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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24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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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문턱 앞에서 갈리는 출발선

[청년 취업난]과 「세습 중산층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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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청년 고용 지표가 나빠지고 미취업 기간이 길어진다는 통계가 또 나왔습니다. 흔히 이 국면을 세대 전체가 함께 맞는 불운으로 읽습니다. 하지만 조귀동의 「세습 중산층 사회」는 청년의 불평등을 학력·소득·직업·인맥·문화적 역량이 얽힌 다차원 격차로 설명합니다. 부모 세대의 교육 투자와 네트워크가 자녀의 노동시장 지위로 이어진다는 것이죠. 그렇게 보면 취업 지연은 개인의 노력 부족이 아니라 이미 갈려 있는 출발선의 문제로 다시 읽힙니다.
「세습 중산층 사회」(2026년 7월 기준)
구분내용
제목「세습 중산층 사회」
저자조귀동
연도2020년
출판사생각의힘
2026년 5월 청년층 인구782만2000명
2026년 5월 청년층 취업자342만7000명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47.2%
청년층 고용률43.8%
자료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국가데이터처 브리핑·한국경제 · 2026-07-23

청년 취업자가 1년 사이 25만5000명 줄었습니다. 2026년 5월 청년층 취업자는 342만7000명인데 전년 같은 달과 견주면 딱 그만큼이 통째로 빠진 숫자죠. 같은 달 청년층 인구 자체도 782만2000명으로 15만2000명 줄었으니 일할 사람도 일할 자리도 나란히 얇아진 셈입니다.

숫자를 조금만 더 펼쳐 볼까요. 통계에서 청년층은 15세부터 29세까지를 가리킵니다. 이 연령대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7.2%로 1년 전보다 2.3%포인트 내렸고 고용률은 43.8%로 2.4%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실업률만 7.2%로 0.6%포인트 올랐습니다. 이렇게 숫자만 늘어놓으면 청년 세대 전체가 똑같은 한파에 갇힌 듯 보입니다.

그런데 이 한파가 모두에게 같은 온도일까요? 그렇게 보긴 어렵습니다. 조귀동이 2020년 생각의힘에서 펴낸 「세습 중산층 사회」가 바로 그 온도차를 파고드는 책이거든요.

이 책의 부제는 '90년대생이 경험하는 불평등은 어떻게 다른가'입니다. 조귀동은 20대가 겪는 불평등을 학력·소득·직업·인맥·문화적 역량이 한데 얽힌 다차원적 격차로 설명합니다. 소득 하나로 줄 세울 수 있던 예전의 불평등과는 결이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책의 핵심 주장은 이렇습니다. 부모 세대의 교육 투자와 문화적 역량, 사회적 네트워크가 자녀의 학력과 노동시장 지위로 거의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경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출발선이 이미 갈려 있다는 이야기죠.

■ 숫자가 지우는 것

이제 다시 통계로 돌아옵니다. 대졸자의 평균 졸업 소요기간은 4년 5.7개월로 1년 전보다 1.3개월 더 길어졌습니다. 이 기간은 관련 항목을 작성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가장 깁니다. 학교 문을 나서는 그 시점부터 청년들의 시계가 조금씩 뒤로 밀리고 있는 것입니다.

일자리가 없는 시간도 길어집니다. 졸업 후 지금 일이 없는 청년 가운데 미취업 기간이 1년 이상인 사람은 48.6%에 이릅니다. 이는 2009년의 51.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미취업 상태가 3년을 넘긴 비율도 19.4%로 2007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습니다.

그럼 이들은 무얼 하며 그 시간을 건널까요? 졸업 후 미취업 청년의 39.3%는 직업교육을 받거나 취업시험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25.3%는 '그냥 시간을 보낸다'고 답했습니다. 목표를 향해 채우는 시간과 그저 흘려보내는 시간은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시간입니다.

■ 버틸 시간의 격차

그렇다면 책이 겨누는 지점은 어디일까요? 바로 여기입니다. 재수와 시험 준비를 몇 년이고 감당할 여력이 있는 청년과 당장 생활비부터 벌어야 하는 청년은 같은 '준비 기간'이라는 말을 전혀 다르게 통과합니다. 조귀동이 말한 다차원적 격차는 결국 이렇게 버틸 시간의 격차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기회의 앞단도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재학이나 휴학 중에 직장 체험을 해 본 청년 비율은 41.1%로 1년 전보다 2.1%포인트 내렸습니다. 최종학교 졸업자 가운데 졸업 후 취업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비율도 84.8%로 1.6%포인트 낮아졌습니다. 노동시장에 발을 담가 볼 기회부터 조금씩 줄고 있는 셈입니다.

간신히 첫 문을 통과해도 자리는 쉽게 굳지 않습니다. 첫 임금근로 일자리를 얻기까지는 평균 11.2개월이 걸리고 그렇게 얻은 자리의 평균 근속기간은 1년 6.8개월에 그칩니다. 첫 일자리를 떠난 가장 큰 이유는 보수와 근로시간 같은 근로여건 불만족으로 44.4%를 차지했습니다.

이런 진단은 책이 나온 당시에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연합뉴스는 이 책이 취업시장을 중심으로 불평등의 본질에 접근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세습 중산층 사회」는 2020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사회과학 선정도서에 올랐고 2022년 청년 추천도서 100선의 정치·사회 분야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 다시 출발선으로

청년 취업난을 세대 전체의 똑같은 불운으로만 읽으면 누구는 준비의 시간을 버틸 수 있고 누구는 그러지 못하는 출발선의 차이가 조용히 지워집니다. 25만5000명이 사라진 그 문 앞에서 저마다 다른 높이의 출발선에 선 청년들을 이 책은 말없이 가리킵니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세대 충격이 아니라 출발선

청년 취업 감소를 세대 전체의 불운으로만 읽으면 계층별 준비 자원의 차이가 지워집니다.

2
버틸 시간의 격차

재수와 시험 준비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 청년과 그렇지 못한 청년은 같은 준비 기간을 다르게 통과합니다.

3
다차원으로 얽힌 불평등

학력·소득·직업·인맥·문화적 역량이 부모에게서 자녀로 이어지며 노동시장 지위를 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