되었다.

한국 사회 내부의 외국인 혐오 지표가 이처럼 높아진 것은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일부 중국 유학생들은 “요즘은 길에서 대놓고 중국말 못 하겠다. 괜히 시비 붙을까 두렵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한국에 온 탈북 청년들마저 “북한 출신이라고 하면 취업 등에 불이익이 크니 차라리 조선족이라 말한다”는 현실까지 언급된다. 한마디로 한국 내 민족 서열화·차별 의식이 존재하며, 중국에 대한 혐오가 아시아인 일반에 대한 인종차별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과거 일본 우익단체의 재일조선인 혐오 시위와 닮은 꼴로,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실제로 2023년 일본 극우단체가 조선인 마을에서 “혐한” 시위를 벌인 장면과, 2025년 한국의 일부 청년들이 중국인 거리를 찾아가 혐오 발언을 쏟아낸 장면은 거울상처럼 닮아 있었다고 언론은 평한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교육과 사회적 노력으로 혐오를 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대학과 공공기관에서 성평등·인권 교육에 더해 다문화 감수성, 외국인 혐오 방지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한국은 더 이상 단일민족 사회가 아니며, 이민자와 다양한 인종이 함께 하는 글로벌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 혐중이든 혐일(嫌日)이든, 어떤 형태의 혐오도 방치하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중국 청년들도 한숨짓는 시대

한편, 중국 청년들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한국 청년들과 놀랍도록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의 청년실업률은 급등하여 2023년 6월 공식 통계로 21.3%라는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중국 당국은 청년실업 통계를 발표하지 않는 초유의 결정까지 내렸고, 통계 기준을 손본 뒤에도 2024년 중반 실업률이 17%를 넘을 정도였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대졸 청년들 수백만 명은 속된 말로 “백수”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님 연금에 기대 사는 형편이다. 이를 두고 중국 인터넷상에서는 “전업자녀”(全職子女), 즉 부모를 봉양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자녀라는 자조 섞인 유행어까지 등장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이러한 ‘풀타임 자녀’가 중국에 1,60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도 나왔다.

 

취업을 해도 문제다. 극한 경쟁과 장시간 노동 문화는 한국 못지않게 중국 청년들을 짓누르고 있다. IT업계를 중심으로 만연한 “996” 근무 문화(오전 9시 출근~밤 9시 퇴근, 주6일 근무)는 젊은이들을 번아웃시키고 사회에 냉소를 품게 만들었다. 끊임없이 스펙을 쌓고 회사에 헌신해도 삶이 나아지지 않는 현실을 두고, 중국에서는 “네이쥔(內卷)”, 즉 내부에서 소모되는 악순환적 경쟁이라는 신조어가 인기다. 한편으로는 이에 대한 탈출구로 “탕핑(躺平)”, “바이란(擺爛)” 같은 유행어도 등장했다. 탕핑은 아예 바닥에 드러눕는다는 뜻으로 최소한만 노력하며 살아가겠다는 일종의 탈출 선언이고, 바이란은 “썩어가길 내버려둔다”는 의미로 모든 걸 포기한 체념을 나타낸다. 취업 대신 배달·일용직으로 연명하거나 아예 집에서 게임만 하는 청년들이 늘자, 스스로 “썩은 꼬리(腐尾) 세대”라고 부르는 자조도 번져간다.

중국 제조업 현장의 열악한 노동 현실도 청년들을 절망케 하긴 마찬가지다. 한때 세계 최대 전자기기 위탁생산업체 폭스콘(Foxconn)에서는 젊은 공장 노동자들의 연이은 투신 자살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다. 2010년 광둥성의 폭스콘 공장에서 반년 동안 12명이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져 목숨을 끊자, 회사는 기숙사 건물 외벽에 거대한 안전망을 설치하는 대응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근본 원인인 장시간 고강도 노동과 비인격적 대우는 나아지지 않았고, 이 사건은 중국 청년 노동자들의 삶의 고통을 세계에 드러낸 상징적 사건으로 남았다.

요컨대, 중국 청년들도 과도한 경쟁, 취업난, 주거비 폭등, 결혼과 출산 포기 등의 문제로 허덕이고 있다. 한국에서 “3포 세대”라 불리는 현상이 중국에서는 “사불(四不) 청년”(연애·결혼·출산·주택구입 포기)으로 그대로 나타난다. 대만, 일본 등 주변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만 청년들은 스스로를 “쓰러지기 쉬운 딸기족”이라 부르고, 일본에서는 “사지 않는 사람들(소비 포기 세대)”이란 말이 나온다. 청년 세대가 처한 현실의 어려움은 국경을 넘어 공유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한중 청년들이 서로에 대한 반감 뒤에 사실은 닮은 고민을 지니고 있다는 점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한쪽은 상대를 “이기적인 민족”이라 손가락질하고, 다른 한쪽은 상대를 “교양 없는 혐한(嫌韓)”이라 비난하지만, 정작 둘 다 취업난과 사회적 압박에 지쳐 등 돌리고 싶은 마음은 매한가지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공통의 문제의식이 혐오를 치유할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기후위기, 경제불황, 양극화 등 거대한 문제들은 어느 한 나라만의 노력으로 풀리지 않는다. 미래 세대인 청년들이 협력과 연대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때, 서로를 증오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커다란 걸림돌이다.

결국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는 그간 중국을 두고 “반공 이데올로기의 적”이거나 “경제적 실용의 파트너”라는 양극단의 시선에 갇혀 있었던 면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을 인권, 환경, 평화 등 보편적 가치의 관점에서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때다. 사실 현재 한국인들은 선진국 중 드물게 “중국과의 경제관계가 중요하며, 인권 문제 제기는 우선순위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인다. 2021년 설문에서 한국인의 57%가 “중국 인권보다 경제협력이 더 중요하다”고 답해, 일본·호주 등 다수가 인권을 우선하는 이웃 나라들과 대비되었다. 국내 진보·보수 진영 모두 대중국 정책에서 경제적 실리를 중시해온 결과이지만, 이러한 태도는 한국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가치 외교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도 중국의 인권 문제나 국제 규범에 대해 원칙을 갖고 대응하면서, 동시에 중국 민중에 대한 혐오와 경멸의 감정은 경계해야 할 때다. 하남석 교수는 혐오의 경쟁을 넘어 서로 연대할 의제를 발굴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마침 중국 내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청년들의 어려움이 중국 사회 문제로 부각되면서, 중국 내 지식인들도 “이대로 가면 청년 세대의 신뢰를 잃는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혐오를 넘어서 공존을 이야기해야 할 시점이다. 


이 기사는 공공 데이터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