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5일,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은 단순한 지도자의 부재를 넘어, 한 국가의 운명이 급격히 전환되는 분수령이 되었다. 후계자 니콜라스 마두로가 권력을 이어받았지만, 국제 유가 폭락과 맞물려 베네수엘라는 걷잡을 수 없는 경제 붕괴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2016년부터 본격화된 초인플레이션은 연 130만 퍼센트라는 천문학적 수치를 기록했고, 한때 남미의 부국이었던 이 나라는 국민의 90%가 빈곤선 아래로 추락하는 비극을 맞았다. 식료품을 구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사람들, 의약품 부족으로 죽어가는 환자들, 그리고 생존을 위해 국경을 넘는 수백만의 난민들. 베네수엘라의 현실은 21세기에 목격하기 힘든 국가 붕괴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베네수엘라 경제위기.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베네수엘라의 경제위기는 단순한 정책 실패의 결과가 아니었다. 차베스 시대부터 이어진 포퓰리즘 정책, 석유 수입에 대한 과도한 의존, 그리고 만성적인 부패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마두로 정권은 위기의 책임을 미국의 경제제재와 반정부 세력의 음모로 돌렸지만, 실상은 구조적 모순이 폭발한 것이었다. 정부는 화폐를 무분별하게 찍어내며 문제를 해결하려 했고, 이는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가속화시켰다. 2019년에는 후안 과이도가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며 이중 권력 상태가 만들어졌고, 국제사회는 양분되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과이도를 지지했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여전히 마두로를 인정했다. 이러한 정치적 대립은 경제 회복의 가능성을 더욱 멀어지게 만들었고, 결국 가장 큰 피해는 일반 국민들이 짊어져야 했다.
아나벨 로드리게스 리오스 감독의 Once Upon a Time in Venezuela는 이러한 국가적 비극을 한 작은 마을의 시선으로 포착한다. 베네수엘라 북서부 마라카이보 호수에 위치한 콩고 미라도르라는 수상 마을을 배경으로, 감독은 5년에 걸쳐 마을의 변화를 기록했다. 한때 어업으로 번성했던 이 마을은 석유 시추로 인한 환경 파괴와 경제 붕괴로 서서히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영화는 차베스를 숭배하는 타마라와 반정부 성향의 나탈리아, 두 여성의 대립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감독은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는다. 대신 정치적 신념과 무관하게 모두가 똑같이 고통받는 현실을 담담히 보여준다. 물에 잠기는 집들, 떠나는 이웃들, 그리고 끝까지 남아 희망을 말하는 사람들. 카메라는 거대한 역사적 변화가 개인의 일상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시적이면서도 잔인하게 포착한다.
Once Upon a Time in Venezuela (2020), 아나벨 로드리게스 리오스 감독. ⓒ Production Company
영화 속 콩고 미라도르의 침몰은 베네수엘라 전체의 붕괴를 은유한다. 마을이 물리적으로 가라앉듯이, 국가 경제도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타마라와 나탈리아의 대립은 베네수엘라 사회의 극단적 양극화를 반영하며,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는 동안 모두의 삶이 무너져 내린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아이들이 물에 잠긴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모습이다. 교육이라는 미래에 대한 투자가 문자 그대로 물속에서 이루어지는 이 초현실적인 광경은,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는 베네수엘라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감독은 거시적 통계나 정치적 분석 대신, 한 마을의 미시사를 통해 국가적 재앙의 본질을 드러낸다. 개인의 비극이 모여 집단의 비극이 되고, 그것이 다시 역사가 되는 과정을 영화는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베네수엘라의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23년 기준으로 약 700만 명의 베네수엘라인이 난민이 되어 주변국으로 흩어졌고, 이는 시리아 다음으로 큰 규모의 난민 사태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관심은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우크라이나 전쟁, 팔레스타인 분쟁 등 새로운 위기들이 베네수엘라의 고통을 뒤로 밀어냈다. 그러나 Once Upon a Time in Venezuela가 보여주듯, 잊혀진다고 해서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관심 속에서 비극은 더욱 깊어진다.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한 국가의 붕괴를 목격하면서 우리는 무엇을 배웠는가? 풍요가 빈곤으로, 희망이 절망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놓친 신호는 없었는가? 베네수엘라의 비극은 단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 문명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역사는 종종 거대한 사건과 지도자들의 이름으로 기록되지만, 진정한 역사는 콩고 미라도르의 주민들처럼 이름 없는 사람들의 삶 속에 새겨진다. Once Upon a Time in Venezuela는 국가의 붕괴가 개인의 일상에 어떻게 스며드는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준다. 마을이 완전히 물에 잠기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묵시록적이면서도 서정적이다. 모든 것을 잃었지만 여전히 그곳을 고향이라 부르는 사람들, 폐허 위에서도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들. 그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문명이 붕괴할 때 인간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과연 그들과 얼마나 다른가?

![[3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베네수엘라의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https://pltpjrfdfxxbnivrtoew.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films/once_upon_a_time_in_venezuela_backdrop.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