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들이 23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과로사 없는 택배 만들기 시민대행진'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새벽배송을 둘러싼 논쟁은 지난달 22일 택배노조가 노동자의 수면시간과 건강권을 이유로 밤 0~5시 ‘초심야배송’ 제한을 요구하면서 촉발됐다. 이에 대해 쿠팡노조와 소비자단체 등은 일할 권리와 소비자 편익을 이유로 새벽배송 제한에 반대하고 있다.이들은 “불필요한 상품은 주간배송으로 전환하고 분류·프레시백 회수 인력을 확충하면 초심야 노동을 줄이면서도 필요한 새벽배송 서비스는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택배노동자들이 23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과로사 없는 택배 만들기 시민대행진'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새벽배송을 둘러싼 논쟁은 지난달 22일 택배노조가 노동자의 수면시간과 건강권을 이유로 밤 0~5시 ‘초심야배송’ 제한을 요구하면서 촉발됐다. 이에 대해 쿠팡노조와 소비자단체 등은 일할 권리와 소비자 편익을 이유로 새벽배송 제한에 반대하고 있다.이들은 “불필요한 상품은 주간배송으로 전환하고 분류·프레시백 회수 인력을 확충하면 초심야 노동을 줄이면서도 필요한 새벽배송 서비스는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월 제주에서 쿠팡 새벽배송을 하던 오승용(가명) 씨가 새벽 2시경 배송차를 몰고 가다 변을 당했다. 며칠 전 부친상을 치르고 하루 쉬었을 뿐인 그는 복귀 첫날 밤 운전 중 그대로 쓰러졌다. 오 씨는 부친 임종조차 지켜보지 못할 정도로 과로에 시달리고 있었다. 실제로 오 씨는 부친 장례 직후 이틀의 휴식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하루만 쉬고 출근한 11월 10일 새벽 결국 사고로 숨졌다. 그는 장례 전날 밤에도 불과 10분 거리에서 배송 중이었지만 “업무를 마쳐야 한다”는 압박에 4시간을 더 일한 뒤에야 빈소에 달려갈 수 있었다. 택배노동자들은 “이렇게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편리함과 노동자의 목숨을 저울질하는 논쟁을 벌이는 세상이 너무 무섭다”고 토로한다.

비슷한 비극은 올여름에도 발생했다. 7월 초 경북 경산에서 쿠팡 일일 배송기사로 일하던 40대 여성 A씨는 폭우 속 배송을 하다 차량이 침수돼 탈출했지만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당시 전날 오후부터 180㎜가 넘는 비가 쏟아졌지만 쿠팡은 배송을 중단시키지 않았고, A씨는 실종 직전 회사에 “비가 너무 와서 배달을 못 하겠다”는 연락까지 남겼다. 회사 측 상담원은 “그 지역은 철수하고 다른 곳 물량부터 배송하라”고 안내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쿠팡 새벽배송 기사 정슬기 씨(당시 27세)는 지난해 주 73시간이 넘는 야간노동 끝에 과로로 쓰러져 산업재해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7월에도 50대 기사가 주 60시간 넘게 새벽배송을 하다 숨졌다. 전국택배노동조합에 따르면 2020년 이후 과로 등으로 숨진 쿠팡 노동자가 20명이 넘는다. “쿠팡에서 반복되는 죽음, 이제 끝내야 한다”는 절박한 목소리가 현장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쿠팡 노동자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쿠팡의 산업재해 발생률에 이목이 쏠린다. 쿠팡의 산업재해율은 국내 평균의 10배, 건설업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왜 쿠팡의 노동현장은 이처럼 위험천만할까? 현장 노동자들과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살인적인 야간 노동 강도와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실제 쿠팡은 밤 9시부터 아침 7시까지 이뤄지는 ‘3회전 반복 배송’으로 악명이 높다. 쿠팡 새벽배송 기사는 밤사이 캠프(물류 거점)와 배달지역을 세 번 오가며 물품을 싣고 나르는데, 한밤중 세 차례 물류 센터를 오가는 다회전 배송을 하는 곳은 쿠팡뿐이다. 쿠팡 기사들은 하루 평균 250개 안팎의 물품을 배송하지만, 경쟁 업체인 CJ대한통운 새벽배송 기사는 60여개로 쿠팡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만큼 쿠팡 기사 1인당 지는 업무량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한 쿠팡 새벽배송 기사는 “아침 7시까지 배송을 끝내야 한다는 게 엄청난 압박”이라며 “새벽 6시에 물건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손이 벌벌 떨릴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배송 물량은 계속 늘어가는데 건당 수수료(단가)는 오히려 깎여, 기사들은 “정글 같은 현장”에서 “개처럼 뛴다”고 말한다. 단가는 2023년 건당 약 1200원이었지만 현재 밤시간대 아파트 배송은 800원 안팎까지 떨어졌고, 타 업체 새벽배송 단가(건당 약 20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단가는 떨어지는데 물량은 늘어나니 결국 더 많이 뛸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기사들의 하소연이다.

