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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4째주 · 2024
[1월 4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가 포착한 것은 폭력에 무감각해진 일상의 부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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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4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가 포착한 것은 폭력에 무감각해진 일상의 부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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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2월 10일, 팔레르모 법원. 이탈리아 역사상 최대 규모의 마피아 재판이 시작되었다. 474명의 피고인이 특별히 건설된 벙커 법정에 섰고, 판사 조반니 팔코네와 파올로 보르셀리노가 이끄는 검사팀은 3,000페이지가 넘는 기소장을 준비했다. '막시 재판'이라 불린 이 역사적 순간은 수십 년간 시칠리아를 지배해온 코사 노스트라에 대한 국가의 정면 도전이었다. 침묵의 계율 '오메르타'를 깨고 나선 토마소 부세타 같은 증인들의 용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재판이었다.

역사 사건

이탈리아 마피아 반대운동.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이탈리아의 반마피아 운동은 단순한 법 집행을 넘어선 시민의식의 각성이었다. 1982년 카를로 알베르토 달라 키에사 장군의 암살 이후 '라 마토사'라 불리는 대규모 마피아 전쟁으로 수백 명이 죽어가는 동안, 팔레르모 시민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았다. 상인들은 보호세 납부를 거부하기 시작했고, 학생들은 거리로 나왔다. 1992년 팔코네와 보르셀리노 판사가 폭탄 테러로 암살당했을 때, 수만 명의 시민이 '바스타!'(이제 그만!)를 외치며 행진했다. 마피아에 대한 두려움보다 정의에 대한 갈망이 더 컸던 것이다.

피프 디마르티노 감독의 The Mafia Kills Only in Summer는 이런 무거운 역사를 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본다. 1970년대 팔레르모에서 태어난 주인공 아르투로는 마피아의 총격전이 일상인 도시에서 성장한다. 그에게 마피아는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삶의 배경이다. 첫사랑 플로라에게 잘 보이려고 반마피아 영웅들의 이름을 외우고, 학교 작문 시간에 팔코네 판사를 칭송하는 글을 쓴다. 피프 감독은 자신이 직접 주인공을 연기하며, 비극적 현실을 블랙 코미디로 승화시킨다. 아이러니와 순수함이 교차하는 이 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

영화 스틸

The Mafia Kills Only in Summer (2013), 피프 감독. ⓒ Production Company

영화가 포착한 것은 폭력에 무감각해진 일상의 부조리다. 아르투로가 태어난 날 병원 앞에서 마피아 두목이 암살당하고, 그의 첫 번째 학교 소풍은 총격전 때문에 취소된다. 이는 실제 1970-80년대 팔레르모의 모습이었다. 한 해 평균 200명이 마피아 관련 살인으로 죽어가던 도시에서 아이들은 시체를 피해 학교에 가야 했다. 영화는 이런 비정상을 정상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의 마비 상태를 드러낸다. 동시에 그 속에서도 사랑하고, 꿈꾸고, 저항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그린다. 역사의 무게를 개인의 이야기로 환원시키는 것이다.

2024년 현재, 이탈리아의 반마피아 운동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은드랑게타, 카모라 같은 조직들은 형태를 바꿔 유럽 전역에서 활동한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각성도 계속된다. 마피아에게 빼앗긴 재산을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는 '리베라 테라' 운동, 보호세 납부를 거부하는 상인들의 연대체 '아디오피조' 등이 활발하다. 팔코네와 보르셀리노가 꿈꾼 '정상적인 사회'를 향한 걸음은 느리지만 멈추지 않는다. 그들의 희생이 씨앗이 되어 새로운 세대의 양심으로 자라났기 때문이다.

마피아는 단순한 범죄 조직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마비시키는 암세포다. 그것과 싸우는 것은 총과 폭탄이 아니라 일상의 용기다. 보호세를 거부하는 가게 주인, 진실을 증언하는 시민, 역사를 기억하는 예술가. The Mafia Kills Only in Summer가 보여주듯, 폭력의 역사 속에서도 사랑과 유머를 잃지 않는 것이 진정한 저항일지 모른다. 우리 사회의 마피아는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는 그것에 맞서 어떤 일상의 용기를 발휘하고 있는가?

공식 예고편

The Mafia Kills Only in Summer (2013) — 피프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