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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째주 · 2024
[4월 3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사트라피의 시선은 혁명을 선악의 이분법으로 재단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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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사트라피의 시선은 혁명을 선악의 이분법으로 재단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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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2월 11일, 이란의 마지막 황제 모하마드 레자 팔라비가 국외로 망명하면서 2,500년 왕정의 역사가 막을 내렸다. 혁명의 물결은 테헤란의 거리를 가득 메웠고,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15년의 망명 생활을 끝내고 귀국했다. 그해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 수만 명의 이란 여성들이 히잡 의무화에 반대하며 거리로 나섰다. "자유도 독재도 아닌, 이슬람 공화국"이라는 구호 아래 시작된 혁명은 여성들에게 예상치 못한 굴레를 씌우고 있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 미니스커트를 입고 대학을 다니던 여성들은 이제 검은 차도르 속에 자신을 감춰야 했다.

역사 사건

이란 혁명과 여성.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이란 혁명은 단순한 정치 체제의 변화가 아니었다. 서구화와 근대화를 추구하던 팔라비 왕조에 대한 반발, 빈부 격차와 정치적 억압에 대한 분노, 그리고 이슬람 정체성의 회복이라는 열망이 뒤섞인 복잡한 사건이었다. 혁명 초기에는 좌파, 자유주의자, 이슬람주의자가 연합했으나, 호메이니와 성직자들이 권력을 장악하면서 이란은 신정 국가로 변모했다. 여성들은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희생을 치렀다. 직업 선택의 자유가 제한되고, 공공장소에서의 남녀 분리가 강화되었으며, 가족법은 여성에게 불리하게 개정되었다. 혁명은 여성들에게 해방이 아닌 새로운 억압을 가져왔다.

2007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애니메이션 Persepolis는 마르잔 사트라피가 자신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바탕으로 직접 감독한 자전적 작품이다. 흑백의 단순한 선으로 그려진 이 애니메이션은 혁명 전후 이란에서 성장한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마르지라는 이름의 주인공은 브루스 리를 좋아하고 아이언 메이든을 듣는 평범한 소녀였지만, 혁명과 전쟁, 그리고 종교적 억압 속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영화는 개인의 미시사를 통해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를 포착하며, 유머와 비극을 절묘하게 배합해 보편적 공감을 이끌어낸다.

영화 스틸

Persepolis (2007), 마르잔 사트라피 감독. ⓒ Production Company

사트라피의 시선은 혁명을 선악의 이분법으로 재단하지 않는다. 그녀는 서구 제국주의에 맞선 민족의 저항과 종교적 극단주의의 폐해를 동시에 보여준다. 영화 속 마르지의 가족은 혁명을 지지했지만, 곧 그들이 꿈꾸던 자유로운 이란과는 다른 현실에 직면한다. 이는 역사적 사건을 겪은 많은 이란인들의 경험과 일치한다. 혁명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 개인의 자유와 집단의 정체성 사이의 긴장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다. 특히 여성으로서 겪는 이중의 억압은 사트라피가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 이유가 된다.

이란 혁명으로부터 4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2022년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으로 촉발된 '여성, 생명, 자유' 운동을 목격했다.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체포된 22세 여성의 죽음은 이란 전역에 저항의 불꽃을 지폈다. 젊은 여성들이 거리에서 히잡을 불태우고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은 1979년 이후 지속된 억압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었다. 사트라피가 Persepolis에서 그려낸 소녀 마르지의 저항은 오늘날 이란 여성들의 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혁명은 때로 자신이 약속한 것과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다. 자유를 외치며 시작된 운동이 새로운 억압의 체제를 만들어내고, 해방을 꿈꾸던 이들이 더 깊은 굴레에 갇히게 된다. Persepolis는 이러한 역사의 아이러니를 한 소녀의 성장기를 통해 섬세하게 포착한다. 마르지가 결국 조국을 떠나는 선택을 하듯, 오늘날에도 수많은 이란 여성들이 자유를 찾아 국경을 넘고 있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정한 혁명은 언제 완성되는가? 그리고 누군가의 자유를 억압하면서 이루어지는 변화를 우리는 과연 진보라 부를 수 있는가?

공식 예고편

Persepolis (2007) — 마르잔 사트라피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