쿠팡 물류시스템의 특성도 위험을 키우고 있다. 쿠팡은 주문량 폭증에 대응한다며 신선식품을 담았던 프레시백(재사용 보냉가방) 회수 업무까지 배송기사들에게 맡기고 있다. 기사들은 배송 후 빈 프레시백을 다시 수거해 캠프로 가져와야 하는데, 하루 많게는 100개 이상의 회수 작업이 추가된다. 쿠팡 자회사인 CLS는 프레시백 회수율이 일정 기준에 못 미치는 기사와는 재계약하지 않는다며 기사들에게 압박을 주고 있다. 배송 준비 작업 역시 온전히 기사 몫이다. 쿠팡 캠프에는 같은 지역을 담당하는 여러 기사의 물량이 뒤섞여 오는데, 이를 각자 분류해 차량에 싣는 작업까지 기사들이 직접 수행한다. 3회전 배송을 뛰는 기사들은 이 분류와 상차 작업으로만 2시간 이상을 소모한다. 한 기사(52)는 “캠프 왕복과 분류, 프레시백 회수 시간만 줄여줘도 야간 노동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쿠팡 본사는 이런 구조적 문제 제기에 귀를 닫고 있다. 현장 기사들이 대리점을 통해 업무 개선을 요구해봐도 쿠팡 본사는 “우리는 쿠팡CLS에 위탁했으니 우리 소관이 아니다”, 쿠팡CLS는 “쿠팡에서 지시받은 대로 할 뿐”이라며 책임을 떠넘긴다는 것이다. 위험을 외주화한 채 “우리 직원이 아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쿠팡, 그 사이 노동자들은 “예견된 구조적 참사” 속에 하나둘 쓰러져 가고 있다.

쿠팡 로켓배송을 떠받치는 택배기사들의 고용형태를 들여다보면 구조적 위험의 일단이 드러난다. 표면적으로 쿠팡 물류를 책임지는 것은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다. CLS는 정규직 또는 계약직으로 직접 고용한 쿠팡친구(배송사원) 약 7천명을 두고 있지만, 이들만으로는 폭증한 물량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이른바 특수고용 배송인력이다. 쿠팡CLS는 전국 수백 곳의 배송대행 대리점과 위탁계약을 맺고, 해당 대리점 소속으로 일하는 택배기사를 활용한다. 쿠팡 용어로 이들을 퀵플렉서(Quick Flexer)라고 부른다. 전국에서 주간 약 1만명, 야간 약 1만명 등 2만명에 달하는 배송 기사들이 이런 특수고용 ‘노무제공자’로 일하고 있으며, 주 60~70시간 넘게 일해도 근로기준법의 어떠한 규제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법의 눈 밖에 놓인 수많은 노동자가 밤낮없이 혹사당하고 있는 셈이다.

나아가 쿠팡은 2022년부터 직접 일용직 인력까지 모집하기 시작했다. 위탁 대리점조차 거치지 않고 쿠팡 본사가 필요할 때마다 하루 단위로 계약을 맺는 인력으로, 업계에선 ‘쿠팡 카플렉스’라 불린다. 카플렉스 기사는 쿠팡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원하는 날짜와 지역의 일감을 선택하면 하루 일당을 받고 자기 차량으로 배송한다. 이들은 계약 형태상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분류돼 소득세 3.3%만 떼일 뿐,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에 가입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다치거나 실직해도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쿠팡 퀵플렉서 대다수도 마찬가지 신분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쿠팡CLS와 계약한 배송 대행 대리점 528곳과 물류센터 위탁업체 11곳에서 일하는 노동자 총 2만여명이 고용보험·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채 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복지공단 조사 결과 쿠팡 위탁업체 노동자의 99.9%가 ‘사업소득자’로 신고되어 있었는데, 이는 사실상 모두 ‘가짜 3.3 계약’으로 위장돼 있었다는 의미다. 가짜 3.3 계약이란 사용자가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고 서류상 개인사업자로 둔갑시켜 3.3% 원천징수만 하는 편법 고용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상 의무와 4대보험 부담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악용돼 왔다. 결국 쿠팡 배송기사 수만명이 사실상 ‘위장 자영업자’로 분류돼 산업재해와 고용불안의 위험을 온몸으로 떠안고 있었던 셈이다.

