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보조금 31억 원, 대표 주머니로 흘러가다

지난 7월, 서울 서부권의 한 시내버스 업체인 서울매일버스에서 31억 원이 넘는 회사 자금이 대표 개인에게 대여 형식으로 흘러들어간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시로부터 운송적자 보전을 위한 보조금을 받는 준공영제 버스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이 업체는 유동성 악화를 이유로 직원 임금을 여러 차례 체불해왔다. 회사의 2024년 감사보고서에는 ‘주임종단기대여금’ 명목으로 31억4429만 원이 계상되어 있었는데, 이는 회사가 대표 등 특수관계인에게 돈을 빌려준 것을 의미한다. 통상 직원 대상의 사내대출 등에 쓰이는 계정이지만, 해당 업체는 그런 제도를 운영하지 않아 결국 대표 개인에게 회사 돈을 빌려준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업체는 처음에는 “회계상 기록일 뿐 실제로 돈이 오간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으나 취재가 진행되자 말을 바꾸었다. 결국 “대표가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자금을 회사가 대출해 준 것이며 이후 일부 상환했다”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회계 자료를 살펴보면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대표 대여금 계정은 수억 원 단위로 들쭉날쭉했고, 특히 2022년에 24억7천만 원으로 급증한 뒤 2024년 말에 다시 31억 원에 이르렀다. 실제 내부 장부를 보면 2024년 12월 한 달에만 여섯 차례에 걸쳐 대표 명의로 1천만~1억7천만 원씩 인출된 기록도 있었다. 애초에 일시적 인수 자금 대여였다는 주장과 달리, 상시적으로 회사 돈이 대표에게 흘러 들어간 정황인 것이다.

회계 전문가들은 이를 심각한 횡령 및 배임 소지가 있는 행위로 본다. 최정우 회계사는 “일반 기업에서도 대표 개인에게 회사 자금을 반복적으로 사적으로 대여하는 것은 횡령·배임 소지가 있다”며, 특히 “서울매일버스처럼 세금이 투입되는 준공영제 구조에서 자금이 부당 유출됐다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현행 법령도 이같이 보조금을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5조는 보조금이나 융자금을 받은 목적 외로 사용할 경우 면허 취소나 사업정지, 노선 폐지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보조금을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받았다면 반환 명령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명백한 불법에 해당하는 회계 부정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실은 서울시의 내부 모니터링으로 밝혀진 것이 아니라 내부자의 제보로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것이었다. 그동안 서울시는 “버스 준공영제를 통해 업체의 회계 투명성을 보장하고 재정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고 자신해왔지만, 이번 사건은 이러한 감시 시스템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아시아24가 구한 운행표
아시아24가 구한 운행표

 

면허 취소 대신 ‘퇴출’ 결정 – 서울시의 딜레마

서울시는 사태가 불거지자 뒤늦게 해당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사실관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법이 정한 처벌인 면허 취소 등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매일버스가 관할 노선에 투입한 차량이 100대가 넘는 만큼, “면허 취소와 같은 강경 조치를 취할 경우 시민 불편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신중한 입장이라고 한다. 즉, 잘못을 저지른 업체를 법대로 퇴출시켰다간 그 노선을 운행할 버스가 사라져 시민들이 불편을 겪게 되니, 알면서도 엄정 조치를 못 하겠다는 것이다. 법률까지 갖춰놓고 정작 행정청이 “현실적으로 지킬 수 없다”고 밝힌 꼴이어서, 시민들로부터 준공영제의 공정성과 실효성에 의문을 사게 만들었다.

이러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서울시는 결국 문제가 있는 업체를 준공영제에서 퇴출시키는 방안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7월 30일 서울시는 버스운송사업조합에 공문을 보내 “임금 체불이 3회 이상 발생한 업체에 대해서는 사업 면허 취소 및 노선 폐지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통보했다. 구체적인 퇴출 기준도 처음 제시되었다. 첫 임금 체불 발생 시에는 서울시가 두 달간 해당 업체 직원들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하고 그동안 업체에 대한 재정 지원금을 중단한다. 두 번째 체불 때는 직접 지급 기간을 3개월로 늘리고, 그동안 역시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이렇게 경고했음에도 세 번째 체불이 발생하면 해당 업체에 대해 면허 취소와 노선 폐지 등 강력한 조치를 내리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단계적 제재를 통해 버스 운행 중단에 따른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면서도, 재정 압박으로 부실 경영진이 회사를 매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서울시의 구상이다.

