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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다 11월 셋째주] 청년 임금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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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8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정의당이 연 매출 100억원을 내세우는 유명 육류 식당과 전국 100여개 체인점을 둔 카페가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해 청년 노동자의 임금을 떼어 온 실태를 폭로했다. 통계 속 청년 일자리는 늘었다 줄었다 하지만, 우리 곁의 실제 청년은 여전히 시급과 근로계약서 사이에서 어떤 삶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지, 이 질문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몫으로 돌아온다.

사건의 배경에는 한국 노동법의 가장 어두운 그늘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5인 미만 사업장 문제가 놓여 있다. 근로기준법의 핵심 조항 대부분이 이 규모 아래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사장들은 실제 인원과 관계없이 서류상으로만 ‘작은 가게’ 행세를 해왔다. 지난해 기준 5인 미만으로 위장했을 가능성이 있는 사업장이 13만8000여개에 이른다는 분석은, 이런 편법이 예외적 일탈이 아니라 하나의 ‘사업 모델’로 기능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경향신문이 보도한 이날 기자회견 내용은 구체적이었다. 서울 마포구에 본점을 둔 육류 전문 식당은 직영점 7곳을 운영하면서도 각 점포와 본사를 쪼개 기재해 상시근로자 수를 5인 미만으로 맞춰왔다. 청년 직원들은 소득세를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사업소득자로 처리돼 주휴수당, 연장·야간·휴일 가산수당, 연차휴가미사용수당, 유급휴일 등 기본적 권리를 거의 누리지 못했다. 한 직원이 4800만원 규모의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노동청에 진정을 넣자, 사업주는 세상이 좁다는 말로 압박하며 체불액보다 적은 금액으로 합의를 종용했고, 변호사까지 내세워 고발을 되돌리려 했다. 대전의 한 카페 체인에서는 한 청년이 주 7일, 주당 84시간을 일했지만 포괄임금제라는 말 한 마디 아래 체불임금 4400만원이 45만원으로 축소되기도 했다. 결국 노동청은 대표 2명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정의당과 노동단체들은 이 사건을 ‘제2의 런던베이글뮤지엄’이라고 지칭하며, 고의적 임금 체불과 사업장 규모·고용형태 위장을 저지른 사업주에 대해 최대 3배의 손해배상을 물릴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손질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이미 국정감사에서는 5인 미만으로 위장한 사업장이 6년 새 1.5배 증가했고, 이들에 대한 근로기준법 위반 신고도 최근 5년 동안 약 3배 늘었다는 통계가 제시된 바 있다. 정부가 내년부터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로드맵을 내놓았지만, 소상공인 단체들은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며, 위장 사업장과 진짜 영세 사업장 사이의 경계는 여전히 제도 밖 회색지대에 머물러 있다.

이 사건이 특히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는, 임금의 절대 수준을 넘어 구조적 임금 불평등의 단면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발표된 2025년 8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389만6000원, 비정규직은 208만8000원으로 둘 사이 격차는 180만8000원에 이르며 통계 작성 이후 최대다. 청년층은 주로 이 비정규·단시간·프리랜서로 포장된 저임금 일자리에 몰려 있다. 국가가 발표하는 평균 임금과 고용률이 어느 정도 개선되고 있다는 설명 뒤편에서, 특정 세대와 계층이 집중적으로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을 떠안는 구조가 굳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통계상 격차가 조금씩 줄어든다거나, 시간제 비정규직의 상대 임금 수준이 올라가고 있다는 설명만으로 이 사건이 던지는 질문을 지울 수는 없다. 위법을 저지르는 사업주는 일부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법의 사각지대를 설계도처럼 활용하는 인사·노무 컨설팅, 그 사이를 비집고 경쟁력을 확보하라는 시장의 압박, 소비자 입장에서 ‘가성비 좋은 가게’만을 찾는 우리의 선택이 모두 이 구조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대 간 임금 격차,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 수도권과 지방의 청년 임금 격차를 합치면, 오늘의 청년에게 돌아가는 몫은 통계보다 훨씬 얇아진다.

이때 떠올릴 만한 책이 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1978). 재개발로 밀려나는 서울의 변두리 노동자 가족을 중심으로, 압축성장의 그늘 아래 삶의 터전을 빼앗긴 사람들의 얼굴을 그린 연작 소설이다. 아파트 분양권과 토지 보상금이 사회적 성공의 언어가 되던 시절, 이 소설은 삶이 숫자로 환산되는 순간 인간이 어떻게 파편으로 흩어지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난장이의 가족은 공장에서 일하고, 철거를 피하기 위해 밤새 공구를 들고 버티지만 결국 도시의 논리에서 밀려난다. 오늘 서울의 한 유명 식당 주방에서, 대전의 카페 바리스타 자리에서, 청년 노동자는 직장과 사업소득자, 직원과 프리랜서 사이를 오가며 자신이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지조차 온전히 알기 어렵다. 법이 허용하는 최소한의 보호선마저 사업장을 쪼개고 지위를 바꾸는 기술로 탈출하는 순간, 인간의 노동은 다시 원가와 비용의 항목으로만 남는다. 난장이의 세계에서처럼, 누구의 성공이 누구의 착취 위에 세워졌는지 묻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누군가의 행복은 남의 빚이다

이 짧은 문장을 난장이의 세계와 오늘의 청년 임금 현실 사이에 가만히 놓아 보면, 빚은 단지 돈이 아니라 빼앗긴 시간과 건강, 불안 속에서 흘려보낸 삶의 조각이라는 점이 선명해진다. 임금 체불은 나중에 지급하면 그만이라는 문제가 아니라, 그 사이에 놓친 집세와 병원비, 이직 기회와 연애와 휴식의 시간을 함께 빼앗는 행위다. 법정에서 금액으로만 환산되는 임금 불평등의 이면에, 통계로 포착되지 않는 삶의 불평등이 중첩돼 있음을 이 사건은 낱낱이 보여준다.

결국 우리가 마주한 물음은 청년노동, 임금불평등, 법의 사각지대라는 세 단어를 어떻게 동시에 좁혀 나갈 것인가에 가깝다. 청년노동을 단지 고용률 혹은 스타트업 성공 신화로만 이야기하는 동안, 수많은 청년은 최저임금 주변을 맴도는 시급과 무급 야근을 자신의 성장 비용으로 감내해 왔다. 임금불평등은 단지 능력과 성과의 차이가 아니라, 어떤 일은 원청과 본사가 가져가고 어떤 일은 하청과 알바가 떠안도록 설계된 가치 배분의 문제다. 법의 사각지대는 법조문의 공백이 아니라, 그 공백을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이익을, 그 공백에 떨어진 사람에게는 상처를 남기는 구조 자체의 별칭이다. 우리가 오늘 이 사건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 구조를 더 이상 정상적인 시장의 풍경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합의를 만들기 위해서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외쳐진 체불임금 지급 요구는 한 식당과 한 카페의 문제를 넘어, 이 시대의 임금과 정의를 다시 쓰자는 요청에 가깝다. 몇 년 뒤 같은 자리에서 또 다른 제3의 런베뮤를 마주하지 않으려면, 법과 제도뿐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과 시민의 감각까지 함께 바뀌어야 한다. 임금을 떼이지 않을 권리는 선택이 아니라 문명 사회의 바닥선이다. 법의 구멍은 언제나 사람의 상처부터 넓어진다.

5인 미만 사업장 청년(15-29세) 평균 임금 격차
출처: 고용노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