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일주일간 서점 매출이 4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4일 BC카드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10월 10일부터 16일까지 일주일간 교보문고 등 온·오프라인 대형서점 관련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주(10월 3∼9일) 대비 39.2%, 전월 동기(9월 10∼16일) 대비 44.0%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동기 대비해서는 31.9% 증가했다. 한강 작가의 작품을 찾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다른 문학 작품 등을 찾는 수요도 덩달아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시민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일주일간 서점 매출이 4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4일 BC카드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10월 10일부터 16일까지 일주일간 교보문고 등 온·오프라인 대형서점 관련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주(10월 3∼9일) 대비 39.2%, 전월 동기(9월 10∼16일) 대비 44.0%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동기 대비해서는 31.9% 증가했다. 한강 작가의 작품을 찾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다른 문학 작품 등을 찾는 수요도 덩달아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시민들.

 

1990년대 후반, 한국 출판 시장에 거대한 변화가 찾아왔다. 예스24, 알라딘 등 인터넷 서점이 등장하면서 도서 유통의 판도가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온라인 서점들은 대량 구매를 통한 가격 협상력을 무기로 정가 대비 20~30%, 심지어 일부 이커머스와 홈쇼핑에서는 60~80%에 달하는 파격 할인을 쏟아냈다. 소비자에게는 축복이었지만, 동네 서점에게는 재앙이었다. 1990년대 후반 약 2만 개에 달했던 전국 서점 수는 2002년 약 1만 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고, 출판사들도 서점의 가격 인하 압력에 시달리며 수익성이 낮은 학술서, 시집, 인문서 등의 출간을 줄여나갔다. 동네 서점이 사라지고 베스트셀러 위주로만 책이 출간되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1999년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정가유지 법률안을 발의한 것을 시작으로 수차례 국회 논의를 거쳐 2003년 2월 대한민국 최초의 법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되었다. 정부는 "책은 교육·학술·문화 발전에 필수적인 공공재"라는 논리를 내세웠고,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의 제도를 모범으로 삼았다.

 

초기 도서정가제는 비교적 느슨한 형태였다. 출간 후 18개월 이내의 신간에만 적용되었고 할인 한도는 정가의 10% 이내였으며, 18개월이 지난 구간 도서는 자유롭게 할인 판매가 가능했다. 그러나 온라인 서점들이 구간 도서에 대한 대폭 할인으로 우회하면서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었고, 2014년 11월 도서정가제는 대폭 강화되었다. 흔히 '책통법'이라 불리는 이 개정안은 신간과 구간의 구분을 없애 모든 도서에 동일한 할인 제한을 적용했고, 직접 할인 10%에 마일리지 등 간접 할인을 합산하여 총 15%를 초과할 수 없게 했으며, 학습참고서까지 적용 범위를 넓혔다. 2020년에는 전자책과 오디오북에도 종이책과 동일한 정가제가 적용되었고, 2021년에는 출판사가 오래된 도서의 정가를 낮춰 재판매할 수 있는 재정가 도서 제도가 도입되었다. 제도는 시간이 갈수록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규제가 촘촘해지는 방향으로 진화해온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강화 과정에서 소비자의 불만이 눈덩이처럼 커져왔다는 것이다. 가장 근본적인 불만은 가격 부담이다. 예전에는 구간 도서를 대폭 할인받아 살 수 있었지만, 개정 후에는 아무리 오래된 책이라도 최대 15%밖에 할인받을 수 없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성인 독서율은 2007년 75.3%에서 2023년 43.1%로 급락했고, 도서를 읽지 않는 이유로 가격 부담을 꼽은 응답이 27%에 달했다. 전자책에 대한 불만은 더욱 뜨겁다. 인쇄비, 물류비, 재고 관리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전자책이 종이책과 동일한 할인 규제를 받는 것을 소비자들은 납득하기 어려워한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게임 플랫폼이 시시각각 할인 이벤트를 벌이는 디지털 콘텐츠 시대에 전자책만 가격이 묶여 있는 현실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2019년에는 웹소설과 웹툰에까지 도서정가제를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알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폐지 청원 동의자가 20만 명을 넘기도 했다.

소비자의 분노를 더욱 키운 것은 제도의 본래 취지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네 서점을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도서정가제였지만, 2003년 3,589곳이던 오프라인 서점은 2023년 2,484곳으로 줄었다. 소비자들은 높은 가격을 감수하고 있는데 정작 동네 서점은 살아나지 않고, 혜택은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할인이 막히자 서점들이 굿즈 경쟁으로 전환하면서 같은 책이라도 서점마다 포토카드와 엽서 등 부록이 달라지는 왜곡된 경쟁 구조가 만들어진 것도 소비자 피로감을 키웠다. 이러한 불만에 대해 출판업계 일부가 "천박한 군중 의식"이라 폄하하거나 공청회에서 독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도서정가제는 소비자가 아닌 출판업계만을 위한 제도라는 인식이 굳어져 갔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는 현행 유지, 전자책 규제 완화, 발행 후 일정 기간만 적용하는 조건부 정가제, 전면 폐지 등 복수의 개편안을 마련해 놓은 상태이며, 2026년 상반기 법 개정 논의가 예상된다. 출판 생태계 보호라는 문화적 가치와 소비자의 선택권이라는 시장 원리 사이에서 20년 넘게 이어져 온 이 논쟁이 어떤 결론에 이를지, 이번에는 독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