쿠팡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처우를 더욱 곤궁하게 만드는 것은 계약 구조다. 이들은 명목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어 있어, 일하다 다쳐도 산재 보험 적용을 받기 어렵고 설사 가입했더라도 청구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 쿠팡 노동자들 사이에는 “산재 신청을 하면 재계약 시 불이익을 받는다”는 두려움이 퍼져 있다. 산재 신청을 하면 재계약을 끊는 감점 시스템 때문에 10명 중 6명은 산재 신청조차 못 한다는 증언도 있다. 다시 말해 쿠팡 기사 상당수가 다쳐도 개인 치료비를 쓰며 버티거나 회사 눈치를 보다 ‘공상 처리’(산재 대신 자비로 치료)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산재 신청을 꺼리게 만드는 이런 분위기는 노동자를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사고 위험이 높아도 “참다가 쓰러지면 개인 탓”이 되는 구조여서다. 한 퀵플렉스 기사는 “작업 중 다쳐도 산재 처리하면 찍혀서 다음 계약에 불이익이 갈까 봐 참고 일한다. 아프면 그만두라는 식”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문제는 휴식조차 마음대로 취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특수고용 배송기사들은 계약상 정해진 물량을 제시간에 완수해야 재계약이 유지되는 구조다. 예를 들어 쿠팡 일용직인 카플렉스 노동자는 지정된 배송 완료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다음번 배송 일감을 할당받지 못하는 패널티가 적용된다. 사실상 한 번 “실적 불량” 딱지가 찍히면 일을 못 하게 되는 셈이다. 실제 쿠팡이 카플렉스 기사들에게 제공한 안내문에도 “입차 및 배송완료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배송 물량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반면 그 어떤 안내문에도 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작업중지 권한에 대한 설명은 없다. 이러한 계약 조건 아래에서 기사들은 몸이 아파도, 폭우가 쏟아져도 스스로 멈추기 어렵다. 앞서 언급된 제주 오씨의 경우도 소속 대리점 팀장에게 “하루 더 쉬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그렇게 할 거면 다른 곳으로 계약을 알아보라”는 답을 들었다. 재계약이 걱정돼 2년 가까이 원하는 날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장시간 밤노동을 이어간 끝에 결국 건강이 무너졌다는 것이 유가족의 증언이다. 특수고용 기사들은 이렇게 늘 불안정한 계약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에, 산재 신청이나 휴식 요구조차 쉽게 꺼낼 수 없는 구조적 약자가 되고 만다.

열악한 노동환경은 기상 악화 시 더욱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앞서 경산에서 폭우 속 목숨을 잃은 여성 기사 사례가 보여주듯, 쿠팡 새벽배송 기사들에게는 “업무를 중단할 권리”조차 주어져 있지 않다. 일반적인 노동자라면 폭우 같은 천재지변 시 작업중지권을 행사해 대피할 수 있지만, 쿠팡의 특수고용 기사들은 계약상 스스로 작업을 멈추기 어렵다. 회사는 “날씨 때문에 배송이 지연돼도 기사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고 해명하지만, 현장 기사들의 체감은 딴판이다. 경산 사고 당시에도 일부 침수 지역에서 배송 중단 조치가 이뤄졌을 뿐, 대부분 지역에선 새벽배송이 평소처럼 강행되었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그날 숨진 기사는 폭우로 배송이 어렵다고 직접 연락했는데도 끝내 작업중지 결정을 받지 못했다”며 “특수고용 기사들은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배달을 완료하지 않으면 다음 일을 못 받을까 봐 불안해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쿠팡은 지난여름 기록적인 폭우 속에서도 “침수 우려 지역에 한해 배송을 일시 중단한다”는 원론적 안내만 했을 뿐, 폭우 시 일괄적인 새벽배송 중단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폭설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눈이 와도 정해진 시간 내 물품을 배송하지 못하면 실적이 떨어지고, 이는 고스란히 개인 책임이 된다. “악천후에도 배송을 강행하도록 내모는 쿠팡의 로켓배송 시스템이 낳은 참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기상 상황뿐만이 아니다. 밤시간 노동 자체가 노동자 건강에 큰 부담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수면 부족과 생체리듬 파괴로 심뇌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아지고, 장기적으로 당뇨병·우울증 등 각종 질병에 취약해진다는 연구가 많다. 실제 쿠팡에서도 야간근무 중 돌연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랐고, 이는 과로사가 인정된 경우도 여럿이다. 그럼에도 쿠팡은 밤샘 노동을 전제로 한 새벽배송 서비스를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와 정치권 일각에서 “심야 0시~5시에는 배송을 제한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배경이다. 심야노동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큰 만큼, 최소한 한밤중 몇 시간만이라도 배송을 멈춰 노동자들의 “잠 잘 권리”, “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막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반대하고 있다. 새벽배송을 둘러싼 논쟁이 소비자 편의 대 노동자 건강권 대립 구도로 번진 것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노동자들은 이 논쟁을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한 노동자는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배송은 없다. 핵심은 서비스 지속이냐 중단이 아니라 사람이 죽지 않도록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선 밤중 배송 자체를 금지하기보다는, 무리한 다회전 배송과 과로를 유발하는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매일 2~3회전 배송만 줄여도 노동 강도가 확 낮아질 것”, “적정 인력과 적정 물량을 배정하면 새벽배송을 꼭 폐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쿠팡 등 기업이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체제로 전환하는 일이다. 새벽배송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 역시 “중단이냐 유지냐”라는 이분법을 넘어, 어떻게 하면 노동자를 지키면서 지속가능한 물류 서비스를 만들 것인지로 방향이 잡혀야 할 것이다.

