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콜롬비아 남부 푸투마요 주의 밀림 속. 14살 소년 카를로스는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 게릴라 캠프에서 AK-47 소총을 어깨에 멘 채 보초를 서고 있었다. 그의 고향 마을은 정부군과 게릴라 간의 교전으로 폐허가 되었고, 부모를 잃은 그는 생존을 위해 총을 들었다. 콜롬비아 내전은 1964년부터 2016년까지 50여 년간 지속되며 26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기간 동안 FARC와 우익 준군사조직 AUC는 1만 7천 명이 넘는 미성년자를 강제 징집했다. 소년병들은 정글 속에서 성인 전투원과 똑같은 임무를 수행했다. 암살, 납치, 마약 운반, 지뢰 매설. 어린 나이에 목격한 폭력은 그들의 영혼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콜롬비아 게릴라 소년병.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콜롬비아의 소년병 문제는 단순히 무장 단체의 잔혹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극심한 빈곤, 교육 기회의 부재, 가정 폭력, 국가 시스템의 부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농촌 지역 아이들에게 게릴라 조직은 때로 유일한 '가족'이자 생존 수단이었다. FARC는 이념 교육을 통해 아이들을 '혁명 전사'로 세뇌했고, AUC는 복수와 증오를 주입했다. 2003년 콜롬비아 정부는 소년병 해체 프로그램을 시작했지만, 사회 복귀는 험난했다. 전쟁의 기억과 트라우마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도시의 갱단으로 흘러들어갔고, 일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평화 협정 이후에도 소년병들의 상처는 콜롬비아 사회가 짊어진 무거운 짐으로 남았다.
2019년 알레한드로 란데스 감독의 Monos는 안데스 산맥 고지대에 주둔한 십대 게릴라 부대의 이야기를 그린다. '모노스'라 불리는 8명의 소년소녀들은 구름 위 외딴 기지에서 미국인 여성 인질을 감시한다. 영화는 구체적인 국가나 조직을 명시하지 않지만, 콜롬비아 내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십대들은 전투 훈련과 이념 교육을 받으며 놀이와 전쟁 사이를 오간다. 젖소 '샤키라'를 돌보고, 생일 파티를 열고, 첫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상부의 명령과 전투의 압박은 그들의 순수함을 서서히 잠식한다. 배우들의 즉흥 연기와 다큐멘터리적 촬영 기법은 소년병들의 혼란스러운 정체성을 생생히 포착한다.
Monos (2019), 알레한드로 란데스 감독. ⓒ Production Company
콜롬비아의 실제 소년병들과 Monos의 십대 전사들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둘 다 성인 세계의 전쟁에 내몰린 아이들이며, 폭력과 순수함이 기묘하게 공존하는 존재들이다. 영화 속에서 소년병들이 보여주는 잔혹함과 연약함의 이중성은 실제 콜롬비아 소년병들의 증언과 일치한다. 그들은 낮에는 무자비한 전투원이었지만, 밤에는 엄마를 그리워하며 울었다. 란데스 감독은 이들을 단순히 가해자나 피해자로 규정하지 않는다. 대신 전쟁이 어린 영혼들을 어떻게 변형시키는지, 그 과정에서 인간성이 어떻게 왜곡되고 보존되는지를 추적한다. 안개 낀 산속에서 길을 잃은 모노스들처럼, 실제 소년병들도 이념과 현실, 어린이와 전사 사이에서 방황했다.
2024년 현재, 콜롬비아는 평화 프로세스를 진행 중이지만 소년병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새로운 무장 단체들이 여전히 취약 계층 아동을 모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예멘, 미얀마 등 세계 곳곳에서 아이들이 총을 들고 있다. Monos가 보여준 것처럼, 전쟁은 아이들에게서 미래를 빼앗을 뿐 아니라 현재마저 오염시킨다. 국제사회는 소년병 근절을 외치지만, 근본 원인인 빈곤과 분쟁은 여전하다. 콜롬비아의 경험은 무장 해제 이후의 심리적 치유와 사회 통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전직 소년병들의 증언은 묻는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그들의 머릿속 전투는 언제 끝날 것인가.
카를로스와 같은 소년병들, 그리고 Monos의 십대 전사들은 우리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전쟁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총을 든 아이를 우리는 피해자로 봐야 할까, 가해자로 봐야 할까. 어린 시절을 빼앗긴 이들에게 사회는 무엇을 돌려줄 수 있는가. 영화는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구름 속에서 길을 잃은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전쟁이 인간성에 가하는 폭력의 본질을 드러낼 뿐이다. 콜롬비아의 밀림에서, 안데스의 고지대에서, 그리고 세계 곳곳의 분쟁 지역에서 아이들은 여전히 어른들의 전쟁을 대신 치르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잃어버린 유년을 어떻게 기억하고 애도할 것인가?

![[4월 3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란데스 감독은 이들을 단순히 가해자나 피해자로 규정하지 않는다](https://pltpjrfdfxxbnivrtoew.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films/monos_backdrop.jpg)