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0일, 나이지리아 라고스 공항에 리베리아계 미국인 패트릭 소여가 도착했다. 그는 이미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였으나, 공항 검역을 통과해 도심으로 들어왔다. 며칠 후인 7월 25일, 그가 사망하면서 나이지리아는 에볼라의 공포에 휩싸였다. 인구 2,100만이 밀집한 라고스에서 시작된 이 위기는 서아프리카 전체를 뒤흔들었던 2014년 에볼라 대유행의 한 장면이었다. 당시 WHO는 이미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에서 시작된 에볼라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고 경고한 상태였다.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나이지리아 정부와 의료진은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아메요 아다데보 박사를 중심으로 한 의료진은 환자 격리와 접촉자 추적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들은 894명의 접촉자를 찾아내 18,500번의 방문 조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8명의 의료진이 감염되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93일 만인 10월 20일, WHO는 나이지리아의 에볼라 종식을 선언했다. 인구 밀도가 높은 대도시에서 시작된 감염병이 20명의 확진자와 8명의 사망자로 막을 내린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이는 신속한 초기 대응과 의료진의 희생, 그리고 체계적인 방역 시스템이 만들어낸 성과였다.
스티브 구카스 감독의 93 Days는 바로 이 93일간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패트릭 소여의 입국부터 에볼라 종식 선언까지의 과정을 실제 사건에 기반해 재구성한다. 대니 글로버가 연기한 벤자민 오하니우 박사와 솜코리 이드할로사가 연기한 아다 이그본바 박사를 중심으로, 의료진들의 고뇌와 헌신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특히 보호 장구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환자를 돌봐야 했던 의료진의 딜레마, 가족과의 격리로 인한 고통, 그리고 동료의 죽음 앞에서도 멈출 수 없었던 사명감이 진솔하게 그려진다.
93 Days (2016), 스티브 구카스 감독. ⓒ Production Company
영화와 실제 사건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구조를 보여준다. 둘 다 예상치 못한 위기의 도래, 초기의 혼란과 공포, 의료진의 희생적 대응, 그리고 결국 찾아온 승리라는 서사를 따른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한 영웅 서사를 넘어선다. 카메라는 보호복을 입고 벗는 의료진의 떨리는 손, 격리병동 밖에서 울부짖는 가족들, 그리고 감염의 공포 속에서도 서로를 지탱하는 의료진의 연대를 포착한다. 이는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재난을 개인의 경험으로 환원시켜, 관객으로 하여금 그 시간을 함께 살아가게 만든다.
2014년의 에볼라 위기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의 전조였다. 나이지리아가 보여준 신속한 대응과 의료진의 헌신은 팬데믹 대응의 모범 사례로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의료진 8명의 죽음은 우리에게 묻는다.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의료진은 얼마나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가? 사회는 그들의 희생을 어떻게 기억하고 보상해야 하는가? 93 Days는 이러한 질문들을 던지며,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역사는 반복되고, 영화는 그 반복 속에서 인간의 모습을 포착한다. 2014년 라고스의 93일과 2016년 스크린 속 93일은 서로를 비추며 더 큰 의미를 만들어낸다. 그것은 위기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연약함과 동시에 위대함에 대한 기록이다. 우리는 언제나 또 다른 팬데믹의 가능성 속에 살아간다. 그때 우리는 라고스의 의료진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아니면 공포에 사로잡혀 서로를 외면할까? 93 Days가 던지는 이 질문은 오늘도 여전히 유효하다.

![[4월 1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와 실제 사건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구조를 보여준다](https://pltpjrfdfxxbnivrtoew.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films/93_days_backdrop.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