서울시가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한 2004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이처럼 명시적인 퇴출 기준을 세우고 공식 경고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조치는 앞서 언론에 보도된 서울매일버스 대표의 자금 유용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서울시는 언론 보도 직후 해당 업체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실시해 임금 체불 등의 사실을 확인했고, 이를 “자금 유용의 직접적 징후”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준공영제 구조에서는 인건비와 운영비 대부분을 시가 지원하기 때문에 “정상적이라면 임금 체불이 발생할 수 없는 구조”라며, “체불이 반복된다면 경영진의 자금 유용 외에는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곧 임금 체불 자체가 곧 부정경영의 증거이므로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번 대책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10월 “중대한 비위 발생 시 즉시 준공영제에서 퇴출시키겠다”고 밝힌 방침의 구체적 이행 사례이기도 하다. 당시 오 시장은 준공영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투명한 재정 운영과 경영 효율성 제고가 필수라며, 문제 업체 퇴출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준공영제 20년, 드러난 구조적 한계

서울 버스 준공영제는 2004년 도입 이래 대중교통 서비스 개선에 상당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간 버스회사들이 과당 경쟁과 노선 임의 변경을 일삼던 혼란을 바로잡고, 환승 할인과 중앙버스전용차로 등을 통해 시민 편의를 크게 높였다는 것이다. 버스회사들은 운송 수입을 공동 관리받고 표준운송원가에 따라 부족분을 보전받으면서 경영이 안정되고, 난폭 운전이나 부당 운행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었다. 이러한 성공 덕에 준공영제 모델은 전국 여러 도시로 확산되었고 한때 해외에서 상을 받는 등 모범 사례로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드러난 문제점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민간 회사에 막대한 세금을 지원하면서도 이에 상응하는 투명성·책임성 확보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지속되어왔다. 실제로 서울시는 해마다 수천억 원의 시내버스 운영 적자를 메워주고 있지만, 그 재정 운용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도 커져왔다. 준공영제 하에서 버스업체들은 표준운송원가만 충족하면 손실을 보전받기에 경영 효율화 동기가 약해지고, 방만 경영이나 비용 부풀리기 우려도 제기되었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서울시는 준공영제 20년을 맞아 현행 “실비 정산제”를 “표준 정산제”로 개편하여 재정지원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혁신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지원 상한을 두어 재정 누수를 막고 업체들의 비용 절감 노력을 유도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회계 부정이나 보조금 유용 같은 문제는 단순한 정산 방식 변경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이번 서울매일버스 사례에서 보듯, 민간 사업자의 도덕적 해이는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애당초 준공영제는 지자체가 직접 버스를 운영할 여력이 없어 민간 자원을 활용하는 타협책으로 도입된 측면이 있다. 서울시가 시내버스를 전면 공영제로 전환하려면 60여 개 업체의 노선권과 차량 자산 등을 모두 매입해야 하며 2~3조 원의 막대한 예산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대신에 민영제와 공영제의 절충안으로서, 노선 설계 권한을 시가 갖는 대가로 재정 지원을 해주는 준공영제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협약서 한 장으로 민간 업체에 세금 지원을 약속하고 운영을 맡긴 현행 구조에서는 사업자의 자율에 많은 부분을 의존할 수밖에 없다. 즉, 기업이 투명하게 회계를 공개하고 성실히 운영한다는 전제가 흔들리면 시의 통제력은 급격히 약화된다. 실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는 경영 및 재무 상태에 대한 정기 보고와 감사가 명시되어 있지만, 이를 어겨도 행정처분이 제대로 내려진 적은 드물다. 지난 20년 동안 크고 작은 부정행위가 드러나도 퇴출된 업체가 단 한 곳도 없었다는 점은, 제재 규정이 있어도 실행이 따르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그 결과 준공영제가 “민간 버스업체에 대한 특혜 지원 제도”에 불과하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시민단체 공공교통네트워크는 “보조사업자인 버스업체에 대한 최소한의 관리 기준조차 지켜지지 않는다”며 서울시의 준공영제 정책 실패를 지적해왔다. 이 단체는 회계 부정으로 드러난 서울매일버스 사례는 단순한 일부 업체의 일탈이 아니라, 준공영제 구조의 필연적 귀결이라고 본다. 세금으로 운영적자를 메워주면서도 명확한 정산 의무와 감독 시스템이 없다 보니, 업체 입장에선 안일한 운영이나 심지어 부정행위 유혹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제도의 작은 헛점 보완으로는 근본 해결이 안 된다. 준공영제 자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히며, 서울시가 이제라도 “버스준공영제가 최선이라는 미망”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일갈했다. 결국 핵심은 책임 담보 없이 세금을 지원하는 현재의 방식을 그대로 둔 채 몇 가지 대증요법만 써서는 제2, 제3의 ‘서울매일버스’ 사태를 막기 어렵다는 경고다.