택배 없는 날을 하루 앞둔 13일 경기 부천시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 CJ대한통운 택배 차량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주요 택배 업체들은 광복절 전날인 8월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해 택배 기사들의 휴무일로 운영하고 있다. 택배 없는 날은 업계 자율규약으로 쿠팡은 주5일 이미 시행이라는 이유로 동참하지 않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일을 중단한 만큼 다음 날 업무가 몰리는 등 택배 없는 날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택배 없는 날을 하루 앞둔 13일 경기 부천시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 CJ대한통운 택배 차량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주요 택배 업체들은 광복절 전날인 8월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해 택배 기사들의 휴무일로 운영하고 있다. 택배 없는 날은 업계 자율규약으로 쿠팡은 주5일 이미 시행이라는 이유로 동참하지 않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일을 중단한 만큼 다음 날 업무가 몰리는 등 택배 없는 날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쿠팡 로켓배송 사태는 플랫폼·물류 산업 전반의 노동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편리함 뒤에 가려진 특수고용 노동자의 희생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험의 외주화”로 불리는 현재의 구조를 끊어내기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특수고용 노동자의 법적 지위부터 강화해야 한다. 현재 특고 종사자는 일부 직종을 제외하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못 받고, 산재보험·고용보험 가입도 본인이 원해야만 가능한 구조다. 이를 개선해 특고라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사실상 근로자로 인정하도록 법을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 조사로 드러난 쿠팡의 ‘가짜 3.3’ 계약 관행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조사와 제재가 필요하다. 노동계는 “쿠팡의 편법·불법적 노무관리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전국적인 근로감독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업주들이 책임을 회피한 채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둔갑시키는 꼼수를 더 이상 눈감아선 안 된다는 뜻이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쿠팡 사례처럼 4대보험 미가입 특고 노동자를 대거 적발하고도 과태료 부과에 그쳤는데, 노동계는 “솜방망이 처벌로는 기업 행태가 바뀌지 않는다”며 강력한 후속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원청 기업의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는 것도 큰 과제다. 현재 쿠팡은 법적으로는 택배기사들의 직접 고용주가 아니란 이유로 각종 책임을 회피한다. 그러나 현장의 작업 조건과 물량을 사실상 결정하는 것은 쿠팡 본사라는 게 중론이다. 이에 쿠팡같이 플랫폼을 통해 노동자를 지휘·통제하는 기업을 실질적 사용자로 인정하여 책임을 묻는 법·제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울러 산재보험 가입 대상을 확대하고 가입을 강제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특수고용 노동자도 예외 없이 산재보험을 적용받도록 하고, 원청이 보험료를 부담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도 산재보험 적용 특례 직종에 택배기사가 포함돼 있지만, 현장에선 기업이나 대리점이 가입을 누락하거나 노동자가 불이익을 걱정해 제외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정부가 나서서 이러한 보험 사각지대를 점검하고 강제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것은 과로를 줄이고 안전을 확보하는 작업환경 만들기다. 쿠팡은 지난해 과로사 논란이 커지자 “격주 단위로 주5일제 시행” 등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은 사례가 드러났다. 형식적인 대책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는 노동시간 제한, 휴식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 택배노조는 쿠팡에 △무리한 구역 회수(클렌징) 제도 폐지 △폭우 등 악천후 시 배송 중단 매뉴얼 마련 △배송물량 적정화 및 야간노동자 휴식권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정부와 국회가 “심야노동 제한” 등 규제 방안을 사회적 대화로 논의해 제도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편으로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도 요구된다. “로켓배송의 편리함 뒤에는 누군가의 눈물과 땀이 있다”는 외침을 외면해선 안 된다. 기업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가 밤 노동의 위험을 분담하고 줄여나갈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오늘도 누군가는 폭우 속에서, 누군가는 한숨 돌릴 새도 없이 새벽 어둠을 뚫고 달린다.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이제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특수고용 택배기사들도 ‘노동자’로서 존중받으며,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구조적 대책이 절실하다. “쿠팡에서 반복되는 죽음, 이제 끝내야 한다”는 절규를 더는 헛되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