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7년 5월 10일, 인도 미루트에서 세포이들이 영국 장교들에게 총구를 겨눴다. 소 기름과 돼지 기름이 바른 탄약통을 입으로 물어뜯으라는 명령은 힌두교도와 무슬림 병사들에게 종교적 모독이었다. 이날 시작된 세포이 항쟁은 무굴 제국의 마지막 황제 바하두르 샤 2세를 명목상의 지도자로 내세우며 델리로 번져갔다. 82세의 늙은 황제는 붉은 요새에서 시를 읊으며 살았지만, 역사의 소용돌이는 그를 반란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영국군은 14개월에 걸친 유혈 진압 끝에 1858년 9월 델리를 함락시켰고, 바하두르 샤는 랑군으로 유배되어 1862년 쓸쓸히 숨을 거뒀다. 600년 역사의 무굴 제국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인도 무굴 제국의 몰락.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세포이 항쟁의 실패는 단순한 군사적 패배가 아니었다. 무굴 제국은 이미 18세기부터 지방 태수들의 독립, 마라타와 시크의 도전, 그리고 무엇보다 동인도회사의 경제적 침탈로 껍데기만 남은 상태였다. 영국은 '분할통치'로 힌두와 무슬림을 이간질시켰고, 자민다리 제도로 전통적인 토지 소유 구조를 파괴했다. 농민들은 현금 작물 재배를 강요받았고, 인도의 부는 런던으로 빨려들어갔다. 세포이들의 봉기는 종교적 분노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밑바탕에는 식민 수탈에 대한 광범위한 저항이 있었다. 그러나 지역과 종교로 분열된 저항 세력은 근대적 무기와 조직을 갖춘 영국군을 이기지 못했다. 항쟁의 실패 후 영국은 동인도회사를 해체하고 인도를 직접 통치하기 시작했다.
아슈토시 고와리커 감독의 Lagaan은 1893년 중부 인도의 작은 마을 참파네르를 배경으로 한다. 가뭄으로 고통받는 마을 사람들에게 영국 장교 러셀은 두 배로 인상된 세금을 요구한다. 주인공 부반(아미르 칸)은 크리켓 경기에서 이기면 3년간 세금을 면제해주겠다는 러셀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크리켓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농민들이 영국 장교팀과 맞서는 이야기는 3시간 44분에 걸쳐 장대하게 펼쳐진다. 불가촉천민, 무슬림, 시크교도가 하나의 팀을 이루고, 영국 장교의 여동생 엘리자베스(레이첼 셸리)가 그들을 돕는다. 아미르 칸은 순박하면서도 굳센 농민 지도자를 설득력 있게 연기했고, 군중 장면들은 인도 영화 특유의 활력을 보여준다.
Lagaan (2001), 아슈토시 고와리커 감독. ⓒ Production Company
Lagaan의 크리켓 경기는 세포이 항쟁의 은유적 재현이다. 영국이 만든 규칙과 경기장에서, 인도인들이 영국인을 이기는 판타지는 역사에서 이루지 못한 승리를 상상한다. 그러나 영화는 단순한 민족주의적 복수극을 넘어선다. 부반의 팀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카스트와 종교의 장벽을 넘어선 연대 때문이었다. 이는 분열로 실패한 1857년 항쟁의 교훈을 담고 있다. 또한 엘리자베스의 존재는 식민자 내부의 균열을 보여준다. 무굴 제국 시대에도 많은 영국인들이 인도 문화에 매료되어 '백인 무굴'이 되었듯이, 제국주의는 결코 단일하지 않았다. 크리켓이라는 영국의 게임을 전유하여 저항의 도구로 삼는 것은, 식민 지배의 유산을 주체적으로 재해석하는 탈식민의 전략이기도 하다.
무굴 제국의 몰락과 Lagaan은 21세기의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오늘날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새로운 형태의 제국인가? 다국적 기업들이 요구하는 '구조조정'과 '규제완화'는 동인도회사의 약탈과 어떻게 다른가? 문화적 다양성과 지역의 자율성은 글로벌 자본주의의 획일화 압력 속에서 어떻게 지켜질 수 있는가? 한국 역시 IMF 구제금융이라는 현대판 '라간'을 경험했다.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은 Lagaan의 마을 사람들이 보여준 집단적 저항과 닮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이후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가? 경제 주권을 지키면서도 세계와 연결되는 길은 가능한가?
바하두르 샤 2세는 랑군 유배지에서 이런 시를 남겼다. "내게는 두 밤과 나흘의 삶만이 남아 있구나 / 나는 힌두스탄의 빛을 보기 위해 사지를 바쳤으나 / 운명은 내게 다른 것을 주었다." 제국의 황제였던 그는 결국 고향 땅을 다시 밟지 못했다. 그러나 Lagaan의 부반과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땅을 지켜냈다. 역사적 패배를 허구적 승리로 전환하는 것이 영화의 마법이라면, 그 마법은 단순한 위안을 넘어 가능성의 상상력을 열어준다. 무굴 제국은 사라졌지만, 그 유산은 타지마할과 우르두 시, 그리고 무엇보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우리 시대의 제국들도 언젠가는 몰락할 것이다. 그때 우리는 무엇을 남길 것이며, 후손들은 우리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2월 3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Lagaan의 크리켓 경기는 세포이 항쟁의 은유적 재현이다](https://pltpjrfdfxxbnivrtoew.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films/lagaan_backdrop.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