퇴출 방침에 실효성 더하려면… 공공성을 강화해야

서울시가 내놓은 임금체불 업체 준공영제 퇴출 방침은 분명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 조치로 평가할 수 있다. 그동안 준공영제가 민간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부인해오던 시 입장에서도, 부실 업체를 퇴출하겠다고 공식화한 것은 상당한 변화이다. 특히 단계별로 지원금 중단 → 노선 폐지 수순을 마련한 것은, 현실적 제약 속에서 문제 업체에 압박을 가하려는 고심이 엿보인다. 공문이 내려간 직후 버스업계에서도 적잖은 긴장감이 감돌았고,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은 “회원사들에게 경각심을 갖고 준법 경영에 힘쓰도록 독려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준공영제 유지에 따른 혈세 낭비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더 이상 방관하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보낸 효과는 분명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서울시의 이번 조치를 두고 “보여주기식 땜질 처방”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한다. 우선, 이 퇴출 방침이 가장 먼저 적용돼야 할 서울매일버스에 과연 엄격히 실행될지가 시험대다. 만약 서울시가 정작 이번 사태의 장본인인 해당 업체에 대해서는 유예나 특별대우를 한다면, 이번 대책 발표는 결국 면허 취소 등 법적 처분을 하지 않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반대로 서울매일버스를 시작으로 문제 업체를 과감히 퇴출해낸다면 준공영제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에도 남는 과제는, 퇴출 이후 그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이다. 앞서 서울시가 난색을 표명했던 대로, 민간 업체 한 곳이 문을 닫으면 그 노선을 대체할 대안 운송수단을 마련하는 일이 급선무다.

전문가들은 공공 운영 버스의 확보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현재 서울시는 시영버스나 공기업 버스회사가 없기 때문에, 민간 업체가 운행을 중단하면 즉시 투입할 예비 차량과 인력이 부족하다. 준공영제 퇴출 조치의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최소한 일부 노선이라도 공영버스 체계를 도입해 공공자산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문제가 된 업체의 노선을 인수할 수 있는 시 산하 대체 운송 조직을 갖춰놓으면, 더 이상 “버스 멈추면 시민 불편”이라는 이유로 제재를 못 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버스업체들 역시 “잘못하면 시가 직접 대체해버린다”는 인식이 생기면 함부로 보조금을 유용하거나 부정을 저지르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공영제를 부분 도입하거나 준공영제 참여업체 간 경쟁체제를 도입해 운영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시도 이번 기회에 장기적으로 버스 운영체계 개편 계획을 세우고, 단계적으로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버스준공영제는 시민들의 발인 버스 서비스를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해온 제도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투명성 부족과 견제 없는 지원이라는 취약점을 방치한다면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이번 서울매일버스 사태는 준공영제의 명과 암을 극명히 보여주었다. 앞으로 서울시가 법이 부여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해 원칙을 바로 세울 수 있을지, 나아가 공공교통의 책임 주체로서 역할을 재정립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가 절실하다”는 서울시 관계자의 말처럼, 이제 버스준공영제가 진정한 공공 서비스 제도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과감한 변화와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