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1월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법정에서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1980년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 이후 44년 만에 발생한 12·3 비상계엄 사태의 우두머리에게 국가가 생명을 요구한 것이다. 사흘 뒤인 16일에는 체포 방해 등 혐의에 대한 별도 재판에서 징역 5년의 첫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대통령이라는 직위가 면죄부가 아니라 더 무거운 책임의 증표임을 법정이 선언한 이 한 주는, 민주주의가 스스로를 어떻게 지켜내는가를 묻는다.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3분,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 심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와 언론 통제를 담은 포고령이 발표됐고, 군 병력이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해 출동했다. 그러나 6시간 만에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하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특검은 이 과정이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권력을 독점·유지하기 위한 국헌 문란 목적의 폭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 세 가지뿐이다.
특검은 구형 논고에서 여러 가담자에게도 전부 책임의 원칙이 적용된다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무기징역,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 징역 30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 징역 20년을 함께 구형했다. 사형 구형의 배경에는 윤 전 대통령이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자리한다. 특검은 계엄이 사회 갈등을 심화시키고 환율 급등과 주가 급락을 초래했으며, 국가 신인도를 추락시켰다고 지적했다. 16일 별도 재판에서 백대현 재판장은 윤 전 대통령이 누구보다 헌법을 수호하고 법질서를 준수할 의무가 있는데도 도리어 절차적 요건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였으므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번 사건은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무가 얼마나 절대적인지, 그리고 그 의무를 저버렸을 때 어떤 결과가 따르는지를 보여준다. 형법상 내란죄가 규정된 이래 현직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로 기소되고 사형을 구형받은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이다. 그러나 한 가지 역설이 남는다. 윤 전 대통령은 최후 진술에서 12·3 비상계엄은 국민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고, 일부 지지자들은 여전히 법원 앞에서 그를 옹호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법부의 판단이 곧바로 사회적 합의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 그것이 민주주의의 강점이자 취약점이다.
조지 오웰의 1984(1949)는 가상의 전체주의 국가 오세아니아를 배경으로 한다. 빅브라더라 불리는 최고 권력자가 텔레스크린을 통해 모든 시민을 감시하고, 사상경찰이 체제에 반하는 생각조차 처벌하는 세계다.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진리부에서 과거 기록을 조작하는 일을 하다가 체제에 의문을 품고 저항을 시도하지만, 결국 잔혹한 고문 끝에 빅브라더를 사랑하게 된다. 오웰은 이 작품을 통해 권력이 어떻게 언어와 기억을 통제하며, 개인의 내면까지 침투하는지를 경고했다.
12·3 비상계엄과 1984 사이에는 70여 년의 시간차와 허구와 현실의 경계가 있지만, 주제적 울림은 놀랍도록 닮아 있다. 오세아니아에서 빅브라더가 전쟁 상태를 영속시켜 공포로 통치하듯, 윤 전 대통령은 야당을 북한 추종 세력으로 규정하며 적을 만들어 계엄의 명분을 삼았다. 소설 속 진리부가 과거를 조작해 현재의 정당성을 구축하듯, 계엄 직후 허위 공보를 외신에 배포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가 재판에 올랐다. 오웰은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고 썼다. 역사를 왜곡하려는 시도가 법정에서 단죄받는 지금, 그 문장은 경고이자 교훈으로 되살아난다.
권력의 책임, 반성 없는 자의 운명, 그리고 깨어 있는 시민의 역할. 이 세 가지 키워드가 1월 셋째주를 관통한다. 특검이 사형을 구형한 것은 단순히 한 개인에 대한 처벌 요청이 아니라, 헌법 파괴 행위에 대해 국가가 최고 수준의 단죄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그러나 법정 밖에서는 여전히 정치적 분열이 계속된다. 12·3 계엄 당시 수천 명의 시민이 국회 앞에 모여 계엄 해제를 외쳤던 장면과, 지금도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앞에서 농성하는 장면이 겹쳐진다. 민주주의는 다수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법치와 공론장의 끊임없는 긴장 속에서 유지된다.
2월 19일로 예정된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는 이 나라가 헌정 파괴를 어떻게 심판하는지 보여줄 역사적 분기점이 될 것이다. 오웰의 소설에서 윈스턴은 끝내 굴복했지만, 현실의 대한민국은 그렇지 않았다. 계엄령이 발동된 그날 밤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고, 국회가 작동했으며, 사법부가 영장을 발부했다. 권력은 스스로 한계를 규정하지 않는다. 그 한계를 긋는 것은 제도이고, 제도를 지키는 것은 깨어 있는 사람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